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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혹은 과잉, 그러나 충분히 유쾌한 <슈퍼배드 2>

3년 전, 달을 훔쳤던 전설의 슈퍼 악당 그루!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어 은밀하게 위대하게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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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훔치려던 악당의 소동극이었던 1편에 비해 <슈퍼 배드 2>는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루의 임무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어느 날 거대한 자석에 의해 남극 비밀 연구소가 사라지는데, 이 연구소는 생물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약물을 잘 못 쓰면 세계가 위험에 빠진다. 그루는 비밀요원 루시와 함께 위장 쿠키 가게를 차려 악당을 찾는데, 이 과정에서 그루와 루시 사이에는 애정이 싹튼다.



소심한 범죄를 일삼던 그루가 달을 훔치려다가 세 자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 유쾌한 소동극 <슈퍼 배드>는 2010년 갑자기 나타나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산뜻하게 훔쳤다. 제임스 본드 영화 못지않은 신무기와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운 악당들, 명백히 3D 효과를 겨냥해 만든 다양한 장면들과 고아 소녀와 맺어지는 악당이라는 마음을 움직일 충분한 동기부여, 그리고 ‘미니언’이라는 깜찍한 캐릭터까지 한 번에 쏟아 부어 이룬 성과였다.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와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으로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 버리는 픽사와 드림웍스의 재바른 기획에 비한다면, 조금 심심한 면도 있었지만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신생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첫 영화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3년 <슈퍼 배드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소란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달을 훔치려던 악당의 소동극이었던 1편에 비해 <슈퍼 배드 2>는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루의 임무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어느 날 거대한 자석에 의해 남극 비밀 연구소가 사라지는데, 이 연구소는 생물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약물을 잘 못 쓰면 세계가 위험에 빠진다. 그루는 비밀요원 루시와 함께 위장 쿠키 가게를 차려 악당을 찾는데, 이 과정에서 그루와 루시 사이에는 애정이 싹튼다. 그루와 세 자매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전작에 비해, <슈퍼 배드 2>에는 조연을 포함해 훨씬 더 다양해진 미니언들까지 골고루 등장해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긴다. 여기에 악당을 찾아가는 첩보 미스터리를 섞고, 두 개의 연애 라인을 더하고, 극과 딱히 연관되지 않는 미니언들의 몸 개그까지 가미해 영화는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즉 <슈퍼 배드 2>는 이야기를 매끈하고 유연하게 정리하기 보다는 확실히 과장된 볼거리를 통해 서사 대신 이미지를 과시하고 있다.


전작에서 ‘악당’을 담당했던 그루가 아빠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악당’이 줄 수 있는 불량한 재미는 시작부터 버린 카드였다. 때문에 <슈퍼 배드 2>는 흔히 보아오던 첩보 영화의 틀에 로맨스와 가족애를 녹인다. 절대 대립각이어야 하는 슈퍼 악당이 사라진 틈새는 촘촘한 이야기 대신 미니언의 몸 개그로 채운다. 즉 이야기의 결핍과 그 공백을 과잉된 캐릭터와 이미지로 메우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는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가족애로 귀결되는 결론도 흔하고 뻔해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는 것은 미니언이라는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시각적 재미와 그 만족감이다.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내 삶 속으로도 뛰어 들어올 것 같은 귀여운 미니언들은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되어 극장 밖 풍경도 지배하고 있다. <슈퍼 배드 2>의 성공은 순전 미니언이라는 캐릭터의 힘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술보단 캐릭터의 힘


<몬스터 대학교>


<에픽 : 숲속의 전설>

픽사의 <몬스터 대학교>와 맞붙었음에도 <슈퍼 배드 2>는 힘에 부치지 않아 보인다. 한국 개봉 전 이미 전 세계 45개국에서 8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에픽 : 숲 속의 전설>의 블루 스카이의 약진과 함께 중소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지각변동의 결과이다. 픽사는 최초 스티브 잡스가 설립에 가담했지만 디즈니에 합병되면서 그 독보적인 세력을 키웠고, 스필버그의 드림웍스는 안정된 자본과 그 투자로 우뚝 서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노하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숨어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픽사와 드림웍스의 폐쇄성이, 글로벌 협업을 통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기술력을 공유하면서 살 길을 찾아가는 중소 제작사의 열린 경영에 밀리기 시작했다.


<주먹왕 랄프>


<메리다와 마법의 숲>


<크루즈 패밀리>

실제로 픽사는 2012년 <주먹왕 랄프><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이전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2013년 <몬스터 대학교>가 6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얻어 겨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 가는 중이다. 드림웍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2012년 <가디언즈>는 1억 4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했지만 1억 달러를 회수하는데 그쳐, 흥행 불패 신화는 무너졌다. 2013년 <크루즈 패밀리>가 5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기세를 회복하는가 했더니, <터보>의 참패로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드림웍스는 <가디언즈>의 흥행 실패로 350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유출된 고급 인력들이 중소 제작사로 유입되면서 중소 제작사의 기술력이 평준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후발 주자들의 차별화 전략도 유효했다. 블루 스카이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일루미네이션은 상품화 가능한 캐릭터 전략을 세웠다. 픽사와 드림웍스가 사람의 시야각에 거의 흡사한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는데 집중했던 것에 반해 실제로 <슈퍼 배드 2>의 모든 캐릭터들은 선명한 질감 대신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으로 시각적 편안함과 친숙함을 내세운다. 또한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디테일 보다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미니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매력을 개발했다. 이는 캐릭터 상품뿐만 아니라, 미니언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 오프 격의 작품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근래 픽사와 드림웍스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평준화된 CG 기술과 관객들에게 익숙해진 3D 기법 때문에 이야기와 기술력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에 관객들은 더 이상 픽사와 드림웍스, 블루 스카이와 일루미네이션의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말은 픽사와 드림웍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힘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픽사는 독보적인 창의성을, 드림웍스는 어느 정동 삐딱한 반골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내지 못했다. 셀 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독보적인 아성은 디즈니 왕국을 이루는 폐쇄적인 시장 환경을 만들어냈지만, CG 애니메이션으로 넘어오면서 그 노하우와 기술력은 솔직히 모두 동일한 출발 선상에 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겨울왕국>


<드래곤 길들이기 2>

이제 겨우 4작품을 만든 일루미네이션이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거대 제작사 픽사와 드림웍스를 완전히 물리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루미네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이들이 아직까지 정체기를 겪지 않고 무한 성장 가능한 회사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슈퍼 배드 2>의 성공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식상한 전략으로 스스로의 아성에 흠집을 내는 선배들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애니메이션 흥행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술력이 아니라, 캐릭터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미라는 점을 꼭 새기고 가야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한번 이겼다고, 골리앗이 털썩 주저앉아 패배만 읊조릴 리가 없다. 픽사는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기초로 새로운 공주 캐릭터를 만들어낸 <겨울왕국>을, 드림웍스는 진일보한 기술력의 집대성이 될 <드래곤 길들이기 2>를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진짜 시작은 지금 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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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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