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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될뻔한 남자들, 실패한 이유는… - 고성국 『대통령이 못된 남자』
실패한 역대 대권주자들에게서 성공의 비결을 찾다 19대 대통령을 꿈꾸는 주자들이 염두에 둘 것은? 고성국 정치평론가, 역대 대선 후보들의 실패요인 분석하다
대선 시즌에 돌입한 요즘,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벌써 19회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한 선거 방식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고 하나 둘 씩 개선시켜나간 결과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앞둔 현 시점에서 이는 여러 후보들에게도 같은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 평론가가 말한다! 2012 대선 - 고성국 편
이승만, 윤보선, 장면,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현 이명박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역대 지도자들은 총 11명이다. 격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헌정사로 인해 19대를 맞이한 대선의 회수와 지도자의 숫자는 차이가 있지만, 어찌됐든 대한민국은 그 사이 민주화에 성공했고 경제적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금 2012년, 12월에 우리는 12번째 지도자를 선출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의 19대 대선에 이르기까지 열여덟 차례의 대선 중에는 국민의 직접 투표로 이뤄지지 않은 선거도 있었고 결과를 의심받는 선거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승리한 자의 뒤에는 언제나 고배를 마셨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 중에는 그러한 고배를 마시고도 다시금 절치부심의 시간의 거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있다. 그들이 패배자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패배 당시의 교훈을 잊지 않았던 덕분이다. 지난 대선의 역사에서 승리와 패배를 가른 요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요인 중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없을까. 아마도 지금의 대선주자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듯하다.
“자기 지지층만 결집시켜 선거에서 이긴 운 좋은 대통령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이번 선거는 더욱 그러하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유보하는 중간 중도층이 어느 때 보다 많고 이들의 발언권이 어느 때 보다 강한 선거다. 박근혜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대통령이 되려면 ‘지지층의 견고한 결집과 중간 중도층의 견인이라는 상충적 요구를 어떻게 조화롭게 수렴해 대중적으로 구현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2012년 대선을 역대 어떤 선거보다 정치적 민감성과 활성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하는 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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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도 강조하신 바처럼 부동층이 판세를 좌우할 듯 한데요. 매번 대선마다 존재한 중도층이지만, 성향은 약간씩 달랐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역대 선거에서 보면 부동층이 평상시에는 한 40% 정도 되다가 선거가 다가갈수록 조금씩 줄어들어요. 그러다 결국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한 20%는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있어요. 옛날 같으면 그런 부동층은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고 기권층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부동층이 어떤 형태로든 투표장에 가려고 하는 거 같아요. 결국 선거 일주일 전까지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20%에 가까운 부동층이 투표 당일 날 어떤 형태든 입장을 정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정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에요. 개중에는 선거용지를 보고 정당이나 인물과 상관없이 끌리는 쪽에 찍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또 이번에 다른 대선과 다른 차이가 여러 조사에서 부동층이 별로 안 남아있다고 나온다는 거예요. 안철수 후보의 등장 때문이죠. 과거와 달리 새누리당과 민주당 둘 다 싫은 경우에 선택할 대안인 안철수 후보가 있는 덕분에 거의 표가 빠져나가서 어떤 조사에선 부동층이 4~5% 밖에 안남은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4~5%를 우습게보면 안됩니다. 이번 선거가 만약 30만표, 말하자면 유권자의 1~2%로 승부가 바뀔 수 있다고 하면 막판 승부를 뒤집는 것은 부동층이기 때문이죠. 이번 선거는 부동층이 많이 남아있었던 역대 선거와 달리 부동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얼마 안되는 한 표라도 더 잡기 위해 목숨을 거는 치열한 선거전이 이어질 겁니다.
최근 유권자의 특징은 2040 세대로 불리는 젊은층과 50?60대의 중?장년층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2040 세대 중 상당수가 현 정부 집권을 경험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성향을 드러내는데요. 현재의 후보들도 그러한 2040세대의 성향을 의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젊은 세대들 또는 노사모로 표현되는 자신의 열광적 지지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그가 우리사회에 가장 큰 문제를 부여잡고 20년 이상 정치활동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양 김이 엄존해있는 상황,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호남의 방어적 지역주의가 강고하게 두 정당의 지지기반이 되어있었던 그 상황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이야기한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도전한 사람은 거의 없었죠. 설령 있었다 해도 그것을 일관되게 가장 중요한 자신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그 가치에 헌신한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설사 정치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을 반대했었다고 해도 그 진정성은 인정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격의 없으면서도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가 누구든 존중하고 자신과 맞장 떠도 좋다며 소통하는 그런 당당함과 개방적인 자세였어요. 지금 후보들이 2040세대를 공략하려 한다면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적 컨텍스트와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성찰적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선거를 두고 세대 간의 대결 또는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는데,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는 과연 무엇이고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대 간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것이니 새로운 건 아니죠(웃음). 이전까지는 세대의 구성이 상당한 장기간에 걸쳐서 바뀌어 와서 세대 간 갈등이 존재해도 이것이 정치적인 갈등으로까지 부각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는 고령화과 저출산 등으로 급격한 인구구성의 변화를 가지면서 세대 간 갈등이 중요한 정책이슈가 되고 있는 거죠.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에요. 근데 이 상황을 정치지도자들이 통합적 방식으로 잘 수렴해내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됩니다. 이를테면 젊은층이 지지하는 대통령, 고령자들이 지지하는 대통령 이런 식으로 갈라진단 말이에요. 이건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예컨대 여당이 ‘기왕이면 젊은층이 투표장에 덜 갔으면 좋겠다’는 식의 전략을 구사한다면 그런 정당한테 어떻게 나라를 맡기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야권에서 ‘노인들은 집에나 있지’ 라는 전략이 구사되는 것도 마찬가지죠.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도 늘 하는 얘기죠. 지금 시점에서 낡은 정치, 새로운 정치를 구별할 때는 혁신적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구별되는 거 같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정치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가릴 것 없이 낡은 정치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문재인 후보 역시 낡은 정치라고 보는 거죠. 덕분에 두 개의 전선이 이상하게 얽혀있는 셈이에요. 여야의 전선으로 보면 박근혜 대 문재인과 안철수인데 낡은 정치, 새로운 정치로 보면 박근혜, 문재인이 한 편이고 안철수가 다른 편인 전선이 지금 형성 돼 있는 거죠. 결국 이 혼란이 해소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결론이 나는 시점일 겁니다. 만약 문재인 후보로 야권이 후보가 단일화가 되면 낡은 정치, 새로운 정치라고 하는 전선의 규정이 좀 약해지겠죠. 반면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확정이 되면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로 나뉘는 전선이 굉장히 부상할 거예요.
이번 대선에서 주되게 나오는 이슈는 아무래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여야가 내놓는 정책에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기 당 내에 정책에 대한 잡음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세 후보 모두 계급정당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무슨 노선과 이념과 정책으로 딱 일사분란하게 정리해놓고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자, 이념적으로 모이자' 이런 정당이 아니란 말이에요. 대중정당이거든요.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또 안철수 캠프도 큰 방향에 동의한다면 다소 정책적 입장이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당연히 한 당 안에서 이런 저런 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 한 겁니다. 다만 그 때 후보가 크게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는 건 분명히 다르죠.
경제 민주화는 세 후보가 공히 주장하고 재벌기업 개혁도 마찬가지기는 해요. 하지만 이것은 시대정신이 그렇다고 하기 때문이죠. 복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심지어는 ‘우선 정기국회에서 입법할 수 있는 것부터 좀 해보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후보 간에 큰 방향에 있어서 이견이 없어요. 결국 이번 선거가 얼마 안남은 중간층 표를 갖고 오는 후보가 이기게 되어있는데 이 중간층의 트렌드가 경제민주화, 복지강화로 돼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이기려면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어요. 그건 미국 대선도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요. 예선에서는 지지층에게 잘 보이려 한다지만 결국 본선에서는 중간층 대중의 표를 얻어야 이기기 때문에 중간으로 가운데로 계속 오다보면 보수는 좌클릭하고 진보는 우클릭 하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도 지금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건데 전 발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이 아니라 그 정책을 실행할 수단을 검토하는 거예요.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은 좋은데 무슨 수단을 갖고 할 것인지, 어떤 예산을 어떻게 만들어서 할 것인지를 물어봐야 되죠. 여기서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결국 부유세 신설 여부나 출자총액제한 도입 여부 등으로 입장이 갈립니다. 하지만 유권자도 공부 안하면 이걸 판별해낼 수 없어요.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져야 되는 거죠. 유권자가 더 어려운 질문을 후보들에게 하면 후보들의 정책들이 점점 더 구체화 되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결국 유권자가 정책선거를 유도해내야 합니다.
매번 대선에서 등장하는 것이 네거티브 선거전인데요.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 선거법에는 이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거짓말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되어있어요. 사법처리 대상이죠. 그래서 이것은 토론할 필요가 없는 문제고요. 허위사실이 아닌 것, 그러니까 사실 관계를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는 걸 네거티브라고 한다면 네거티브는 허용돼야 합니다. 왜냐면 선거라고 하는 건 어차피 내가 당선되면 상대가 떨어지는 거고 상대가 당선되면 내가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해서 선거를 이기는 것도 방법이고 상대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공격해서 선거를 이기는 것도 방법이란 말이에요. 양자가 다 같이 필요한 거예요. 장관 할 사람도 국회에 불러다가 온갖 검증을 다 하는데 대통령할 사람한테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당연하죠.
검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른바 도덕성 검증이 한 영역이고, 또 한 영역은 이 사람이 국가경영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거죠. 그런데 경영능력 검정은 포지티브(positive) 한 것이고 도덕성 부분은 네거티브(negative) 한 것으로 구별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후보는 포지티브(positive) 캠페인을 하고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서 포지티브(positive) 캠페인을 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요. 어느 캠프나 그렇게 합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후보들이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전략들, 그리고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펴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야당이 정수장학회나 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은 박근혜 후보의 최대 약점이 그것이니 너무나 당연하죠. 그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결국 과거사를 사과하여 결과적으로 안철수, 문재인 후보에게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잖아요. 그렇게 대응을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NLL문제는 좀 성격이 달라요. 이것은 도덕성 문제나 과거사 역사 해석 문제가 아니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가고 있어요.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과 관련해서 어떤 발언을 했는가, 정상회담 당시에 녹취록 여부도 확인해야 되겠지만 다 확인이 된다 하더라도 남은 문제가 있어요. 과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그리고 박근혜 후보 모두 NLL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죠. 물론, 어느 것이 맞다는 식으로 절대적 기준 정해놓고 있는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 국민들 역시 NLL에 대해서 다 생각들이 다르단 말이에요. 그러니 후보들도 자기 생각들을 내놓고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슈의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겁니다.
그 다음으로 다운계약서라든지 이런 문제는 이미 안철수 후보가 사과를 했죠. 다만, 그 사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이느냐는 마음속에 판단들이 모두 다를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 것들이 축적되어가고 지지율로 표현되는 것이죠. 안철수 후보의 경우 이 문제로 인해 기존 지지자와 반대자의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은데, 단 중간층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 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을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다’라고 관망하게 한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사실 안 후보에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주로 이런 도덕성과 관련된 검증 이슈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왜냐하면 안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 밖에 안됐기 때문이죠. 문재인 후보만 하더라도 공인으로 산지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이런 도덕성 관련 문제를 별로 제기하지 않잖아요. 안철수 후보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의 태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많아요. 이게 안 후보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숙제가 되겠죠.
야권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 앞서 말씀을 해주셨지만 향후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어떤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전 단일화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일화를 해서 선거에서 이긴 경우도 있고 진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단일화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멋있고 아름답게 해 내는 가죠. 1+1이면 2가 되는 게 정상이지만 실제로는 1.7이나 1.8이 될 가능성이 많아요. 왜냐하면 누군가 한쪽은 후보가 안 되는 건데 단일화에서 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단일화 후보한테 지지를 보낸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일부 이탈자가 생기는 건 불가피합니다.
반면에 단일화를 하면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 새롭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결국 이탈자 수를 최소화하고 새로 나타나는 지지자의 수를 최대화해야만이 단일화 효과가 있는 거죠. 그러려면 멋있게, 아름답게 해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야권지지자들 모두를 충분히 납득시키면서 단일화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대의에 맞는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공유가 돼야하고요. 하지만 그런 방식의 단일화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보통은 후보 등록하기 전까지는 마무리 하는 것이 예의죠. 한 달 정도 남은 셈인데 지지자들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단일화까지 하기에는 굉장히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보면 단일화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한 것이니 과연 이런 상태에서 멋진 단일화,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좀 비관적으로 여겨집니다.
『대통령이 못된 남자』를 통해서도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셨지만 실패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또 성공한 사람만의 공통점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번 대선에서도 적용되는 패턴은 무엇일까요.
바둑에 '정석은 익힌 다음에 잊어버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경직성에 있습니다. 전략 세우고 자기 원칙 세운 다음에는 그걸 계속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거죠. 그래서 결국 그 프레임 속에 갇혀버립니다. 하지만 정치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야말로 김대중 대통령 말처럼 생물과 같아요. 선거를 하기 전에 각 캠프마다 필승전략을 짜겠죠. 그리고 거기로 가기위한 프로세스도 다 만들어내겠죠. 그러나 이건 그냥 도상의 그림일 뿐이에요.
정말로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걸 잊어버리고 시기와 상황과 대중의 반응에 맞춰서 유연하게 변형하고 변신하면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정치상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선행돼야 하고요. 모든 상황을 내가 쥐고 있다고 하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고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를 하면 원칙을 지켜가면서도 현실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이제까지 대통령이 못된 남자들을 쭉 보면,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경직성, 전략적 유연성의 부족이 제일 큰 실패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묘하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고집이 센 사람들이고 자기 색깔과 주장이 분명한 사람들이에요. 세 사람 누구나 자기 주장, 색깔, 프레임에 매몰되는 순간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 겁니다. 자신의 프레임과 색깔을 지켜나가면서도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고 폭넓게 대선판을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래야 만이 진짜로 국민과 소통하고 호흡을 같이 할 수 있거든요.
세 후보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기존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층의 도전에 직면할 텐데요. 차기 대통령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당선이 되면 당선자 신분으로 한두 달 정도 있다가 대통령에 취임하는데 이때 당선인은 현직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바로 그 시기에 인수위원회라는 걸 구성하고 거기서부터 새 정권의 밑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전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 취임한 날부터 사실은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보거든요. 기득권층의 저항이 예상이 된다면 권력이 가장 클 때 그 저항을 분쇄해야 한다고 봅니다. 표현이 다소 거칩니다만 그만큼 당선된 다음날부터 일주일이 가장 중요하고,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두 달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6개월 동안 못하면 그 후에는 영원히 못한다는 각오로 대통령을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책은 '대통령이 못된 남자'들을 기업가 출신, 대세론, 2인자, 이미지 정치, 진보, 킹메이커 등 총 6개 유형으로 구분해 그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한 장에서 다룬다. 대한민국 근대사 전체를 조망하고 인물들을 재분류해 실패의 이유를 명확히 분석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들을 살펴보는 것은 성공한 이들의 비결을 알아보는 것이며, 동시에 대통령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길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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