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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체크,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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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앨범 구성과 다채로운 악기 편성으로 젊은이의 ‘패기’를 발산하고 있는 글렌체크의 앨범, 소개합니다.

글렌체크(Glen Check) <Youth>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다보면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십상이다. 소위 소포모어 징크스라 불리는 이 현상은 어떤 음악가들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굴레나 마찬가지다.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은 뮤지션의 숙명이지만 인디 밴드 글렌체크는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이들의 데뷔작 <Haute Couture>와 그 이후 발표된 EP <Cliche>는 서로 성향이 달랐다. 신스를 이용한 분산 화음으로 멜로디를 잘게 쪼개 리얼한 악기가 가진 성격과는 전혀 다른 텍스쳐를 선보였던 <Haute Couture>에 반해 <Cliche>는 1980년대를 소환해내는 일종의 프로젝트 음반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밴드가 서로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인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이들의 창작욕이 크게 과시된 사례이기도 했다.

두 가지 길을 이미 제시한 상태였기에 글렌체크에게는 선택지가 많았다. 이들은 이번 앨범 <Youth!>를 통해 데뷔 앨범과 EP의 두 갈래 길을 적당히 섞어놓기에 이르렀다. 인트로 「The match open」 을 지나서 「Pacific」 을 만나면 그들의 장기인 출렁이는 디스코가 귀 속에 펼쳐진다. 이번에도 캐치한 멜로디를 내세움과 동시에 그 소리의 표현을 신스 사운드를 통해 나타냈다. <Haute Couture>가 세련됨이라는 이미지에 집중했다면 좀 더 투박해지고 복고적인 향기를 풍기고 있다. 「Pacific」 은 듣는 이에게 이번 앨범의 주제의식을 선포한다.

곡을 표현하는 악기들의 편성에서도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Youth in revolt」 에서는 질주하는 타악기와 슬랩 베이스를 통해 특유의 리듬과 속도감을 부여하고 있고 「Paint it gold」 에서는 휘슬소리가 주된 메인 테마로 쓰인다. 「The coast」 에서 중반부 이후 터져 나오는 키보드 솔로는 앨범의 백미다. 곡마다 이러한 랜드 마크를 심어둔 결과 몇 번만 반복청취를 해도 모든 곡의 특징이 각인되는 흡인력을 얻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1990년대 생산된 디지털 피아노 속 사운드를 적극 활용했다고 이야기 한 것처럼 한결 화사해진 풍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흥과 중독성을 내세우는 직관적인 작법은 이들의 강점이다. 하지만 비단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전작을 살펴보아도 이들의 곡에는 일종의 클리셰가 존재한다. 메인 파트의 선율이 가진 파괴력이 강력하기 때문인지 도입부에는 그 사운드를 감추거나 일부만 보여주는 식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멜로디만큼은 예측불가능하고 유쾌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곡의 구성만큼은 거의 비슷한 것이다. 후렴구까지 한 번 듣고 나면 그 곡이 가진 모든 요소를 다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극적인 구성을 꾀하는 것은 좋으나 그 신선함을 유지하는 방법 역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데뷔작만큼의 파급을 불러올 수 있는가는 미지수이지만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의 획득이다. 무엇보다 글렌체크는 하나의 대상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무궁무진하게 펼쳐내는 일에 특기가 있다. 곡의 제목을 먼저 짓고 작곡을 하는 독특함이나 스페인 여행길에서 받은 감상을 음악으로 펼쳐냈다는 이번 앨범에 대한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보고 느낀 것을 이차적으로 가공하여 에너지로 퍼뜨리는 것에는 이들 만한 실력자가 없다. 끊임없는 생각과 경험 음악에 대한 즐거움들이 이 앨범에 담겼다. 두 젊은이의 패기는 이렇게 또 발산하고 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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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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