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AS 로마, 사우스햄턴의 최종 성적은?
돌풍의 유럽축구, 이 팀을 주목하라
스포츠의 근원적 즐거움 중 하나는 예측불허의 결과다. 이기리라 예상치 못했던 팀들이 거인을 고꾸라뜨리고, 토너먼트 상위나 순위표 위쪽에 등극하는 일은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번 시즌 유럽축구는 시작부터 쾌감의 연속이다.
이제 출금은 그만! ATM의 반란.
더 이상 자동출금기는 없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M)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가 10라운드까지 진행된 10월 29일 현재 시점으로 ATM은 9승 1패로 9승 1무를 기록한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셀로나)에 이어 승점 1점 뒤진 리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ATM은 라리가 전통 강호고, 작년에는 리그 3위를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팀이다. 그러나 최근 라리가는 신계와 인간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바르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양강의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에는 1위와 3위 간 승점 차가 24점이고, 재작년은 무려 39점이나 된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있는 승점차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ATM이 챙긴 9승 중 하나는 양강 중 하나인 레알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나왔다. 현재 3위인 레알과 2위 ATM의 승점차는 벌써 5점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ATM을 ‘그래 봤자 인간계’라고 치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ATM은 올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레알,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 더불어 조별 예선 경기 전승을 달리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16강 토너먼트에도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ATM 홈페이지
이러한 상승세가 가능했던 건 시즌 전부터 계속 지적됐던 약점이 뜻밖에 쉽게 해결된 덕분이다. ATM은 올해 여름 주포 팔카오를 AS 모나코에 팔며 특급 공격수였던 그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를 받아왔다. 바르샤에서 다비드 비야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영입했지만, 그 또한 새로운 팀과 전술에 적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해결책은 디에고 코스타라는 신성의 출현이었다. 188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체격적 장점에 속도까지 겸비한 이 브라질 공격수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여러 곳의 이적제의를 뿌리치고 팀에 남은 이후로 리그 10경기 11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현 라리가 득점 1위, 무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위다. 브라질과 스페인 양 국가대표팀에서 서로 데려가려 애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불어 디에고 고딘이 이끄는 수비진은 티보 쿠르트와라는 골키퍼와 좋은 조합을 보이며 ATM의 뒷문을 단단히 단속하고 있다. 기록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올 시즌 ATM의 총 실점은 7골로, 바르샤와 함께 리그 내 최소실점 공동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팀을 만나도 쉽게 승점을 내주지 않을 거라 기대되는 이유다. 과연 ATM이 지금까지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서 라리가의 압도적인 양강 구도를 깨트릴 수 있을까?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
왕자의 분투, 로마의 귀환.
리그 최소 실점 이야기를 하자니 세리에A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나 올 시즌에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 나타났기에 더 그렇다. 9경기 23득점 1실점. 피파나 위닝 같은 게임이 아니다. 지금 현실에서 진행 중인 이야기다. 방랑 강호의 귀환, AS로마(이하 로마)가 주인공이다.
세리에 A에서 이탈리아 남부 팀을 대표하는 구단이기도 한 로마는 지난 3년간의 방황을 끝내고 화려하게 선두로 복귀했다. 특히나 작년과 재작년의 부진으로 2년 연속 유럽 무대를 밟지 못한다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피어난 결과다. ATM처럼 여름 이적시장에 마르퀴뇨스와 에릭 라멜라라는 신성 둘을 각각 PSG와 토트넘 핫스퍼(이하 토트넘)에 팔아버린 뒤라 더 놀랍다. 최고급 대리석 기둥을 뿌리째 뽑아내고 적당해 보이는 새 기둥을 가져다 박았는데 어째 바꾼 기둥이 더 튼튼한 격이다.
ⓒAS 로마 홈페이지
신성 둘의 자리를 완벽히 대체하고 있는 건 베나티아와 제르비뉴다. 이 중 베나티아는 우디네세 수비의 핵이었으며, 몇 년간 리그에서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았지만, 제르비뉴는 아스널 FC(이하 아스널)에서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이적한 터라 올 시즌의 활약은 로마 팬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제르비뉴가 릴 OSC에 있었을 때 감독을 맡고 있었던 루디 가르시아가 부임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된다.
언급된 두 명 말고도 마이콘이나 케빈 스트루트만 등의 이적생들이 첫 해답지 않게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점도 로마의 고공비행을 부추긴 또 하나의 요소다. 마이콘은 인터밀란에서의 전성기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로마의 우측면을 지배하고 있다. 케빈 스트루트만은 피야니치, 다니엘레 데 로시와 함께 중원을 구성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로마의 선두 등극은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이하 토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올 시즌 로마에서 토티는 스팔레티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의 제로톱 역할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몇 년 전 현대축구에 제로톱 바람을 몰고 왔던 당사자답게, 토티는 자리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3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8경기 3골 6어시스트, 단순히 기록만 살펴보더라도 공격포인트가 출전 경기보다 많다. ‘신기’가 아니라 ‘신비’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일정 또한 로마의 편이다. 유럽 무대를 밟지 않는다는 아쉬움조차 득이 되고 있다. 리그 내 경쟁자들이 주중 있는 유럽 대회 일정에 치이는 동안, 로마는 더 휴식을 취하고 철저한 상태로 경기에 나선다. 이는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체력 문제가 드러나는 리그 후반기에 접어들어서 실감할 수 있는 이점이다. 이미 2위와의 승점차도 5점이나 벌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루디 가르시아 감독도 부임 첫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노련하다. 조금 이르지만, 올해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의 주인을 예측해보는 이유다.
언더독 레볼루션, 사우스햄턴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내의 돌풍 또한 빠트리면 섭섭하다. 2009/10 시즌 로마가 그랬듯 조금 모자란 승점으로 우승을 놓친 다음 해에 몰락해버린 명가, 리버풀 FC가 부활했다. 약 5년 만의 상위권 복귀다. 리버풀은 2위 첼시와 승점 동률, 득실차 1점 차이로 3위에 올라 있다. 6승 2무 1패, 리그 내 득점 3위에 실점은 공동 4위다.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고무적인 중간 성적이다.
인상적이나 부족하다. 리버풀은 EPL 내 돌풍의 유일한 주인공이라 하기 힘들다. EPL엔 메수트 외질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선두를 달리는 아스널이나, 늘 적은 재정 규모로 선전 중인 에버턴 FC도 있다. 한술 더 떠 진정 관심을 받아야 할 팀은 따로 있다. 리그 순위표에서 리버풀 아래로 두 칸을 내려가면 익숙지 않은 이름이 걸려있다. 5위, 사우스햄턴 FC다. 지난 시즌 승격해 강등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올여름 의외의 영입을 다수 성사시키며 관심이 쏠렸던 팀이기도 하다.
ⓒ사우스햄턴 홈페이지
사우스햄턴의 기록에는 눈에 띄는 것이 두 개 있다. 첫째, 득점이다.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9라운드를 마친 상태다. 사우스햄턴의 올 시즌 총 득점은 10개다. 즉, 1경기 1득점이 조금 넘는 기록이다. 무척이나 적다. 어떻게 이 정도의 득점으로 상위권에 있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의문은 두 번째, 실점 기록에 가서 풀린다. 3실점이 전부다. 리그 내 최소 실점이며, 경기당 0.3점 선이다. 로마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단한 수비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우스햄턴의 전년 기록은 총 60실점, 평균 1.6점 선이었다. 시즌을 다 치르진 않았지만, 실점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지휘 아래 안정된 수비진 덕이다. 루크 쇼- 데얀 로브렌- 호세 폰테- 나다니엘 클라인으로 이어지는 수비수들은 강력하고, 그 벽을 넘어서더라도 아르투르 보루치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막아선다. 특히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로 대한민국과 두 번 맞붙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데얀 로브렌과 유효슛 선방률이 90%대를 넘나드는 아르투르 보루치의 활약이 대단하다. 기록으로 본다면 지난 시즌 EPL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르간 슈나이더린과 스코틀랜드를 정복하고 넘어온 빅토르 완야마 두 명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의 지원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한다. 다른 팀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다.
바람은 계속 불 수 있을까.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처럼 올 시즌 각 리그에서 나타나고 있는 돌풍은 유럽축구 팬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져 순위표에 큰 변화와 충격을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개의 물음표와 두 개의 느낌표다. 가능해 보인다.
먼저 ATM은 리그와 유럽 무대 모두에서 선전 중이다. 선수단의 깊이도 충분하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주포 디에고 코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팀 전체 득점인 26골 중 10골을 그가 기록했다. 무려 팀 화력의 4할이 한 명에게 집중되어 있다.
디에고 코스타의 실력은 확실하다. 부상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그의 부재를 가정하는가? 문제는 ‘멘탈’이다. 그는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팔꿈치나 손으로 상대편 선수를 때리는 등의 돌발행동을 자주 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징계를 받을 만한 불확정 요소’를 품고 있는 선수다. 상대 팀이 자극하지 않을 리 없다. 실제로 지난 시즌 레알전에서는 상대 수비 세르히오 라모스와 침을 주고받기도 했다. ATM에게는 위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수아레즈가 상대 선수를 깨물어 중징계를 받았던 것처럼, 경기 중 흥분한 디에고 코스타가 사건을 일으켜 징계를 받는다면 선수 개인을 넘어서서 팀 전체에 치명적이다. 과연 그가 시즌 내내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징계를 피해갈 수 있을까? ATM의 향방은 그의 행동에 달려있다.
로마는 이미 에이스의 부재를 겪고 있다. 왕자 토티와 제르비뉴가 부상을 당해 최근 경기였던 우디네세 원정에 불참했다. 경기 중 마이콘은 퇴장당하기도 했다. 우디네세도 만만한 팀이 아닌데 악재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그러나 로마는 교체자원인 브래들리의 결승골로 1-0승을 거두었다. 어느 시즌이고 잘 되는 팀의 조건인 ‘꼬이는 경기도 어떻게든 이기기’의 모습이 나왔다. 이는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로마가 치를 다음 세 경기는 비교적 약체와 맞붙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깊이가 얕고, 교체 선수들의 나이도 어리다는 변수가 있지만, 유럽대회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큰 단점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12연승까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사우스햄턴이 우려되는 점은 지속력이다. 이청용이 대활약하던 2009~2010시즌 볼튼FC는 중하위권 팀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겨울까지 상위권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돌풍의 팀이었다. 그러나 일정이 점점 더 진행되며 선수단의 피로가 누적되고, 부상이 이어지며 연패와 무승이 잦아져 결국 14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 적이 있다. 작년의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FC도 시즌 중 3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후반기의 부진으로 결국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우스햄턴도 현재는 주전들의 활약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지만, 피로 누적과 핵심 자원의 부상여파로 연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우스햄튼은 볼튼의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구단의 재정도 넉넉한 편이라 대체선수가 필요한 경우 겨울이적시장에서 보강할 수 있다. 가레스 베일이나 테오 월콧, 피터 크라우치 등 수많은 수준급 선수를 배출한 EPL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현재 왼쪽 측면 수비수인 루크 쇼도 이 시스템에서 올라온 재능이다. 마지막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볼튼이나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은 수비력이 그렇게 좋은 팀이라 하긴 힘들었지만 사우스햄턴은 수비력이 가장 큰 장점인 팀이다. 수비력이 좋은 팀은 장기 경쟁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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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곳에 가서 글을 찾고, 글 쓰는 곳에 가서 공을 찾는 청개구리.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아 이것도 저것도 놓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부유하고 있다. 어떡하나 싶다가도 축구만 있다면 그저 가서 넋 놓고 보는 축빠다. 축구라면 조기축구나 챔피언스리그나 다 재미나게 보는 잡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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