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변호인>이 개봉 4주 만에 925만 명의 관객을 모아, 곧 천만 영화가 되리란 전망이다. 비록 상업영화의 틀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영화에 대한 이 뜨거운 호응은 불합리한 현실이 변화되길 바라는 열망의 반증처럼 보인다.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는 해도 할리우드 흥행작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SF 블록버스터인데 반해, 한국영화는 여전히 드라마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실제로 역대 흥행영화 20위권에 든 한국영화 15편 중
<해운대>,
<괴물>, <설국열차>,
<디 워> 등 CG를 활용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관상>,
<과속스캔들>,
<국가대표>,
<최종병기 활>,
<써니> 등 대부분의 영화가 탄탄한 이야기를 중심에 둔 사극, 코미디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운대>,
<괴물>, <설국열차> 등 할리우드식의 재난영화의 틀 속에도 ‘가족’이라는 탄탄하고 견고한 정서를 중심에 담아낸다. 감성적이면서도 이야기가 탄탄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적 정서를 반영하는 결과다.
사극, 규모로 승부하다
앞선 칼럼 ‘초성으로 보는 2014 할리우드 영화 기대작’에서 말한 것처럼 2014년 할리우드의 트렌드는 ‘서사극’이다. 여기에 대입해 2014년 한국 영화의 키워드는 ‘사극’이다. 한국영화 천만 관객의 시대를 연 최초의 작품은 팩션 사극의 붐을 일으켰던
<왕의 남자>였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2013년
<관상>은 900만 명, 2011년
<최종병기 활>은 740만 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여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방자전>, <음란서생>,
<후궁> 등 역사적 배경에 트렌디한 상상력이 가미된 사극을 통해 관객들은 더 이상 사극이 고루한 시대극이 아닌, 매력적인 픽션(혹은 팩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졌다. 거기에 왕으로 대변되는 독재와 신분계급으로 인한 차별 등 정치적 배경은 오늘 날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도구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군도 : 민란의 시대>
<역린>
2014년 개봉되는 사극은 기본 100억 이상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풍성한 볼거리와 탄탄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강동원이 만난
<군도 : 민란의 시대>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도적이 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이야기를 극의 중심으로 가져와 현 정권을 폭압의 시대라고 생각하는 많은 관객들을 유혹할 예정이다. 현빈의 제대 복귀작이자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 <역린>은 조선시대 정조 암살 사건을 그리는 사극이다.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등 화려한 캐스팅은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박흥식 감독의 <협녀 : 칼의 기억>은 무협 액션극이라는 새로움에 전도연, 이병헌, 그리고
<은교>의 김고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 등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해 온 박흥식 감독의 변신도 기대된다.
<명량-회오리바다>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최민식, 류승룡 주연,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의
<명량-회오리바다>는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이순신 장군이 이끈 왜군과의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이석훈 감독,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조선의 옥쇄를 삼켜버린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과 해적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조선시대 의복제작 기관이었던 상의원을 배경으로 한 이원석 감독의 <상의원>은 한석규, 고수, 박신혜에 최근 대세 유연석까지 캐스팅되어 기대감을 더한다. 하지원, 가인 주연, 박제현 감독의
<조선미녀삼총사>가 1월 말 개봉되며, 한국판
<색,계>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작품으로 홍보되는 <순수의 시대>는 캐스팅을 조율 중에 있다.
원작, 어디까지 읽어봤니?
<롤러코스터>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한 하정우는 위화의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 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연출할 예정이다. 일제 말기 국공합작과 문화혁명의 시기를 아우르는 원작을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국화할 예정이다. 탄탄하고 흥미로운 원작의 이야기 때문에 충무로의 관심을 끌어온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강동원,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다. 동명 웹툰 <패션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오기환 감독이 맡았고, 주원이 캐스팅되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
<화장>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와
<용의자 X>로 이미 두 차례나 국내에서 영화화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방황하는 칼날>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극으로 정재영이 주연을 맡았다. 또한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자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장>은 안성기, 김규리가 함께 한다. 윤재구 감독의 멜로 스릴러 <은밀한 유혹>은 임수정과 요즘 가장 뜨거운 배우 유연석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까뜨리느 아들레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지푸라기 여자』 에서 모티브를 딴 이야기로 숀 코너리 주연으로 1964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 바 있다.
살, 삶, 19금의 은밀한 매력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의 확대로 19금 영화에 대한 제작도 활발하다. 앞서 말한 대작들이 대부분 남자 배우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여배우들의 입지가 적어진 틈에, 19금 영화는 여배우의 노출에 대부분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여배우들이 주목받을만한 작품 수는 남자 배우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19금을 표방하는 작품들에 톱 여배우들의 출연도 뜸한 것도 사실이다.
<관능의 법칙>
<방자전>,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은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을 그리는 작품으로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심청전을 비틀어 보는 임필성 감독의 <마담 뺑덕>은 정우성과 신예 이솜이 주인공을 맡은 파격 멜로로 알려져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동명의 중국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19금 파격 멜로를 예고하고 있어 누가 캐스팅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는 권칠인 감독의
<관능의 법칙>은 40대 여성의 사랑과 섹스를 그리는 작품인데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주연으로 2월 개봉 예정이다.
액션, 스릴러, 느와르 등
‘갱스터가 사랑하는 여인’이란 소재는 식상하지만 주인공이 황정민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채업자 황정민이 채무자 한혜진을 사랑하는 멜로 느와르
<남자가 사랑할 때>는 구정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다. 한국형 액션 느와르의 한 획을 그었던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원빈 다음으로 선택한 인물은 장동건이다. 연기에 물이 오른 김민희와 함께 <우는 남자(가제)>를 통해 곧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최호 감독의 <빅매치>는
<신세계>와
<관상> 등의 흥행을 통해 각광받는 이정재의 액션영화로 신하균, 보아 등이 함께 한다. 사기 바둑꾼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남자의 복수극 <신의 한 수>는 조범구 감독,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가 주인공이다. 봉준호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심성보 감독의 <해무>는 밀항자들을 태운 어성에서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김윤석, 박유천이 함께 한다. 여기에 장진 감독이 차승원, 오정세와 함께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경찰관의 이야기 <하이힐>로 복귀하고,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강형철 감독의 <타짜 2 : 신의 손>은 조승우 대신 최승현(T.O.P)을 선택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
<몬스터>
이외에도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살아온 인물들의 이야기 <국제시장>으로, 유하감독은 1970년대 개발 붐이 일던 무렵의 강남을 배경으로 정치권과 범죄조직이 결탁한 이야기 <강남블루스>를 연출할 예정이다.
<오싹한 연애>의 황인호 감독의 여성 복수극 <몬스터>는
<은교> 이후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김고은이 주연을 맡았다. 이선균과 조진웅 주연의 <무덤까지 간다>, 신재용 감독의 <맨홀>은 맨홀 속 연쇄살인마와 사투를 벌이는 자매의 이야기로 정유미, 김새론, 정경호가 주연을 맡았다. 상반기 개봉이 확정된 정재영, 한지민의
<플랜맨>, 박보영 이종석의
<피끊는 청춘>, 심은경 주연의 <
<수상한 그녀> 등 유쾌한 코미디가 구정 시즌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극과 액션, 스릴러 위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계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는 <협녀>, <맨홀>, <몬스터> 등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쉽다. 또한 몇 편의 스릴러 장르를 제외하고 아직 발표된 주목할 만한 공포영화가 없다는 점은 장르 영화 팬들을 서운하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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