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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명랑한 신혼부부 집 인테리어

이혜실ㆍ유기주 부부의 52.8m² 복층 빌라 소품 컬렉터가 꾸민 유쾌하고 명랑한 집 소가구와 액자로 거실에 아기자기함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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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 나온 남자와 여자. 그들은 반려묘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남자는 암컷을, 여자는 수컷을, 게다가 둘 다 러시안 블루. 그들의 만남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영화 같은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 그들의 신혼집도 못지 않게 드라마틱할 것만 같았다. 경계심도 없이 낯선 사람을 반기는 고양이 삼식이와 첫 대면을 하며 이혜실 씨의 신혼집에 들어섰다.





이혜실ㆍ유기주 부부의 52.8㎡ 복층 빌라

주거 형태-복층 빌라
크기-52.8㎡(16평)
구조-1층(거실, 주방, 드레스 룸, 다용도실, 욕실, 현관), 2층(침실)
총 비용-5백만 원(도배 공사+가구 일체+주방 용품(가전제품 제외)+패브릭 용품)

남과 똑같다는 건 때로 지루할 수도 있다. 이혜실 씨는 집의 구조도, 접시 하나도 남다르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갖는 집이기에 그 바람은 더욱 강렬했다. “이건 뭐예요? 이건 어디서 구했어요?”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집 엿보기.




소개팅에 나온 남자와 여자. 그들은 반려묘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남자는 암컷을, 여자는 수컷을, 게다가 둘 다 러시안 블루. 그들의 만남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영화 같은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 그들의 신혼집도 못지 않게 드라마틱할 것만 같았다. 경계심도 없이 낯선 사람을 반기는 고양이 삼식이와 첫 대면을 하며 이혜실 씨의 신혼집에 들어섰다.

층고가 높은 복층 구조로, 좁아도 답답함이 덜한 이 집은 사람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온갖 소품들이 말을 걸어오듯, 제각각 빛을 발하는 공간은 마치 집을 개조하여 꾸며 놓은 소품 숍과 다를 게 없다. ‘키덜트’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인형들, 색감과 기하학 패턴이 아름다운 북유럽의 패브릭,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위트 넘치는 주방 용품들……. 예쁜 물건에 대한 그녀의 전폭적인 애정은 집안 곳곳에서 느껴진다.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휴직하고 머물렀던 영국 런던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건물들은 오래되고 비슷한데 내부는 저마다 멋지게 꾸며져 있어서 놀랐고, 하물며 문조차도 너무 다양하고 하나하나가 예뻐서 그녀는 늘 황홀경이었다. 그렇게 홈 인테리어에 큰 관심을 갖게 되어 발품을 팔며 모은 정보들로 『런던 단골가게』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 홈 인테리어 용품 쇼핑몰 ‘트리앤모리(www.treeandmori.com)’의 공동 대표가 되기까지 이르렀다.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란 직업적 재능을 살려 그녀는 이렇게 발랄한 신혼집을 꾸몄다. 무엇보다 그녀는 구조가 특이한 집을 찾으려 애썼다.

지금의 집은 빌라를 증축해 만든 복층 구조로 1층은 거실과 주방, 드레스 룸, 욕실, 다용도실, 현관이 있고, 2층은 경사진 지붕 아래 작은 침실이 있다. 첫 입주라 깨끗하고 고양이들에겐 캣 타워가 필요 없을 정도로 뛰어놀기 좋은 구조라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집이다. 거실 창가의 포인트 벽지와 침실의 키즈용 벽지를 직접 바꾸고, 거실 벽에 조명을 단 것뿐, 제대로 공사랄 것도 필요 없었다.


소가구와 액자로 거실에 아기자기함을 담다


아치형 창문 앞 거실은 고만고만한 크기의 가구들이 주인공이다. 나지막한 테이블, 디자인 의자, 미니멀한 거실장, 고양이들의 발톱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단단히 커버링한 의자까지 소가구 위주다.




“식탁과 테이블을 두고 고민하다가 손님이 오면 의자가 많이 필요할것 같아서 식탁은 포기했어요. 부부가 쓰기에는 식탁이 좋은데 신혼 때는 손님도 많이 오니까요.”

최소한으로 꼭 있어야 할 생활 집기를 두자니 집이 작아 그녀는 가구 사이즈를 꼼꼼히 따져 소가구로 골랐다. 큰 가구는 다음에 살 집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지만, 작은 건 어떻게든 재배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소파가 아닌 1인용 의자를 고른 이유도 마찬가지. 집을구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첫 신혼집에서 기껏 1~2년 정도 산다는 걸 감안해 다른 공간에서의 쓰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일러스트로 레이아웃을 그려 가면서 어울리는 가구를 찾아 다녔다. 거실의 벽은 그녀가 좋아하는 액자 아이템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음 같아서는 복층 빌라의 높다란 벽 전체에 액자를 걸고 싶었지만 새집에, 더군다나 전셋집이다 보니 몇 개로 만족해야 했다.

집에 걸린 액자 속 그림 중에는 그녀의 작품이 많다. 쇼핑몰의 판매 제품이기 전에 그녀 자신이 첫 관람객이 되는 거다. 그림은 주로 A4 사이즈가 많은데 집에 걸기 부담 없고, 액자를 구하기도 수월한 사이즈이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그림이 걸려 있는 집이 그녀는 신기하면서도 즐겁단다.


전시하듯 주방 용품을 디스플레이 한 주방


거실과 한 공간이라 봐도 무방한 주방은 ‘ㄱ’자형으로, 옆에 다용도실이 붙어 있다. 그녀에게 주방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식탁이나 아일랜드 식탁을 놓지 못해 안타까워요. 남편과 같이 요리를 하거나 손님이 찾아올 때면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이런 구조에서는 저 혼자 등 돌리고 서서 일을 해야 하니,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그녀는 왜 주부들이 주방 넓은 집을 선호하는지 결혼하고 나서 그 이유를 깨달았단다. 혼자 살 때처럼 어쩌다가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 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가야 할 필수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요리와 그릇에 관심이 큰 그녀에게는 더욱 그렇다.

“짧은 영국 생활을 하면서 향신료에 흥미를 가졌고, 자연스럽게 요리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잘하진 못해도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기를 즐기는 편이에요.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던 탓에 사 먹는 밥이 싫기도 하고요. 잘 만든 음식은 블로그에 사진을 올려 이웃들과 나누기도 해요. 때때로 사진부터 찍느라 남편에게 식은 음식을 내밀 때는 미안하지만요.”




그릇들은 북유럽 제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화려한 그릇만으로는 재미없어서 스타일이 다른 그릇도 찾아본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의 담백한 그릇들이 좋단다. 특이한 점은 갖가지 패턴과 컬러가 섞여 있지만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거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그녀만의 스타일링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

“어떻게 집을 꾸밀까 스타일을 고민하다가 색을 먼저 정하면 쉽게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다못해 주걱 하나까지 모든 걸 사야 하는데, 색을 골라 놓고 거기에 맞춰 가면 편하니까요. 집이 작으니까 옐로나 밝은 나무색을 기본으로 하고, 방방 떠 보이지 않도록 진한 네이비나 블랙을 써서 살짝 눌러 주기로 했어요. 원래 ‘블랙&화이트’를 좋아하지만 ‘신랑도 소중하니까’ 신랑이 좋아할 만한 중성적인 옐로를 선택한 거예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다. 옐로 컬러가 일관적으로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머물면 기분 좋아지는 이 집만의 비결이 따로 있었다.


신혼의 단꿈 꾸는 2층 다락방 침실


지붕 형태를 살려 천장이 비스듬한 2층의 침실은 오직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다. 공간의 형태상 키 작은 가구를 놓고 매트리스만 깔아두었다. 천장이 낮아서인지 아늑한 기분에 잠이 솔솔 온다는 침실에도 그녀만의 감각이 빛나고 있다. 채도가 높은 옐로 컬러가 쓰인 각종 소품들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가 될 뻔한 침실에 밝은 기운을 불어 넣는다.




침실과 계단 사이의 공간은 책 수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복층은 좁은 집에 어울리는 효율적인 구조라는 장점이 큰 반면,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 복층의 위층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특히 그녀의 집처럼 꼭대기 층의 복층일 경우는 더 심하다. 그녀도 여름에는 더위를 느꼈는데, 다행히 침실 바닥에 전기 온돌 패널이 시공되어 어서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단다.

복층 구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건 다름 아닌 고양이들. 위아래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노는데, 가끔은 2층 난간에 서서 도도하게 아래층을 내려다보기도 한다고. 캣 타워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계단의 뒤편은 고양이들의 화장실이며, 사료 등을 두는 장소로 요긴하게 쓰인다.


신혼집의 필수 공간, 드레스 룸과 기타 공간들


옷이 많은 그녀는 꽤 널찍한 1층 방을 보고 무조건 드레스 룸으로 낙점했다.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가구들을 들였다. 보이는 수납과 감추는 수납을 적절히 배분해 가구를 골랐다.

“요즘은 옛날 혼수품 장만하듯이 몇 자짜리 옷장을 사거나 하진 않잖아요. 저만 해도 저렴한 가격대의 가구를 샀거든요. 나중에 안 쓰게 되더라도 아깝지 않고, 시스템 가구로도 쓸 수 있으면서 분리도 되는 것으로요.”

드레스 룸에도 소가구 공식을 대입했다. 부족한 부분은 싸면서도 예쁜 종이 박스와 물건을 넣는 대로 형태가 달라져 물건이 많이 들어가는 패브릭 바구니 같은 도구로 보충했다. 붙박이장이 갖춰진 아파트와는 달리 빌라나 주택은 수납공간을 짜야 하기 때문에 이런 궁리가 필요했다고.

드레스 룸의 옷장 맞은편에 컴퓨터가 놓인 책상을 마련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화장대도 이 방에 두었으니 이 집에 없어서는 안 될 만능 공간이나 다름없다. 거실이나 주방처럼 여러 가지 장식품들로 꾸민 드레스 룸을 보니, 문득 이 집 청소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털갈이하고 호시탐탐 소품을 건드리는 고양이까지 한몫하지 않을까?

“맞아요. 자주 청소하고 물티슈로 소품들을 닦기도 해요. 원하는 대로 살려면 치뤄야 하는 대가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그녀는 신혼집 스타일링에 더 욕심내고 싶은 눈치다. 일의 성격상 예쁘고 새로운 걸 늘 접하다 보니 ‘지름신’은 자주도 찾아온다고. 다음에 살게 될 집에 벌써 기대를 거는 그녀의 마음을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테리어를 전공했건만, 정작 10여 년간 그래픽과 관련된 일을 했다는 이혜실 씨. 이제 디자이너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진정한 창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림 한 장만으로도 집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고르고 골라 찾아낸 소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자신의 집에 거는 기대와 노력은 끊이지 않을 테다. 그렇기에 신혼집은 그녀에게 소중한 첫 공간이자, 더 나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워 가는 기회의 공간이다. 액자의 위치를 바꿔 보고 쿠션 커버를 갈아 끼우는 하나하나에서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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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인테리어 임상범 저 | 나무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빌라, 복층, 한옥, 단독주택 등 각양각색의 집에 북유럽, 빈티지, 모던, 내추럴 등 부부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신혼집들을 소개한다. 내 취향을 알아보는 인테리어 질문지, 좁은 집을 넓게 쓰는 법, 인테리어 플랜 짜기 등은 집 꾸밈의 준비 과정을 도와준다. 또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거나 시공 업체와 손잡고 신혼집을 꾸민 스무 커플의 조언은 인터넷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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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상범

육아 전문 잡지 [베스트베이비]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요리, 인테리어, 리빙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거의 매달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고,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집부터 위풍당당한 전원주택,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집까지, 무수히 많은 집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이 풍기는 냄새와 온도를 통해 집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집이란 사는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담아야 비로소 아름답고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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