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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로축구 관전 포인트

스타팅 라인업 제출! 13/14 유럽프로축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름 이적시장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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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자고 나면 이 스타가 이적해 있고, 다음 날에는 저 스타가 이적해 있고, 한 해에 한두 건이 일어나면 대단하다고 생각되던 이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판이었다. 즐겁기도 했지만, 속이 타들어 가는 팬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그’가 제일 크게 웃었다.

유럽 프로 축구에서 오가는 이적료는 얼마?

 

3,327,391,628,000원, 다시 말해 약 3조 3,200억 원이자 환산하면 23억 유로. 유럽에서도 상위 5개 리그라 지목되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 앙의 이적료 지출액을 더한 액수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보다도 스무 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최상위리그뿐만 아니라 하부리그까지 포함한다면 족히 수십 개는 넘는 리그 중 상위 다섯 개만 계산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만약 모든 유럽 프로축구 시장의 이적료 지출을 계산해본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를 간단히 넘길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비교적 지출이 큰 유럽 축구에서도 선수 한 명의 이적료가 50억 원을 넘기기도 어렵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돌이켜보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선수의 가치와 실력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들이 새 팀을 찾아 움직였던 두 달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제임스 로드리게스와 주앙 무팅요를 시작으로 네이마르, 카바니, 베일, 외질 등 스타 선수들의 이적이 연이어 발표되며 날씨만큼이나 팬들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여름이었다. 그렇기에 오늘의 ‘풋’볼에서는 흥미진진했던 유럽프로축구 여름 이적시장을 되짚어보려 한다.


시작점으로 가보자. 흔히 유럽프로축구의 이적시장은 여름과 겨울 두 번으로 나뉜다. 7월의 첫째 날부터 8월의 마지막 날까지 두 달이 여름 이적시장이고, 1월의 첫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한 달이 겨울 이적시장으로 분류된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유럽 프로구단에서 이 기간 내에 선수들을 사고팔며 팀의 약점을 보완한다. 하지만 팬들은 종종 이적기간이 아닌데도 선수의 이적이 완료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어째서일까? 

 

답은 ‘공식적인 이적시장은 선수가 팀을 옮기고 선수등록을 하게 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1년 365일 내내 팀 간의, 팀과 선수 간의 이적 협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선수가 팀을 옮겨 등록하고 경기를 뛸 수 있게 되는 건 공식적으로 규정된 이적시장이 열리는 기간 내에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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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 유로에 이적한 팔카오

 
앞서 언급한 선 계약 후 이적의 형태는 이번 13/14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AS모나코가 이러한 형태의 계약을 잘 이용해 미리 우수한 선수들을 수급한 구단이라 할 수 있는데, 주앙 무팅요를 시작으로 제임스 로드리게스, 팔카오까지 세 명의 굵직한 선수들의 계약을 이적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매듭지어버렸다. 액수도 상상을 초월했다. 주앙 무팅요는 2,500만 유로에, 제임스 로드리게스는 4,500만 유로에, 그리고 팔카오는 무려 6,000만 유로에 계약을 맺었다. 1억 3,000만 유로, 한화로 1,872억 원이었다.


이 시점에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이미 역대 손꼽힐만한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유럽 프로축구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던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 첼시, 파리생제르맹(이하 PSG) 등의 갑부 구단의 씀씀이를 제외하고도 엄청난 금액이 축구판에 유입되었다는 것은 시장에 변화를 불러온다. 간단히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는 남아있는 선수들의 금전적 가치를 상승시킨다. 이적료의 상승은 시장의 변수, 예를 들어 선수를 둘러싼 구단 간의 자존심 경쟁이나 잘 알려진 선수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다른 선수의 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판매형 구단의 노림수도 작용한다. 종합하자면, 선수들이 비싸진다는 말이다. 레알이 마드리드 시내의 훈련장을 매각해 얻은 금액으로 갈락티코 1기를 사들였던 2000년대 초반의 경우나 첼시나 맨시티 등의 구단들이 갑부 구단주의 인수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2000년대 중후반의 몇몇 해가 좋은 예시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결과는 다시 한 번 되풀이됐다. 기존 구단들의 움직임도 한몫했다. 맨시티는 6월에 헤수스 나바스를 2,000만 유로에, 페르난디뉴를 3,200만 유로에 사들인데 이어 7월 중순에는 세비야의 주포 알바로 네그레도와 피오렌티나의 신성 스테판 요베티치를 각각 2,500만, 2,600만 유로에 사들이며 이적료 상승에 기름을 끼얹었다. 

 

갑부 구단의 발빠른 대응


선수 이적료의 상승을 기회로 여기고 이용해보려는 구단들도 발 빠르게 나섰다. 이적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마자 스페인의 말라가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열흘 간격으로 이스코와 아시에르 이야라멘디(이하 이야라멘디)를 각각 3,000만 유로에 레알로 넘겼다. 차기 스페인 NO,10의 잠재성과 희귀한 스타일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라는 특성, 그리고 둘 다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높은 가격이었다. 말라가와 레알 소시에다드로의 입장에서는 명가로써 레알의 자존심과 이적시장의 과열 현상을 잘 이용한 적절한 거래였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 거상의 시대는 막을 올렸을 뿐이었으니, 7월 중순 나폴리의 에딘손 카바니(이하 카바니)가 PSG로 이적하게 된 것이 그 중반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전 시즌부터 각국의 명문팀들과 이적 루머가 오가던 카바니는 계약에 특수조항이 있는 선수였다. 바로 2013년 8월 10일부로 바이아웃(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하면 보유 구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수를 구매하려는 구단과 선수 간의 개별 협상과 이적이 가능해짐)조항이 삭제되어 ‘부르는 대로 몸값’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이용해 나폴리는 바이아웃 금액인 6,300만 유로 이하에는 결코 선수를 팔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갑부 구단으로 알려진 맨시티나 첼시가 작년부터 공격수를 필요로 했음에도 쉽사리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금액이었다. 그 와중에 레알까지 끼어들어 잔칫집이 열렸지만 역시 쉽게 써낼 수 있는 액수는 아니었다. 결국, 바이아웃 이상인 6450만 유로를 부른 PSG가 카바니의 전 팀인 팔레르모에 제공될 옵션인 700만 유로의 추가금까지 부담하며 7,150만 유로, 한화 1,029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카바니를 ‘모셔’가게 된다. 이후 나폴리는 원래 이적자금에 카바니의 몸값을 더해 PSV아인트호벤에서 벨기에 유망주 메르텐스를 970만 유로에, 레알로부터 호세 카예혼과 라울 알비올, 곤잘로 이과인(이하 이과인)이라는 눈부신 트리오를 5,850만 유로에 영입하며 성공리에 팀 리빌딩을 마치게 된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폴리의 총 수익이 7,070만 유로인 것을 감안하면 잘 키운 카바니 하나로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두 해결한 셈이었다.


한편, 큰돈을 들여서라도 선수 보강에 성공한 구단들과 달리 돈을 가지고도 선수를 살 수 없어서 쩔쩔매는 구단들도 있었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며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던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갑작스레 지휘봉을 내려놓고 새 감독을 맞이하게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그의 숙적 아스널이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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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시장에서 루니의 향후 거취는 내내 화제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중앙 미드필더 수급에 차질이 있었던 맨유는 올해도 수많은 루머를 뿌리며 중원의 지휘자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우선순위로 협상했었던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의 티아고 알칸타라(이하 티아고)가 돌연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행을 결정하며 세스크 파브레가스(이하 파브레가스) 영입으로 선회한다. 아스널의 주장이기도 했던 파브레가스에 대한 영입시도는 성사되었을 때 작년의 반페르시 영입에 이어 상징적으로도 맨유에 상당한 이득을 안겨줄 건이었지만 바르샤의 거부로 틀어지고 만다. 두 미드필더 영입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맨유는 다시 목표를 선회해 아틀랜틱 빌바오의 안데르 에레라(이하 에레라)와 레알의 사미 케디라(이하 케디라), 그리고 신임 감독 모예스의 전 제자였던 마루앙 펠라이니(펠라이니) 영입을 시도했지만, 이적시장 마감일까지도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라이벌 첼시의 웨인 루니 영입시도에 당황하며 선수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성공한 거래라고는 우루과이의 페냐롤에서 온 93년생 오른쪽 풀백 기예르모 바렐라 뿐이었다. 주전감도 아닌 그의 몸값은 겨우 175만 유로였다.

 

아스널, 벵거 감독 시름 깊어지다


아스널의 경우도 만만치 않았다. 요 몇 년간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파는 구단으로 낙인찍힌 아스널은 여름에 돌입하며 8,000만 유로 이상의 이적자금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하지만 야심 찬 선언과 달리 8월 말이 되도록 프랑스 2부팀 옥세르의 유망주인 야야 사노고만 자유계약(FA)으로 영입했을 뿐이었다. 8월 29일이 되어서야 겨우 AC밀란으로부터 전 아스널 선수였던 마티유 플라미니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와 두 번째 이적을 성사시켰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경제적인’ 행보였지만 라이벌 팀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보강이었고, 구단의 명예와 수익을 책임지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순위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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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 감독의 좌절

 

물론 아스널이라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그 내 경쟁이 점쳐지는 리버풀의 에이스인 루이스 수아레스(이하 수아레스) 하이재킹 시도는 이적 조건을 오독한 에이전트와 아스널 수뇌부 탓에 4대강 삽질만큼이나 우스운 4,000만 1파운드 영입제의(리버풀과 수아레스의 계약은 4,000만 유로 이상의 영입제의가 들어온다면 리버풀이 선수에게 제의를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아스널 측은 이적 제의를 ‘수락’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함)로 나타났다. 오히려 아스널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영입 금액을 맞추고 선수와 협상을 한다고 했던 이과인 거래는 나폴리의 개입으로 백지가 되었다. 유력해 보였던 뉴캐슬의 미드필더 요앙 카바예는 아스널 측의 전화 실수로 선수의 마음이 돌아서 버렸다. 아스널 감독 아르센 벵거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살 선수가 없다.’, ‘돈을 쓰는 것에 반대하진 않지만 슈퍼퀼리티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팬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결국, 맨유와 아스널은 이렇다 할 반전 없이 여름 이적시장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곤란해진 맨유와 아스널을 뒤로하고, 같은 리그의 토트넘 핫스퍼(이하 토트넘)에서는 ‘베일 사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 여름이 에이스 가레스 베일(이하 베일)을 팔기에 적합한 때라는 판단이 들자 토트넘은 베일의 대체자로 러시아의 안지 마하라칼라(이하 안지)의 브라질리언 윌리안을 점찍고 영입을 시도했다. 토트넘은 유력한 경쟁자였던 리버풀을 제치고 윌리안의 영입을 거의 마무리 짓기에 이른다. 그러나 영입에는 선수 본인의 사인만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순간, 첼시가 끼어들었다. 런던 지역 라이벌인 첼시는 순식간에 윌리안을 채가며 토트넘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토트넘은 베일의 이적을 중단시켰다. 이제 몸이 달아오른 건 레알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 레알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그 이미지에는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즈(이하 페레즈)의 명품화 정책, 즉 ‘갈락티코’로 유명한 스타 선수 영입이 핵심 요건이다. 세계 최고의 구단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온다는 것이다. 레알이 이적시장 초반에 다니엘 카르바할, 카세미루, 이스코와 이야라멘디를 성공적으로 영입하기는 했으나 이들은 모두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벗지 못한 선수라 평가되고 있었다. 레알은 카바니, 수아레즈 영입에 나섰지만 카바니는 PSG에, 수아레즈는 잔류를 선언하고 만다. 결국, 레알은 프리미어리그 MVP로 선정된 베일을 선택한다. 그 뒤 차례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윌리안 건으로 인해 거래가 중지된 것이다. 이대로 베일을 영입하지 못한다면 세계 최고 명문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이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레알의 제안 금액은 단숨에 9,200만 유로로 뛰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급할 것이 없는 처지었다. 그들이야 베일과의 장기 계약도 남아 있었고, 자금력도 충분해서 굳이 이번에 베일을 팔지 않아도 구단 재정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반전은 의외의 곳에서

 

상황을 반전시킨 건 AS로마(이하 로마)의 행보였다. 로마는 ‘로마의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의 후계자로 여겨지던 에릭 라멜라(이하 라멜라)를 3,000만 유로에 토트넘에 팔기로 했다. 7월 중순, 수비진의 보석이던 마르퀴뇨스를 3,140만유로에 PSG에 넘기긴 했으나 워낙 큰 금액이었고 이익을 통해 상위권 진입을 위한 선수 영입에 나선 상태였기에 많은 놀라움을 안겨주는 이적이었다. 특히나 한물갔다고 평가되던 제르비뉴로 라멜라를 대체하게 된 로마 팬들에게는 가혹한 처사였다. 
 

라멜라에 이어 아약스의 사령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까지 1,350만 유로에 영입을 확정 지은 토트넘은 다시금 베일의 이적을 허락했다. 성사 직전에 뒤집어진 계약에 실망해 팀 훈련에도 무단불참 중이었던 베일은 스페인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주말 때문에 9월 2일까지 연장된 여름 이적시장 덕택에 베일은 9월 1일 계약을 마무리 짓고 레알의 흰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료는 억 소리 나는 1억 유로, 1,440억 원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하 호날두)의 9,400만 유로를 깨는 축구 세계 최고 이적료 경신이 일어났다.
 

베일의 이적으로, 마무리되나 싶었던 여름 이적시장은 마지막에 큰 반등을 보였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듯 아직 하루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반전은 끝에, 강하게 드러날 때 더 충격적이다. 13/14 여름 이적시장 종료 시점에 누구보다 크게 웃게 된 인물은 하루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의 감독이다. 
 

아르센 벵거의 한국 별명 중에는 ‘벵타짜’가 있다. 변변한 영입은 없고, 핵심 선수들은 매년 팀을 떠나는데 꾸역꾸역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확보한다거나, 전문가들이 승산이 없다고 점치는 경기에서 의외의 결과를 낸다거나 하는, 어찌 보면 범인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행보가 결국엔 득으로 돌아오는 상황 때문에 생겨난 영욕의 별명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이 벵타짜의 움직임이 그야말로 대어를 낚았다. 
 

시작점은 제르비뉴의 이적이었다. 릴에서 아스널로 이적했었던 제르비뉴는 아스널에서는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이적시장에서 400만 유로의 손해를 감수하고 로마로 팔려나가게 된다. 이때만 해도 벵거와 아스널이 손해를 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제르비뉴를 확보한 로마는 그를 라멜라의 대체자로 간주, 이적시장 끝물에 라멜라를 토트넘으로 팔게 된다. 윌리안을 놓쳤지만, 베일의 대체자를 구하게 된 토트넘은 전 해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베일을 레알에 팔게 된다. 계약 완료 당시 반응은 토트넘이 크게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베일은 6,500만 유로 정도로 몸값이 매겨지던 선수였기에 3,500만 유로라는 차액을 챙기고 이적료를 통해 여름 이적시장을 흑자로 마치게 된 토트넘이 유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일의 이적은 레알의 메수트 외질(이하 외질)을 밀어내게 된다.
 

외질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작년 기준 15골 29어시스트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세계 톱을 다투는 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작년 기록은 총 6골 21어시스트였다. 그의 이적 후에 팀 동료 호날두는 ‘내게 나쁜 소식이다.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내가 문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장 잘 아는 선수였다. 외질이 떠나서 나는 굉장히 화가 난다.’라고 말했으며 레알의 전 감독인 조세 무리뉴는 ‘외질의 매각은 큰 실수’라며 이 이적이 결국 레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 평했다. 심지어 새 팀 동료인 산티 카솔라조차 ‘외질의 합류는 기쁜 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레알이 왜 외질을 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외질의 이적 이후 레알의 주포 호날두는 이번 시즌 치른 세 경기에서 단 한 골만을 득점했다. 55경기 55골을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기록이다.


최후에 웃은 승리의 벵타짜

 

페레즈의 계획으로 합류한 베일 때문에 외질은 순식간에 팀 주축에서 방출이 결정된다. 기회를 노리던 벵거는 외질이라는 희대의 선수를 손쉽게 팀에 합류시키게 된다. 자존심이 상해 있었던 선수를 다독여 충성심까지 얻게 된 건 일거양득이었다. 외질의 합류로, 아스널이란 팀에 대한 평가는 챔피언스리그 경쟁팀에서 리그 우승 경쟁팀으로 상향되었다. 팬들의 환호는 당연한 일이었다. 계약 완료는 9월 2일, 마지막 날이었다. 
 

경쟁팀 맨유는 뒤늦게 바이아웃 이상의 금액을 제안하며 펠라이니를 영입했고, 에라라도 영입 직전까지 갔지만, 수뇌부의 실수로 인해 서류작업을 완료하지 못해 이적이 취소된다. 반쪽 성공인 셈이다. 아스널의 입장에서는 외질 한 명의 영입으로 자신의 약점은 감쪽같이 메꾸면서 더비 상대인 토트넘의 에이스는 제거했고, 첼시와 맨시티의 우승 경쟁에 한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와중에 경쟁팀 맨유는 스스로 문제점을 드러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벵거는 못난 감독에서 기회를 잘 포착한 명장으로 세간의 평가를 바꿔놓았다. 이적시장의 문은 굳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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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벵타짜
 

지금까지 칼럼에서 핵심적으로 다룬 이적 이외에도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은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종료되었다. FFP룰 적용으로 인해 생겨난 다수의 자유계약 선수와 그 기회를 이용해 착실하게 전력 보강을 하게 된 팀들이라거나, 타 리그와 다른 중계료 배분 제도 덕에 상위부터 하위까지 돈을 쏟아 부으며 보강을 할 수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팀들, 박지성과 손흥민, 구자철 같은 한국 선수들의 팀 이동 등의 다채롭고 구미 당기는 사건들이 있었다. 또한, K리그 클래식에서는 스플릿 진입을 맞아 수많은 명승부가 펼쳐지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구도가 연출되었다. 국가대표팀도 빼놓을 수 없다. 홍명보호는 유럽파를 가용한 2연전에서 중대한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욕심 같아서는 그 이야기들을 전부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팀의 일 년 농사를 좌지우지하는 여름 이적시장의 중대성이 컸고, 앞으로도 채널예스의 지면을 통해 찾아뵈면서 천천히 풀어놓을 기회가 있기에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주신다면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 
 

자, 이제 13~14시즌 유럽축구는 막 돛을 달고 긴 항해를 시작한 참이다. 독자님들께서 이 칼럼을 통해 얻은 정보로 새벽의 즐거움을 한껏 더 만끽하실 수 있길 기원한다. 즐축하시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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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민규

그림을 그리는 곳에 가서 글을 찾고, 글 쓰는 곳에 가서 공을 찾는 청개구리.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아 이것도 저것도 놓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부유하고 있다. 어떡하나 싶다가도 축구만 있다면 그저 가서 넋 놓고 보는 축빠다. 축구라면 조기축구나 챔피언스리그나 다 재미나게 보는 잡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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