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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챔피언을 가려라, FC서울 VS 광저우 에버그란데 FC

누가 한국 프로축구가 경쟁력이 없다고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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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결승에서 맞이하게 된 팀은 중국의 맨체스터 시티라 불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FC(이하 광저우)다. 중국 부동산 재벌인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지 1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팀이다. 광저우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에 불고 있는 자국 프로축구 붐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자금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들의 전성시대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러니까 2005년의 일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04년, 리그 우승팀과 승점 30점 차이 나는 4위로 턱걸이를 하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리버풀FC가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그것도 조별리그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 가서야 겨우 16강에 진출하고, 결승에서는 전반에 세 골을 먹은 후에 후반에 세 골을 따라잡는 ‘기적’을 보이면서 말이다. 

  

재밌는 건 이 시즌 이후로 리버풀의 역전 우승만큼이나 독특한 기록이 하나 더 생겨났다는 점이다. 장장 5년에 걸쳐 말이다. 2004-2005시즌 이후 2008-2009시즌까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5년 연속으로 자국팀을 올려놓게 된다. 2007-2008시즌에는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 EPL 소속 두 팀이 맞붙기도 했다. 그야말로 EPL 전성시대였다. 


5년 연속 결승, 누가 한국 프로축구가 경쟁력 없다 하나


현재로 돌아와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EPL 전성시대에 못지않은 대기록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3일, FC서울이 에스테그랄 원정에서 비기며 1, 2차전 합산 4:2로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2009년 포항이 도쿄에서 알이티하드와 맞붙었던 이후로 5년 연속 한국팀 결승 진출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유럽에서 있었던 EPL의 독주보다 더 놀랍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지난 5년 동안 모두 다른 한국팀이 결승에 올라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노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맨유가 두 번, 리버풀이 두 번, 그리고 첼시와 아스널이 한 번씩 결승에 올랐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포항, 성남, 전북, 울산, 그리고 서울이 매년 한 번씩 기회를 나눠 가졌다. 지금까지 AFC챔피언스리그 메인 스폰서 중 다수가 중동과 일본 쪽 기업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주는 그들이 넘고 실속은 한국이 챙긴 셈이다.

  

이 기록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전 해에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우승했던 한국팀이 다음 해에는 진출권을 얻는 것조차 실패했던 적도 있다. K-리그 클래식의 상위권 팀이라면 어떤 팀이라도 아시아 최고에 도전할만한 수준이 될 정도로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것이다. 케클(K-리그 클래식) 전성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승전? 매년 있는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유럽에서도 자금력이 우수한 편에 속하는 EPL 상위권 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팀들은 아시아권 내에선 바잉(buying) 클럽이 아닌 셀링(selling) 클럽에 가깝다. 전통적으로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과 일본 같은 국가의 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타 리그의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의 핵으로 삼곤 했던 것과 대비적이다. 물론 AFC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한국 강팀들이 셀링클럽이라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국의 명문 구단보다 자금력이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프로스포츠에서 자금력이 갖는 우위는 절대적이다. 

  

그런 데다 FC서울이 결승에서 맞이하게 된 팀은 중국의 맨체스터 시티라 불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FC(이하 광저우)다. 중국 부동산 재벌인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지 1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팀이다. 광저우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에 불고 있는 자국 프로축구 붐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자금력을 선보이고 있다. 거액을 들여 2006년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마르셀로 리피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한편, 남미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다리오 콘카(이하 콘카)를 전 세계 축구선수 중 3위에 해당하는 연봉을 제시하며 데려올 정도다. 즉,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신흥 명문과 전통 강호(사실, 국내에서 FC서울이 전통 강호라기엔 더 오랜 역사와 영광을 가진 팀들이 많다. 이 구도는 전통 강호인 한국팀과 신흥 세력인 중국팀의 대결이다.)의 맞대결 구도가 그려진다. 광저우가 우승컵을 가져가게 된다면 이는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아 전역에 알리게 될 것이고, FC서울이 가져가게 된다면 전통의 뿌리가 아직 깊고 튼튼하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꺾일 수 없는 별들의 자존심 대결

  

물론 결승전은 구단의 상징성 대립뿐만 아니라 스타 선수들의 맞대결 무대로도 인상 깊다. FC서울이 보유한 용병 중 데몰리션 콤비로 불리는 데얀과 몰리나는 국내 최고의 용병으로 꼽혀 왔고, 그 위력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 몰리나의 폼이 매우 저하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2010년 성남이 아시아 최고 자리에 오를 때 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그를 무시할 수 없다. 아디도 빼놓을 수 없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로도 리그 내 다른 수비수들과 비교했을 때 한 차원 높은 실력을 선보이는 아디는 날카로운 광저우의 창을 침묵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패다. 

  

한편, 광저우의 용병들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말 그대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타 팀들을 정복해왔다. 앞서 언급한 다리오 콘카를 비롯해 유럽 명문 구단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광저우에 안착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엘케손이나 AFC챔피언스리그 12경기 13골을 자랑하는 무리퀴, 이 세 명은 광저우 공격의 시작이자 마침표다. 가시와 레이솔을 상대했던 준결승전에서 1차전 4:1, 2차전 4:0 합계 8:1의 결과를 보여주며 마지막 남은 일본의 자존심을 짓뭉개버렸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16강, 8강, 4강에 이르기까지 전승이다. 과연 아시아에 이들을 막을 만한 팀이 있기나 할지 의심이 들 정도다.

  

공교롭게도 양 팀의 용병들은 나잇대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이십 대를 벗어나지 않은 광저우의 용병들과 에스쿠데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십 대에 들어선 FC서울의 용병들은 좋은 대비를 이룬다. 용병도 신vs구 대결이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양 팀에는 전ㆍ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여러 명 뛰고 있다. FC서울에는 홍명보호 주장을 맡았던 하대성과 함께 고요한, 윤일록, 김치우, 차두리, 김진규, 김용대 등 한국 국가대표들이 있고 광저우에는 EPL에서 뛰기도 했던 정쯔를 필두로 황보원, 펑샤오팅, 가오린, 장린펑, 순시앙 등의 중국 국가대표들과 함께 네 번째 외국인 선수인 한국 국가대표 김영권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대결도 주목해볼 만한 요소다. 단, FC서울에서 차두리, 아디 등의 핵심 선수들이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인해 1차전 출전이 불투명한 것은 변수다.

  

Time to say good match. 경기장으로 향하자.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홈과 원정으로 나뉘어 두 번에 걸쳐 치러진다. 그중 1차전이 FC서울의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이다. 직접 보러 가기에 딱 좋은 일정이다. 지난 4강 1차전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하는데 국내 중계만 없는 사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은 화면 너머로 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미를 가져다주기에 더 그렇다. 

  

가격 면에서도 합리적인 편이다. 결승 1차전 입장권 가격은 성인 기준으로 비지정석이 이만 원에 지정석이 25,000원에서 30,000원 정도다. 평소보다 두 배 정도 오른 가격이다.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광저우 홈에서 열리는 2차전 입장권은 최하 72,000원에서 98,000원이고, 가장 비싼 자리는 144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격 차만 해도 사십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결승 2차전 입장권은 이미 전부 매진되었다고 한다. 광저우와 서울의 평균 관중 수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1차전 입장권 가격은 지나치게 ‘싼’ 가격이다. 

  

경기 시간, 입장권 가격, 5년 연속 결승이라는 점과 서울에서의 경기라는 점, 별들의 전쟁이라는 점까지 흥미로운 요소는 끝이 없다. 거기다가 광저우와 서울은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미 만여 명 이상의 광저우 및 중국팬들이 1차전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작년 울산에서의 결승전, 재작년 전주에서의 결승전이 만석 혹은 만석에 가까운 관중 수를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서울월드컵경기장 만석도 유력해 보인다. 

  

자, 한 번이라도 끓어오를 듯 열광적인 유럽 축구장의 열기를 궁금해한 적 있는가? 팬들의 함성이 고막이 아니라 피부를 떨게 할 정도로 압도적임을 느껴본 적 있는가? 또는 한국팀이 전설을 써내려가는 순간에 당신도 일부가 되어 그곳에 있었음을 증언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10월 26일의 경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대는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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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민규

그림을 그리는 곳에 가서 글을 찾고, 글 쓰는 곳에 가서 공을 찾는 청개구리.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아 이것도 저것도 놓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부유하고 있다. 어떡하나 싶다가도 축구만 있다면 그저 가서 넋 놓고 보는 축빠다. 축구라면 조기축구나 챔피언스리그나 다 재미나게 보는 잡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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