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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도 보험료 받기 왜 어렵나 했더니…

내가 어려울 때 과연 큰 힘이 되어줄까? “당신은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진짜 보장받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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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고 있고 사업비 명목으로 떼가는 돈이 얼마이며 보상을 못 받을 경우도 있다는 내용을 알려주며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생활설계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만일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면 직장인들이 그렇게 많은 보험에 가입했겠는가?

“You have insurance, but do you have assurance?”

미국의 보험회사 광고 카피다. 영어사전에서 ‘insurance’는 미국식 영어로 보험이란 뜻이며 ‘assurance’ 역시 영국식 영어로 보험이란 뜻이다. 조금 짜증나는 것은 두 단어를 조합해 봐도 잘 해석이 잘되지 않는다. “당신은 보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보험을 들고 있느냐?”라는 뜻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assurance는 ‘보장’이라는 뜻이 하나 더 있다. ‘보험’이라는 뜻 대신 ‘보장’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해석해 보면 “당신은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진짜 보장받을 수 있는가?”라는 의미다. 이 문구가 보험회사의 광고 카피라는 사실이 놀랍다. 과연 보험회사가 진정한 ‘보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카피다.

다음은 우리나라의 한 보험회사(롯데손해보험)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문구다.

“보험 산업은 특정한 우연한 사고에 관련하는 경제상의 불안정을 제거, 경감하기 위하여 다수의 경제주체(기업, 개인 등)가 결합해서 합리적인 계산에 따라 공동적인 준비를 하는 사회경제적 제도를 업으로 영위하는 산업입니다. 즉, 기업의 생산활동 및 가정생활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사회경제적 역할을 함으로써 일반기업과 달리 수익성 외에도 ‘공공성’이 특히 강조되는 특성을 가진 산업입니다.”

보험회사가 스스로 밝혔듯이 보험은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진짜 불안한 상황이 되면 보험회사들은 많은 이유를 대면서 보장을 꺼려한다. 보험을 가입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소비계층은 사고가 발생해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 주더니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묻고 따지고 또 묻고 따진다.

태풍이 불던 이번 여름 “태풍으로 인한 차량파손, 가입한 보험에 따라 보상 못 받을 수 있다.”라는 주제로 뉴스가 나왔다. 그러자 같이 뉴스를 보시던 아버지께서 “저럴 거면 보험을 왜 드는 거냐?”라며 나지막이 한 마디 하셨다. 자동차보험을 들면 당연히 천재지변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태풍에 자동차가 침수된 경우에 보상받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차량손해보험이라는 것에 가입했어야 한다. 또 경찰 통제에 잘 따른 경우여야만 하고 선루프나 자동차 문을 반드시 잠근 상태였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회사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고 있고 사업비 명목으로 떼가는 돈이 얼마이며 보상을 못 받을 경우도 있다는 내용을 알려주며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생활설계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만일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면 직장인들이 그렇게 많은 보험에 가입했겠는가?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거나, 보험회사가 운영비로 충당하기 위해서 우리 보험료에서 떼가는 비용을 ‘사업비’라고 한다. 얼마 전 금융소비자연맹이 밝힌 사실은 실로 놀랄 만하다. 지난 6년간의 기록을 보면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화재보험의 손해율은 40퍼센트 정도인데 반해 사업비는 50퍼센트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는 보험사고로 100원의 보험료를 징수한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40원 정도이고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 유치 및 보험회사 경비로 사용한 돈이 40원 정도라는 뜻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생명보험사의 경우에도 2010년 회계기준으로 볼 때, 사업비가 대개는 20퍼센트를 넘겼고, 최대 70퍼센트를 넘기는 곳도 있었다. 즉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사업비 명목으로 최소한 20원 이상을 떼놓고 (많은 곳은 70원 이상을 떼어놓는다) 나머지 금액에서 보험료를 지급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보험과 유사한 상품과 업종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상조회’다. 보통은 노년의 고객들이 자식에게 장례비를 부담시키지 않기 위해 가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호부조’ 정신의 입각해 조의금을 낸다. 지인의 장례식에 가서 매월 조의금을 내는 것이 일종의 보험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또 보험금을 내는 것이다. 상조회가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무사히 장례를 치르지 않았던가?

상호부조의 성격상 보험회사는 본래 이익을 남기지 않거나 이익을 보더라도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사람들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 보험제도가 탄생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직원들이 운영하는 공제회는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서로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각종 조의금과 부조금, 상해보상금을 보험의 정신인 '십시일반'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공제회의 주인은 공제회 직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엉뚱한 사람이 주주라는 이름으로 보험료 중 일부를 떼어갈 일이 없다.

그러나 요즘 보험의 보상체계는 ‘일단 다 보상해주고 보험사기 같은 특별한 경우에 보상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선 배상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앞뒤가 바뀌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그렇다면 보험에 가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고 내게 묻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천할 만한 보험상품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험회사 주식이 가장 좋은 보험상품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지금 한국의 보험회사를 통해 가장 보장(?)을 받는 사람은 보험회사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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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재훈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에서 기업의 재무상태를 감사하고 돈의 흐름을 감시하는 공인회계사로 일하며 지난 10여 년간 곱창집 사장님부터 대기업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장사하는 많은 분들을 고객으로 만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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