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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놓게 되는 음산한 외로움 - 낫씽 Guilty Of Everything

어려운 혼합의 노선 위에서 자기 컬러를 훌륭히 잡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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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놓게 되는 음산한 외로움입니다. 형체가 있는 듯하지만 낫씽. 메아리가 울리는 큰방에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의 상처받은 감성과 시선을 떨어뜨릴 신발만이 존재합니다.

낫씽(Nothing) < Guilty Of Everything > 

 

기타 리프가 뻑뻑하게 들어간다. 얼터너티브 록이 떠오르나 메탈과도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보컬에서의 사운드와는 대척점을 이룬다. 모든 완력은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파트에 전부 집중되어있다.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음색은 더 없이 잔잔하고 더 없이 평온하다. 뿌옇게 질감을 흩어 놓는 이펙트까지 더해지며 목소리는 몽환의 성향까지 품는다. 이 지점에서는 드림 팝의 방향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아울러서 슈게이징의 바운더리 안으로 묶을 수도 있다. 이쯤에서 비슷한 느낌의 밴드를 하나 꺼내본다. 데프헤븐의 작년 앨범인 < Sunbather >를 경험했다면 낫씽의 음악이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지겠다. 강렬하게 내지르는 데프헤븐의 목소리와 고요하게 내뱉는 낫씽의 목소리, 보컬 파트를 서로 제해 본다면 같은 밴드가 아닐까하는 재미있는 착각이 무리 없이 따라온다. 물론 차이는 있다. 데프헤븐은 메탈의 줄기에 가까이 있는 반면 낫씽은 펑크와 얼터 록의 줄기에 가까이 있다. 슈게이징의 색감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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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메이킹이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두 대의 기타가 주조하는 배킹이 한 평면을 온전히 메우나 톤에서 공간감을 이끌어 내 전반의 그림을 입체의 세계로 확장시킨다. 여유를 두기도 하고 영역을 가득 채우기도 하는 형상이 여기서 비롯된다. 보컬 역시 마찬가지의 기능을 한다. 기타 사운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내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밴드는 힘의 논리를 피하는 방식으로 보컬을 구성한다. 또 다른 공간감이 발생한다. 목소리가 밴드 스코어의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뒤로 밀려나기도 하며 어떤 부분에 이르러서는 효과음처럼도 들린다. 한 곡 안에서 다각화가 여러 차례 이루어진다. 간편하게 시작해 코러스에서 사운드를 뿜는 「Hymn to the pillory」와 그 뒤를 잇는 「Dig」와 같은 곡들이 낫씽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곡들. 루즈한 진행 속에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치는 「Somersault」에는 이들의 방법론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으며, 스트레이트하게 뻗는 「Bent nail」과 멜로디를 부각시켜 조금은 간편하게 소리를 뽑은 펑크 넘버 「Get well」에서는 변용의 키워드도 찾을 수 있다.


변용의 키워드는 아쉬움을 불러내는, 단점으로 자리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운드 메이킹도 좋고 편곡에서의 움직임도 괜찮다고 넘기겠다. 다만 몇몇 트랙에 제한시켰을 때에 크게 자극이 되지 않는 사운드 주조 과장에서의 표준화는 음반 전반의 매력을 분명 떨어뜨린다. 「Bent nail」과 「Somersault」에서는 어느 정도 변화를 가미시키도 했다마는 앨범의 대부분은 동일한 전개 양상으로 뒤덮여있다. 그럼에도 재밌다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동일한 양상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방법론에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음반에는 얼터 록도 메탈도 슈게이징도 들어있다. 소스가 다양하다. 허나 어지럽지 않다. 각기 다른 사운드들이 질서 있게 섞인 양상이다. 어려운 혼합의 노선 위에서 자기 컬러를 훌륭히 잡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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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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