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고려진의 웹툰으로 들여다본 세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아빠는 변태중>, 그 남자의 일상이 궁금하다
그 남자의 딱딱한 겉모습과 여린 속마음
‘남자니까.’ 남자로 태어나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 말. 그 말이 주는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아직 자기를 건사하기도 힘든 어린 꼬마가 엄마와 누나를 지켜줘야 할 의무, 어떤 이유에서건 누나와의 싸움에서 무조건 남동생이 맞아줘야 하는 이유, 모두 단 하나다. 바로 ‘남자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기대되는 어떤 역할이 있다.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자식이라면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그 중에서도 ‘남자라면...’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기대되는 역할들은 참 다양하다. 많은 역할에 힘겨워하면서도 ‘남자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했던 그 마음을 여기 2편의 웹툰들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다음 웹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좌), 다음 웹툰 <아빠는 변태중> (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작가 : 백두부
● 내용 : 공기놀이와 농구가 취미이고, 감수성이 남다른 남자주인공 ‘백두부’. 누나(계을), 엄마, 아빠, 친구 등 주변인물과의 일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간다.
● 감상 TIP : 주요 등장인물인 다소 터프한(?) 친누나가 이 웹툰 연재소식을 모르고 있다. 누나에게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면서도 솔직하게 방출되는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다.
<아빠는 변태중>
● 작가 : 곽인근
● 내용 : ‘변태중’이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아빠, 엄마(오미란), 3남매(변신혜, 변은혜, 변혁민)가족이야기를 중심으로 옥탑방, 1층 셋집 등 같은 집에 사는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전개 중이다.
● 감상 TIP : 매회를 거듭할 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그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과 심리묘사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남자니까’
<어제 오늘 그리고...내일>
-(5화 어느 가을날 정류장에서) 어릴 적 아버진 자주 출장을 다니셨는데 출장을 가기 전 항상 내게 말씀하셨다. “두부야 아빠가 없을 땐 두부가 엄마하고 누나를 지켜줘야해... 남자니까...”
-(2화 져주는게 이기는 거야) 어릴적 누나와 난 정~말 많이 싸우며 자랐다....(중략)...그래도 (누나와의 싸움에서) 나의 승리(?)가 더 많아질 무렵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남자란 어떤일이 있어도 절대 여자를 때리는 게 아니야. 남자니까 두부 네가 그냥 맞아줘.” 당시엔 왠지 그 방법이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방법 같았다.
‘남자니까.’ 남자로 태어나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 말. 그 말이 주는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아직 자기를 건사하기도 힘든 어린 꼬마가 엄마와 누나를 지켜줘야 할 의무, 어떤 이유에서건 누나와의 싸움에서 무조건 남동생이 맞아줘야 하는 이유, 모두 단 하나다. 바로 ‘남자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비논리적인 이유인 듯싶지만, 이보다 더 이런 상황들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을 듯싶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5화) 늦은 저녁이면 가끔 난 이렇게 정류장에서 누나를 기다린다, 물론 타의로... 무서운 누나지만 그래도 늦으면 걱정이 되는데...
<아빠는 변태중>
(1화 벗으라면 벗겠어요)
-아내(오미란) : 요새 뉴스에서 명퇴다 뭐다 말이 많은데.. 당신네 회사는 괜찮은 거죠?? 우리 애들도 아직 다 학생인데..
-남편(변태중) : 남편이 바깥 일 어련히 알아서 잘 하려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남자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의무사항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를 무서운 밤길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온 가족의 생계를 챙겨야 하는 것도 남자의 어깨에 주어지는 몫이다. 싫든 좋든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남자의 책임이라는 이름하에 주어지는 것들이다. 당연히 그들의 몫인 듯 인식되고 있기에, 하지 않았을 때 이상하게 보이고 그 종류 역시 많다. 이러한 남자가 해야 할 것들의 무게를 우리들 대부분은 생각해 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남자로 산다는 것의 무게
<아빠는 변태중>
(2화 차가운게 좋아)
-영은 : 나... 다른남자 만나고 있어. 오빠 우리그만 헤어지자 우리 이제 군대생활 편하잖아. 지금 얘기하면 오빠가 덜 힘들거라고 생각했어... 아무튼 미안해... 내 딴에는 오빠 배려한다고 이제 얘기하는거야...
-변혁민 : 영은아.. 배려해줘서 고맙다...
(6화 그것도 몰랐어?)
-아빠(변태중) : '딸 내미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나는 아직도 눈치를 보며 사는 구나...그래.. 못난 애비 둔 우리 딸, 기분 좀 풀어줘야지... 그리고 좀 더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딸(변은혜) : 아빠, 근데 그 봉지에 든 건 뭐에요?
-아빠 : 뭐긴~ 치킨이지, 허허~ 두 마리 샀다. 오늘 저녁은 신혜랑 은혜랑 엄마랑 가족끼리 치킨 파티 어때?
-딸 : 에.. 치킨이요? 난 치킨 좋아하는데... 언니는... 닭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치킨 못 먹는데...
-아빠 : 신혜가 어...언제부터... 그런게...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과 반대로 그들의 아픔은 혼자 안으로 삼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받는 남자친구는 원망의 말 대신 고맙다는 말로 그 슬픔을 넘긴다. 실직한 사실을 숨기고자 했던 아빠는 딸과의 말다툼에 자신의 못남을 탓하며 어색한 화해를 시도한다. 하지만 옆에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아픔을 나누며 관계 맺는 것에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이다. 이런 겉모습 때문에 냉정하거나 무심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쉽다.
<아빠는 변태중>
(8화 화려하지 않은 고백)
-아들(변민혁) : "아빠회사 주5일제 아니었나?"
-딸(변은혜)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올해부터 계속 토요일에도 회사 나가신데..."
-아들(변민혁) : "하이고...아빠는 평생이 고3이구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5화 아버지와 캐치볼)
항상 엄마와 누나랑만 지냈던 내게 아버지란 존재는 특별했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넓고 따뜻한 등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나 아버진 언제나 바쁘셨고.....휴일이면 항상 잠만 주무시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지금은 안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언젠가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테고... 그때 과연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어있을까....
늘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살아가려 하지만, 무엇인가 모자란 듯 하루하루를 쫓기듯 보내다보면 어느새 그들은 가까운 이들과의 거리가 더 멀어져 간다. 멀어진 관계의 틈만큼 다시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주안을 둔다. 대학이라는 목표에 매진한 고3처럼, 모두의 행복이라는 목표 하에 그들의 감정은 잠시 뒤로한 채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짐이 다소 힘든 것이었음을 주변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은 한참이 지나서일 때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삶의 무게들에 대해서 무뚝뚝하게 대처하는 그들. 겉보기와는 다르게 알고 보면 예민하지만, 감정표현이 서투른 우리 주변의 남자들.
“사람은 기대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는 대로 움직인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따뜻한 격려와 작은 칭찬 한마디로 그들을 평가해준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 옆에 있게 되지 않을까. 오늘은 누군가의 남동생으로, 그녀의 여자친구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한 번씩 고마움을 표시해보는 것을 어떨까? 그 작은 한마디가 그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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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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