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타임 3시간의 놀라운 효과요즘 나오는 청소 로봇은 청소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전기 공급원으로 돌아가 충전한다. 아이는 나중에 청소 로봇을 만들 정도로 탁월한 존재지만 그 지능이 발현되기까지는 로봇과 마찬가지로 엄마에게서 에너지를 충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엄마 품에 있어야 하는 충전 시간은 최소 하루 3시간이다. 아이는 자신의 근원이었던 부모에게서 에너지를 받아 존재감을 찾아간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워킹맘들의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반가운 사실이 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낮에 몇 시간 정도는 다른 사람과 지낼 수 있는 적응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자신을 배 속에 담고 있었던 사람에게 뇌를 맞추는 과정 또한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그 대상에게서 일정 시간 이상 보호받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엉망이 된다. 특히 밤에는 반드시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아직 생명력이 약하기 때문에 해가 진 이후의 냉기를 엄마가 채워주지 않으면 불안을 느낀다. 우리나라같이 사계절이 있는 곳이든, 늘 추운 북극이든, 늘 더운 적도 지역이든, 해 진 후의 깜깜한 밤은 언제나 춥고 외롭다. 혹시 갓난아이가 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아기는 빛과 온도, 냄새로 낮과 밤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엄마는 양육의 333 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루 3시간은 아이를 온전하게 자라도록 하는 매직타임이며, 3년은 엄마의 냄새와 온도를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치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3년 동안 제대로 투자했다면 4년, 5년 투자한 것과 아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3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로 결과가 달라진다. 3년과 4년의 차이는 정서적 안정성이 좀 더 견고한가 약한가의 차이 로 끝난다. 하지만 3년을 채웠는가 채우지 못했는가의 차이는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커진다.
딸아이의 유치원 친구인 윤호 엄마가 심리 상담을 받으러 왔다. 윤호가 다섯 살 때 부모가 정육점을 차렸는데, 가게가 번창하자 엄마도 일을 하게 되어 밤늦게까지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시골에 사는 먼 친척 할머니를 설득해서 겨우 아이를 맡겼다. 할머니는 윤호에게 밥을 차려주는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그만둔다고 하는 일이 많았다. 할머니가 힘드실까봐 윤호는 유치원과 학원 세 곳에 거쳐 저녁때가 되어서야 집에 왔다. 스트레스때문인지 윤호는 매일 과자를 찾고 게임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윤호의 얼굴에 종기가 나기 시작했는데 점점 심해지면서 얼굴은 엉망이 되고 건강도 생활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나는 윤호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들은 후, 예전처럼 돈을 벌지 못해도 아이를 고치고 싶은 마음이 확실히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엄마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는 항상 엄마가 밥을 챙겨주고 아이가 학원에 갔다 온 저녁 7시 이후에는 반드시 아이와 같이 있으라고 했다. 그게 처방의 전부였다. 윤호는 엄마가 만든 간식과 반찬을 먹자 몸이 건강해지면서 종기가 점점 없어졌고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차츰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었다. 엄마의 진짜 사랑을 받자 게임기도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윤호 엄마가 저녁 시간에 따로 특별히 한 것은 없었다. 그냥 밥 차려주고 가끔 책을 읽어주고 숙제를 봐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아이가 얻은 것은 이전과 천지 차이였다.
혼자서 외롭게 양치질하고 눕는 잠자리와 잔소리에 귀가 아프지만 목이 아플 정도로 뽀드득 소리가 나게 세수를 시키는 엄마와 함께 드는 잠자리는 다음 날, 일주일 후, 3년 후 아이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태어난 후 3세까지는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반드시 하루 최소 3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기 이후에도 이 법칙의 효과는 여전히 놀랍다.
내가 먼저 다가가마. 내 엄마가 나에게 왔듯이정신의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
Viktor Emil Frankl은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되어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르는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매일 수 십 명씩 죽어 나가는 수용소에서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프랑클은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미래에 청중에게 강연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믿음대로 프랑클은 기적같이 살아서 대중에게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도 의미를 깨닫고 의지하면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행복하다는, 삶의 의미를 찾는 심리 치료 방법, 로고테라피
logotherapy를 전파했다. 로고테라피 학자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일로 상심해 드러누웠던 엄마들이 심리 치료를 받지 않고도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벌떡 일어나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것이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것은 절대로 변명이나 합리화가 아니다. 비겁한 것은 더욱 아니다. 주체성이 없다는 것은 현학자들의 말장난일 뿐이다. 자식 때문에 사는 당신은 지구에서 몇 안 되는 진실하고 순수한 의미 중 하나를 찾아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것은 실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식이 우리 삶의 의미가 되려면 자식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그들의 의미가 되어주어야 한다. 엄마만 있으면 안심되고 엄마만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엄마만 있으면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잘 수 있어서 엄마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야 한다. 즉 엄마는 한때 자식의 삶의 의미이다. 물론 자식이 스무 살쯤 되면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예전보다 거리를 두어도 된다.
하버드대학교 뇌 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
Jill Bolte Taylor는 37세 때 뇌가 손상되어 언어능력을 잃었다. 인정받는 박사였던 자신을 바보처럼 험하게 다루는 사람들 때문에 혼란과 좌절, 무력감, 분노에 휩싸인 그녀에게 어느 날 담당 의사가 ‘내일 엄마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테일러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엄마? 엄마? 엄마가 뭐지? 밤새 그 단어를 되새기다가 마침내 의미를 깨달았을 때 비록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설레고 흥분되며 안심이 되고 이제 낫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테일러는 엄마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8년 동안의 투병 생활에서 깨달은 사실을 정리해
『긍정의 뇌』라는 책을 쓰고 강연을 했다. 그녀의 강연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상담실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엄마랑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식을 앞에 두고도 밖에서만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잘못 배워서이다. 10년 만에 아이를 가진 여성이 3년만이라도 아이에게 자신의 온전한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은 본능보다 이성을, 직감보다 지식을, 마음보다 외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잘못된 세상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여성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여성의 모습일 뿐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회 공동체의 목표가 되어 가장 약한 아이들이 온몸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너무 멀리 돌아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내 눈을 말똥말똥 쳐다보는 아이에게 지금 딱 필요한 것, 안정된 애착을 만드는 일에 먼저 마음을 모아보자.
이제부터라도 아이에게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 부모의 냄새와 온도를 제공해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깨닫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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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이현수 저 | 김영사
세상의 모든 엄마가 가진 놀라운 능력 ‘엄마 냄새’가 아이의 인생에 기적을 만든다. 엄마 몸속에서 100%의 한 몸으로 살던 아이는 낯선 세상에서 엄마 냄새로 안정을 찾는다. 가장 원시적 감각으로 찾아가는 안전의 신호이자 생명의 필요조건, 엄마 냄새의 본질은 무엇일까? 수많은 아이들에게 제2의 탄생을 선물한 임상심리전문가 이현수 박사가 고려대학병원에서의 20년 연구와 경험으로 완성한 양육의 333법칙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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