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에 죽치고 앉아있는 스터디족이 많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페들이 많단다. 카페 주인 입장을 생각하려니, 주머니는 가볍고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청춘들. 유일한 낙이 카페를 찾는 일이건만, 이것도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채널예스>가 새해를 맞아 독서 계획을 세운 독자들을 위해, 주인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홍대 카페 골목을 기웃거렸다.
사다리를 타고 책장에 올라간다?! ‘카페꼼마’독서가라면 한 번쯤을 들렀을 홍대 대표 북카페.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4년 전 1호점이 문을 열었고, 2호점 ‘카페 꼼마 2page’가 2012년에 개점했다. 개방형 카페를 콘셉트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것이 카페의 이점. 사다리가 있는 거대한 책장도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카페꼼마의 주 고객은 20, 30대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나 외국인,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도 많다. 카페 내에 비치된 문학동네 30여개 브랜드의 도서는 신간을 제외하고 모두 50%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5,000여 권이 비치된 카페 책장에서 가장 많이 꺼내지는 책은 단연 만화책. 하지만 의외로 인기가 있고 많이 판매되는 책은 두꺼운 인문교양서다. 최근에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인기 도서다. 카페꼼마의 총 기획을 맡았던 장으뜸 대표는 문학동네 마케팅팀 출신. 장으뜸 대표는 “많은 경우에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책 내용에 집중해 읽는다기보다는 책장을 넘겨가며 생각에 잠기는 것을 사색의 한 방편으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에서 잠시 떨어져 약간의 정신적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장소로 카페만한 곳이 있을까? 카페꼼마의 커다란 책장에 위압감이 아닌 낭만을 느꼈다면, 그것은 당신의 심성과 안목 때문이다.
1호점: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8-27 1층 / 02-323-8555, 2호점: 마포구 동교동 155-27 홍익인간오피스텔 1층 / 02-326-0965“좋은 북카페라는 건, 좋은 음식점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요리사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음식인지, 어울리는 그릇에 정성껏 담겨져 나왔는지, 먹어보는 손님들이 바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책장을 보면 그것을 정돈한 사람의 수준과 정성이 가늠 된다고 생각해요.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읽어왔던 사람이 자신의 밝은 눈으로 정돈해 나가는 책장이 있는 북카페. 그 정도면 다른 허물이 있더라도 슬쩍 눈감아 주지 않을까요?”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북카페는 아니지만 이 곳에 가면 자꾸만 책이 읽힌다.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 자리한 아담한 동네서점 ‘땡스북스’. 편집 디자이너,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이기섭 대표의 미적 감각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땡스북스에서 책을 비치하는 기준은 ‘홍대 앞’이라는 동네의 성격이다. ‘홍대 앞 동네서점’이라는 아이덴티티에 충실하고자 홍대 주거민, 홍대 앞을 자주 다니는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구비하고 비치한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이 좋은 책, 개성이 강한 책, 문화적인 책이 사랑 받고 있다. 매주 바뀌는 ‘금주의 책’ 코너는 담당직원의 기호에 따라 정해진다. 땡스북스는 전 직원이 돌아가며 한 주씩 책을 읽고 금주의 책을 추천하고 있다.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B』가 손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고, 독특한 관점이 돋보이는
『연필깎기의 정석』,
『그림 여행을 권함』이 최근 인기가 많다. 서점 내에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있어 짧게나마 독서를 하고 책을 구입하는 손님들도 많다. 가로수길에 숍인숍으로 2호점을 오픈한 땡스북스는 ‘독서학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7-13 더갤러리 1층 / 02-325-0321“좋은 책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책입니다. 소통이 일찍 이뤄지기도 하고 많이 늦게 이뤄지기도 하지만, 결국 좋은 책은 소통이 이뤄집니다. 책을 만든다는 건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을 섬세하게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은 단지 내용을 얻는 만족만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맛과 취향과 기호를 다양하게 즐기듯이 책도 편집의 묘미, 디자인, 촉감, 향기, 그리고 밸런스를 꼼꼼하게 즐기기 시작하면 훨씬 큰 기쁨을 안겨줍니다.”24시간 책을 읽고 싶다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심야 독서가 잘 되는 독자라면?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 합정역 근처에 자리한, 24시간 운영하는 유일한 북카페로 다산북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 북카페가 독서실과 비즈니스 느낌이 혼재된 분위기였다면, ‘나나흰’은 1인석이 많아 일할 공간이 필요한 프리랜서, 작가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유럽식 도심형 24시간 북카페를 콘셉트로 작업 공간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책을 읽는 손님도 많지만 개인 작업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디자이너, 취업 준비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나나흰’에는 다산북스가 10년간 출간한 모든 책을 만나볼 수 있는데, 요즘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왜 공부하는가』,
『외식의 품격』,
『홍대리 시리즈』 등이다. 카페 이름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따왔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27 다산빌딩 2층 / 070-4820-4811“많은 북카페가 생기지만 직영으로 리스크를 안고 가지 않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산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공간, 독자들에게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카페를 열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 독자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왼쪽부터) 작업실, 북카페정글,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작업실, 북카페정글, 국민책방’2006년에 문을 연 북카페 ‘작업실’은 작가들의 작업실로도 유명한 카페다. 큰 공간은 아니지만 아늑한 분위기로는 단연 으뜸이다. 인디밴드, 작가 지망생, 시나리오 작가 등 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 카페다. 홍대 경남예식홀 부근에 자리한 ‘북카페정글’은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으로, 홍익도서디자인북에서 수입하는 모든 서적을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다. 가격이 비싸 구입하기 어려운 5천여 권의 디자인 서적을 읽어 보고, 또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서재를 콘셉트로, 주기적으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어 매일 다른 느낌의 북카페를 즐길 수 있다. 4인에서 최대 20인까지 수용 가능한 세미나실이 5개 마련되어 있다. 북카페정글의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은 역시
『매거진B』. 박혜란 북카페정글 매니저는 “디자인 서적이 아무래도 고가이다 보니까, 다소 가격이 높은 서적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주말에는 카페가 만석인 경우가 많다. 평일 오전이나 오후를 이용하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대 극동방송 뒤쪽에 위치한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은 널찍한 공간이 매력적이다. 지난해 6월 오픈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1만 권이 넘는 디자인, 건축 서적을 보유하고 있고, 개인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공간도 있다. 카페 이름에 걸맞게 작은 정원이 있어, 탁 트인 전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지하에는 소규모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대형 세미나실(최대 70명)이 있다.
작업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5-11 / 02-338-2365, 국민책방: 마포구 상수동 87-1번지 02-3141-5600 / 북카페정글: 마포구 서교동 463-20 / 02-333-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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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주인들이 추천한 책
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저 | 문학동네
한국 소설을 기피했던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젊은 소설가의 첫 책입니다. 플롯만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빛나게 하는지, 문장만으로 삶의 가면을 어떻게 벗겨내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집입니다. (by 장으뜸)
인생사용법
조르주 페렉 저/김호영 역 | 문학동네
정교한 디자인과 편집의 완성도가 돋보인 책이었습니다. (by 이기섭)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원유홍,서승연,송명민 공저 | 안그라픽스
미대생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책이에요.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부터 구조까지, 알찬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by 박혜람)
땐 시리즈
발타자르 토마스,다미앵 클레르제 귀르노 공저/김부용,김정훈,이지영 공역 | 자음과모음(이룸)
책을 볼 때, 북 디자인과 편집의 조화, 목차의 구성을 살피고, 관심 있는 부분을 읽고 전체적인 조화를 살핍니다. 최근에 관심 있게 본 책들은 『우울할 땐 니체』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비참할 땐 스피노자』 3권이 발간된 자음과모음의 '땐 시리즈'입니다. 편집과 디자인의 조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편집자와 좋은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독자들과의 소통을 잘 이뤄낸 책이고요. (by 이기섭)
이중섭
최문희 저 | 다산책방
예술가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의 삶을 생생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by 김선식)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저 | 난다
어떤 사건이나 한 장의 사진, 인생의 순간들에 대한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누구나 밤을 선생으로 삼고 싶어질 겁니다. (by 장으뜸)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저 | 다산라이프
어려운 회계를 소설 형식으로 쉽게 풀어 써 회계를 알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저 또한 재미있게 읽고 있고 있는 중이죠. (by 김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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