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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침실을 공중에 띄우니 분위기가…

“우리 집은 밤에 진가를 발휘하는 인테리어” 최아영·유재명 부부의 62.7㎡ 빌라 세월 갈수록 멋을 더해 가는 나무로 꾸민 신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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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또 하나의 독립임을 깨달았다는 부부. 수도꼭지까지도 갖고 싶은 모양이 있을 만큼 원하는 바가 뚜렷했던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집을 꾸미겠다는 집요함을 놓지 않았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하나씩 고민을 거듭하며 드디어 자신들에게 맞는 집을 완성했다. 결혼 3년 만의 결실이다.





최아영ㆍ유재명 부부의 62.7㎡ 빌라

주거 형태-빌라
크기-62.7㎡(19평)
구조-거실, 주방, 침실, 서재, 드레스 룸, 욕실, 현관
디자인&시공-인풀스페이스 (blog.naver.com/infullspace)
총 비용-2천7백만 원(바닥 공사+거실 합판 가벽+주방 가구 보수+ 욕실 공사+ 맞춤 가구+도배 공사+전기&조명 공사+기타)

결혼이 또 하나의 독립임을 깨달았다는 부부. 수도꼭지까지도 갖고 싶은 모양이 있을 만큼 원하는 바가 뚜렷했던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집을 꾸미겠다는 집요함을 놓지 않았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하나씩 고민을 거듭하며 드디어 자신들에게 맞는 집을 완성했다. 결혼 3년 만의 결실이다.




외국의 인테리어 책을 보며 사람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한다. ‘어쩜 똑같은 집이 하나도 없을까!’. 아파트든 빌라든 집 짓는 단계에서 공간 구성을 마치다 보니, 사는 사람이 공간에 맞춰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아영과 유재명 부부의 집은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긴 했지만 남들과 다른 집, 개성을 담은 집을 완성했다. 62.7㎡에 불과한 집은 나무로 둘러싸인 듯 마감이 독특하고, 계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높은 침대, 거실과 주방의 높이가 다른 천장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많다.

“연애를 8년 했어요. 그렇다 보니 제가 집을 사고 아내가 혼수를 장만하는 결혼 준비가 아니라, 가족이 살 집을 구하듯 편하게 의논하면서 신혼집을 준비했어요. 저희 둘 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말고, 우리가 투자해서 집을 꾸며 보자는 마음이 컸지요.”

집의 인테리어는 아내의 취향에 맞춰 주고 싶었다는 남편. 그러나 아내가 집에 대한 수십 장의 PPT 자료를 내밀자 놀라긴 했다고. 우선 비용 부담이 커 보였고,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평생이 걸려도 입주를 못할 것 같아서였다나. 부부는 살면서 하나씩 채워 가자는 마음으로 6개월간 주말마다 집을 꾸몄고, 결혼 생활 3년 동안 필요한 부분을 채우며 지금의 집을 만들었다.

집은 거실, 침실, 주방, 서재, 드레스 룸, 욕실 5곳으로 나뉜다. 부부는 공간의 구분이 뚜렷하면서 조화로운 집을 원했다. 생활 속 행위들이 뒤섞이면 집이 지저분해지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욕실이 작더라도 방 3개가 있는 구조 좋은 집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구조는 맘에 들었지만 1층이라 채광이 좋지 않아서 어둡고 칙칙해 보일 수 있는 이런 스타일이 괜찮을까 고민하긴 했어요. 그런데 둘 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고, 주말은 늘 외출을 하는 생활 패턴이다 보니 저희에게 집이란 주로 밤 시간을 보내는, 잠자고 쉬는 공간이더라고요. 집에 대한 개념이 둘 다 일치하니까 나무를 주로 이용하는 시도가 가능했지요. 우리 집은 밤에 진가를 발휘하는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죠.”

그때는 참 고단했다. 집 고치느라 먼지 먹는다고 삼겹살 챙겨 먹었던 일, 한겨울 추위에 떨며 보낸 크리스마스 파티, 그리고 새벽까지 청소만 마무리하고 오직 이불만 들고 무작정 입주한 날……. 지금은 언제 그랬나 꿈만 같다.


합판을 마감재로 이용한 거실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거실은 눈에 익숙한 보통의 거실과는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커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나무로 마감한 벽이 둘러져 있는 ‘ㄷ’자 공간. 부부는 음악을 듣고, 웹 서핑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는 등 전반적인 생활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한다.




“거실에 TV와 소파를 두는 정형화된 공간은 서로 간의 대화를 없애죠. 우리 집의 거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만들어요.”

독특한 벽 소재는 합판. 보통 합판을 대고 석고를 친 다음 페인트칠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 집은 옷을 입히다 만 셈이다. 아내는 자작나무로 마감하기 원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문제였다. 자작나무보다 저렴하면서도 결 좋은 합판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차선의 선택. 공사 인부들은 으레 내장재인 줄 알고 합판을 함부로 다뤄서 속도 상했단다. 기존 벽 위에 합판을 댔기 때문에 그 두께만큼 공간이 좁아졌다.

합판 마감이 기술적으로도 쉽지만은 않다. 합판이 가공되어 결대로 포장된 순서에 맞춰 벽마다 제자리를 찾아야 했고, 날카로운 나무를 갈고 코팅하고 냄새 빼는 작업들이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런 고된 후작업을 마친 합판 벽은 2년이 넘어서니 색이 변하면서 오래된 목재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고.

거실의 또 다른 반전은 천장이다. 천장을 10센티미터 정도 높여 노출시키고, 주방과 높이 차이를 두어 단조로운 공간에 입체감을 주었다.

“천장을 사선으로 자르면 공간이 시원해 보이고 볼륨감이 생겨서 구조 자체가 달라져요. 벽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요.”

거실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체리색 창문이 맘에 안 들어 시트지를 붙일까 했는데, 반대쪽이 흰색이기에 창문틀을 앞뒤로 바꿔 달았다는 것.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신혼집을 꾸미는 데 그들은 여느 부부보다 강점이 많았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한 풍부한 지식이 있었고, 부부의 의견은 일치되었다. 행동으로 직접 뛰어든 과감함까지 삼위일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침실을 공중에 띄우다


어릴 적 다락방에 대한 로망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부부의 침대는 바닥에서 1미터 이상 떨어진 높이에 자리한다. 높이 떠 있는 침대는 남편이 유일하게 하고 싶어했던 부분인데, 이유를 따지자면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침대를 높임으로써, 아랫부분에 생긴 공간을 수납에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침대 밑 공간은 반으로 나눠 양쪽에 문을 달고, 운동기구부터 철 지난 침구 등 온갖 물건들을 넣어 두었다. 물론 푸근한 분위기의 침실 연출은 당연한 결과.




“처음엔 남편의 의견에 반대했는데, 실제로 살아 보니 아늑하고 잠도 잘 와서 오히려 일어나기 싫을 정도예요. 다들 서지 못해서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데 그다지 서 있을 일도 없더라고요.”

침대 양옆으로는 선반을 질러 한 사람이 앉을 만한 책상을 하나씩 만들었다. 부부 공용의 침실에 독립적인 프라이버시 존을 둔 셈이다.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랄까.

침대 발치 쪽은 붓 터치한 듯한 느낌의 아트 벽지를 붙이고, 부부에겐 자장가 용도로 쓰이는 TV를 걸었다. 유재명 씨는 이 부분이 집의 자랑이란다.

“결혼 무렵 LED TV가 나와 구입했는데, 브래킷이 링 형태인 거예요. 그러면 콘센트 길이만큼 TV가 앞으로 튀어나오죠. 결국 벽을 뚫었어요. 선이 보이는 것도, 길게 몰딩을 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거실에 에어컨 달 때도 선을 감추려고 재공사를 할 정도로 선에 민감하거든요. 가전 제품은 설치하는 순간이 정말 중요해요.”

사소하게 여겨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뒤죽박죽 섞인 전선들로 말끔한 인테리어에 옥의 티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테리어의 완성도는 의외로 작은 부분에서 드러나는 법이니까.


세련된 컬러로 싫증 나지 않는 서재 연출


짙은 퍼플과 그레이, 브라운의 3가지 컬러가 조합을 이루는 서재. 스탠드 불빛까지 더해지면 세월의 흔적을 차곡차곡 쌓은 앤티크 공간에 들어온 듯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해 자연의 틀 안에 머무는 느낌을 주는 집에서 서재는 좀 더 어른스러운 묵직함을 가진다. 게다가 알뜰한 재활용 아이디어까지.




“선반은 공사하고 남은 나무를 모아서 만들었어요. 각이 살아 있는 선반 받침대도 남편이 일일이 깎은 거예요.”

앤티크 제품이려니 짐작한 선반 받침대를 직접 손으로, 그것도 10개가 넘는 양을 남편 혼자 만들었다니 대단하다는 표현이 모자라지 싶다. 집을 둘이서 꾸미기로 했을 때 뭔가 해내자고 다짐한 그의 말을 이보다 잘 입증할 부분이 있을까. 서재를 꾸미는 데 일조한 또 다른 협력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로 카펫 타일을 직접 깔아 놓으셨단다. 요즘에는 간편한 카펫 자재들이 많아져 혼자서도 시공이 가능하다고.

“우리나라는 카펫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오히려 일반 바닥에 먼지가 떨어지면 공기가 순환하면서 호흡기로 들어온다고 해요. 카펫은 먼지를 붙잡고 있으니 날릴 염려가 없죠. 서재는 늘 깨끗하니까 일주일에 진공청소기 한 번 돌리면 충분해요. 조각으로 나뉜 카펫 타일은 더러워지면 그 부분만 교체하면 되니까 오히려 편하고요.”

카펫을 깔면 열이 금방 오르고 천천히 식기 때문에 바닥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 실정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부부는 카펫 예찬을 펼친다.


숨은 공간을 찾아 넓힌 주방


일자형의 아담한 주방은 대리석도, 번쩍거리는 알루미늄도 아닌 나무로 상판을 깐 싱크대가 독특하다. 나무 소재가 중요한 아이템인 이 집에서 나무 상판은 자칫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주방을 다른 공간과 연결시켜 준다.




“꼭 나무 상판을 해 보고 싶었어요.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라 꺼리는 소재지만, 발수제를 바르면 물이 스며드는 걸 방지하니까 쓰는 데 문제 없거든요.”

기존의 주방은 비좁아서 공간을 좀 더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베란다를 터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빼고, 신발장을 반대쪽으로 옮겨 그 폭만큼 가전제품 수납장만 새로 짰다. 거실의 테이블에서 식사까지 해결하기 때문에 식탁을 따로 두진 않았다.

하지만 주방을 넓히기 위해 감행한 베란다 확장이 부부에겐 후회가 남는 공사가 되어버렸다. 확장 후 난방을 보충해도 외풍이 있어서 춥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있는 환경에서는 좁더라도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드레스 룸에 부부 각자의 수납공간을 만들다


신혼집을 꾸미면서 큰 공사 중 하나는 없던 복도를 만든 일이었다. 침실과 나란히 붙어 있던 방을 드레스 룸으로 꾸미기로 했을 때, 부부는 드레스 룸에서 복도가 될 공간을 따로 빼기로 했다.

“드레스 룸을 지금보다 넉넉하게 쓸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복도를 선택했어요. 공간은 행어를 설치하고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면 충분하니까요. 공간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지저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행어 앞은 미닫이문을 설치해 닫아 두었더니 한결 깔끔해졌어요.”

원하는 복도 폭을 남기고 벽을 세운 다음 복도 끝에 드레스 룸의 문을 달았다. 방문이 나란히 붙어 있던 전의 모습에 비하면 집이 덜 답답해 보이고, 공간 구획도 더 확실해졌다. 복도를 내면서 생긴 벽은 부부 사진을 걸어 두는 등 장식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좋다. 수납은 드레스 룸의 양쪽 벽에 행어를 두고 부부가 한쪽씩 나눠 쓴다. 가운데 남은 공간이 통로이자 옷 갈아입는 곳이고, 아내에겐 화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아영과 유재명 부부의 집을 보니 넓은 공간만이 답은 아닌 듯하다. 집이 작다고 불평하기보다는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디테일에 신경 쓰면 유니크한 공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듯이 살면서 조금씩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필요한 걸 채워 가는 과정을 거쳐야 정말 자신들에게 맞는 집이 꾸려진다.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은 집을 수리하고 데커레이션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몇 년씩 걸린다고들 하지 않던가. 이 부부는 집이란 가꿔 가는 대상이라는 걸, 그리고 그 재미와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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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인테리어 임상범 저 | 나무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빌라, 복층, 한옥, 단독주택 등 각양각색의 집에 북유럽, 빈티지, 모던, 내추럴 등 부부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신혼집들을 소개한다. 내 취향을 알아보는 인테리어 질문지, 좁은 집을 넓게 쓰는 법, 인테리어 플랜 짜기 등은 집 꾸밈의 준비 과정을 도와준다. 또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거나 시공 업체와 손잡고 신혼집을 꾸민 스무 커플의 조언은 인터넷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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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상범

육아 전문 잡지 [베스트베이비]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요리, 인테리어, 리빙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거의 매달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고,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집부터 위풍당당한 전원주택,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집까지, 무수히 많은 집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이 풍기는 냄새와 온도를 통해 집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집이란 사는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담아야 비로소 아름답고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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