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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둘 학교 앞 매점 아저씨의 인생 대역전 - 칭허우(宗慶後)

회사 이름을 ‘와하하(娃哈哈)’로 지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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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민 음료회사 와하하 그룹은 쭝칭허우가 삼륜차에 빙과를 싣고 다니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푼돈벌이를 하던 게 시작이었다. 1987년 만 마흔두 살의 쭝은 퇴직교사 두 명과 함께 은행에서 14만 위안을 대출받아 아이스크림과 학용품 등을 판매하는 학교 매점을 열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탄 건 어린이 건강음료가 빅 히트를 치면서였다.

“반걸음만 앞서나가라(領先半步).”

중국에서 돈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쭝칭허우(宗慶後, 1945년~) 와하하(娃哈哈) 그룹 회장의 돈 버는 노하우다. 쭝칭허우는 「포브스」나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胡潤) 리포트」가 작성하는 부호리스트에서 중국 내 수위를 다투는 갑부다.

와하하는 13억 인구의 거대 소비 시장 중국에서 연 매출 550억 위안(2010년 기준)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국민브랜드다. 생수, 유제품, 차음료, 탄산음료, 과일주스, 건강식품, 통조림 등 여덟 개 사업군 100여 종의 제품을 취급한다. 원래 출발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삼륜차에 빙과를 싣고 다니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푼돈벌이를 하던 게 시작이었다. 그런 쭝칭허우가 억만장자로 변신한 것은 모두가 꿈꾸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인생역전이다.


영선반보(領先半步)의 성공전략

1987년 만 마흔두 살의 쭝칭허우는 퇴직교사 두 명과 함께 은행에서 14만 위안을 대출받아 아이스크림과 학용품 등을 판매하는 학교 매점을 열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탄 건 어린이 건강음료가 빅 히트를 치면서였다. 쭝은 1989년 항저우에 음료 공장을 세우고 어린이 건강음료 시장을 노크했다. 중국에는 이미 약 40곳의 건강음료 업체가 난립해 있었고, 그의 구상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았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어린이 관련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쭝은 낙관했다. 사전 준비가 철저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사전조사에서 간식을 먹느라 밥을 잘 먹지 않는 도시 어린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파악하고, 저장(浙江)대 의대에 의뢰해 중국 한방약재를 주재료로 하는 어린이용 건강음료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부모들이 ‘하나밖에 없는’ 자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쓸 것으로도 내다봤다. “건강음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많으나, 어린이용 건강음료를 내놓은 업체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도 성공을 점치는 이유였다. 어린이 웃음소리를 뜻하는 ‘와하하(娃哈哈)’로 회사 이름을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의 예상대로 목표 시장을 특화한 ‘어린이 밥맛 살리는 영양액’은 빅히트를 쳤다. 매출은 출시 첫해 488만 위안에서, 이듬해에는 2,712만 위안으로 급증했다. 3년째에는 1억 위안을 돌파했다.

돈을 좀 벌자 쭝은 사세 확장에 나섰다. 이번에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자신의 공장보다 직원 수가 스무 배 많은 통조림 공장을 항저우시로부터 인수한 뒤 1992~1994년까지 알코올음료, 건강식품 등 제품 다각화를 시도하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그러다가 또 한번 쭝의 예리한 사업적 안테나에 대박 아이템이 포착되었다. 1990년대 들어 중국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고 마시는 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생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와하하 그룹이 생수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와하하 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서북부 청정지역에서 생수를 생산해, 중국 최초의 스타마케팅을 곁들여 생수 시장을 석권했다.

“남들 뒤를 쫓아가서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앞서 나가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경쟁자보다 반걸음만 앞서나가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쭝의 지론이다.

시장을 내다보는 쭝의 안목과 함께 와하하 그룹이 경쟁사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강점이 하나 더 있다. 벽촌이든 어디든 중국 전역을 파고든 전국적 공급망이다. 와하하는 각 성(省)의 자회사가 1급 도매상에 제품을 직접 공급하고, 다시 ‘1급 도매상→2급 도매상→소매상’의 수직구조로 중국 전역에 100만 개의 판매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짰다. 이는 대도시와 농촌 간에, 또 도시끼리도 규모에 따라 경제 발전의 격차가 많이 나고 시골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국적 특수성을 감안한 3사업전략이다. 그리고 도매상으로부터 미리 보증금을 받은 뒤 은행금리보다 높게 이자를 쳐서 상품을 공급하고 연말에는 판매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도매상들의 판매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했다. 도매상들이 와하하 그룹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덕분에 와하하 그룹은 판매수익의 60%를 농촌 지역에서 창출할 만큼 2, 3선 도시 및 농촌에서 절대 우위를 지켰다.


메이드 인 차이나 프리미엄

와하하 그룹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1998년 글로벌 브랜드가치 1위의 코카콜라에 도전장을 던졌을 때다. 바로 ‘페이창(非常)콜라’를 출시했을 때의 얘기다. 다국적기업 코카콜라나 펩시는 대도시 중심의 마케팅을 펼쳤지만, 와하하 그룹은 정면 공격을 피해 시골부터 공략했다. 중국 구석구석까지 거미줄처럼 짜놓은 공급망의 이점을 살려 ‘농촌부터 파고들어 도시를 포위한다’는 이른바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전략을 콜라 마케팅에 활용했다. 중국인 입맛에 맞춘 토종(내셔널)브랜드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금도 대도시에서는 페이창콜라가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나 콜라가 무엇인지 모르던 중국 시골 사람들이 ‘콜라=페이창콜라’라고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페이창콜라는 출시 후 3년 만에 판매량이 코카콜라의 30%선에 도달할 정도로 선전하면서 펩시에 이어 중국 콜라 시장 3위를 굳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몰려든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경쟁을 펼치는 경영환경 속에서 쭝은 와하하가 갖는 토종브랜드와 토종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종종 활용했다. 일명 ‘애국심 마케팅’을 적극 구사한 것이다.

와하하 그룹이 지금 같은 수준의 국민브랜드로 도약기까지는 프랑스 식품기업 다농 그룹이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도 할 수 있다. 와하하와 다농은 1996년 제휴한 이래 2007년 상표권 분쟁이 터지기까지 11년간 합작회사를 서른아홉 개나 세울 정도로, 공고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지분구조 상으로는 다농이 대주주지만, 경영 상의 전권은 쭝이 가지는 관계였다. 한때 와하하와 다농은 ‘중국-외국 기업’간에 합작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결별하고 나니, 결과적으론 다농이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서 와하하의 생산능력을 확대해준 모양새가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실상에서는 쭝이 다농의 경영권 간섭 시도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쭝이 합작사 제품에만 와하하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한 계약을 무시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합작이 청산되었다. 이때 쭝은 중국기업을 손에 넣으려는 외국계 골리앗 다농에 맞서 싸우며 토종기업을 지키는 모습으로 이미지메이킹함으로써 여론의 동정표를 얻었다.


행복하지 않은 갑부

돈과 권력,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도, 쭝은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보다도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2012년 「포브스」 조사에서 쭝의 보유재산은 65억 달러로 평가되었고, 2002년 이후에는 중국의 국회의원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 대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옷차림은 검소하고, 술도 좋아하지 않고, 도박이나 골프에는 더더욱 취미가 없다. 끼니는 회사 직원식당에서 해결한다. 돈이 많아도 정작 쓸 시간이 없고, 돈을 쓴다해도 다비도프담배와 용정차(녹차의 한 종류) 사는 게 전부라고 한다. 그러니 쭝은 하루 용돈으로 20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회사를 세우며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전, 그의 삶은 가난하고 고단했다. 저장성에서 태어난 쭝은 중학교를 마친 뒤 염전 소금 채취 인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오쩌둥의 ‘상산하향(上山下鄕 : 문화대혁명 당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내려 보내 재교육을 시킨 대중문화운동)운동’을 좇아 15년간 시골농장을 전전했다. 1979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어머니가 은퇴하던 해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규 학력이 낮아 항저우의 한 초등학교에 허드렛일을 잡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쭝은 지금도 짠돌이 경영에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와하하 본사 사옥은 20년 전부터 써온 항저우 6층짜리 낡은 건물 그대로다. “본사 건물과 사무실 고치는 데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공장을 짓겠다”고 한다. 생활에서나 회사에서나 근검절약하는 건 똑같다.

독재 경영 스타일도 그만의 특징이다. 소소한 비품 영수증까지 직접 챙긴다고 알려질 정도다. 이사진, 부회장단 없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 쭝이 곧 회사 자체로 여겨질 만큼의 강력한 리더십은 와하하의 성장동력이 되었으나, 2인자를 두지 않는 독선적 경영 방식은 적들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기업가로서 도덕성과 투명성은 더욱 검증받아야 할 부분이다. 골리앗 다농에 대적한 다윗으로 동포들의 지지를 받던 쭝은, 훗날 그와 아내가 미국 영주권자이고 외동딸은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엄청난 역풍을 맞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은 종종 후발주자들을 부전승으로 결승 무대에까지 올려놓는다. 쭝은 그렇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민 음료회사’ 와하하 그룹의 수장 쭝이 그의 성공을 지지했던 13억 중국인들에게 무엇을 돌려줄지 자못 궁금해진다.





[ 부자 DNA ]가부장적 DNA

와하하 그룹의 모든 결정은 쭝칭허우가 내린다. 경영방식이 독선적이라는 비난에는 “기업 경영의 권한은 내가 쥐는 게 당연하며, 작은 권한은 나누어 주면 된다”고 반박한다. 반면 와하하 그룹은 도매상에게도 판매수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고, 마흔다섯 살 이상의 직원은 절대 정리해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모든 직원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3,000위안씩 여행비를 지원해준다. 권력을 나누어주지는 않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가부장적 DNA가 그와 국민 음료회사 와하하 그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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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보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경제부를 거쳐 지금은 사회부에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담당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많은 슈퍼 리치를 ‘뒷조사(?)’한 끝에 ‘가장 아름다운 부자’는 정직하게 부를 쌓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준 인도의 아짐 프렘지(Azim Premji)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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