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데로 믿지 마라, 산초야. 마음의 눈을 떠라”
[돈키호테 황정민, 산초 이창용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감옥에 떨어진 세르반테스는 죄수들 앞에서 한 사람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이름은 알론조 키하라. 빼빼 마르고 넋이 나간 얼굴을 했지만 두 눈 만은 태양을 삼킬 듯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 시골 지주님. 은퇴하고 나서는 밤이나 낮이나 책을 벗삼아 소일했는데, 그만 책 에 나오는 세상인간들의 천인 공로할 작태에 의분으로 가득 찼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하다가 제정신 같은 건 놓아버리고 해괴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세운다. 직접 기사가 되어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그렇게 알론조 키하라에게 ‘돈키호테’라는 ‘미션 임파서블’이 떨어진다.
그런 돈키호테가 그냥 “좋으니까” 쫓아다니는 산초와 모험을 떠난다. 이 기사님의 모험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심안의 눈을 떠야 한다. 주막집으로 변신한 영주의 성을 알아채야 하고, 저기 바람에 돌아가는 풍차가 사실은 마법사라는 비밀(!)도 눈치채야 한다. 기사님의 레이디 둘시네아에게도 깍듯이 대해야 한다. 비록 겉모습은 주막집에서 술시중을 하는 여자같이 보이지만 말이다. 이 모든 줄거리는 뮤지컬의 OST 가사를 인용한 것이다. <맨오브라만차>의 뮤지컬 넘버는 단순히 순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게 아니라, 극을 강하게 끌고 나아간다. 가사도 제 몫을 하지만, 대부분의 넘버가 한번 들으면 인상에 남을 만큼 매력적이다.
[홍광호 - 둘시네아]<맨오브라만차>의 첫 번째 미덕을 꼽으라면, 주옥같은 넘버들이다. 막이 오르기 직전 어두운 무대 위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버츄어(overture: 개막 전에 연주하는 악곡)는 음악만으로 극중의 모험과 사랑의 느낌을 물씬 전달하며, 관객들 마음속에 각자의 돈키호테를 그려볼 수 있게끔 한다.
<맨오브라만차>의 타이틀곡 ‘이룰 수 없는 꿈’을 돈키호테가 둘시네아 앞에서 부를 때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배우들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 <맨오브라만차>
[돈키호테 役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
[산초 役 - 이훈진, 이창용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
[둘시네아 役 - 이혜경, 조정은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
[도지사 및 여관주인 役 - 서영주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맨오브라만차>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이 뮤지컬은 관객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꿈을 실어주었다. 조승우는 이 뮤지컬을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이번에 돈키호테로 무대에 오르는 서범석은 늘 돈키호테를 꼭 연기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배우들이 꿈꿀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는 관객들에게도 역시 매번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5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로 공연되는
<맨오브라만차>는 이번에도 역시 좋은 무대라는 입 소문을 타고 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계의 레전드 홍광호, 연기력으로 무대를 압도할 황정민, 드디어 이루어낸 꿈의 주인공 서범석이 돈키호테를 맡았고,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산초는 이훈진, 이창용이,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의 둘시네아 이혜경, 조정은이 캐스팅되었다.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반전 시키며 큰 웃음 선사하는 여관주인 서영주 등 조연들 각각의 기량도 빼어나다. 이들이 최고의 앙상블을 뽐내는
<맨오브라만차>는 굉장히 완성도 높은 무대를 자랑한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돈키호테 황정민, 산초 이창용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남들은 모두 비웃지만, 돈키호테는 지칠 줄 모르고 꿈을 향해 나간다. 그 꿈, 이룰 수 없는 꿈, 참으로 허황된 꿈이다. 기사가 사라진 지 200년도 더 지난 지금에 기사의 삶을 살겠다고, 정의를 쫓아 살겠다고 떠드니 말이다. 낡은 갑옷과 그 갑옷보다 더 낡은 몸을 운신하며 위태롭게 애처롭게 돈키호테는 움직인다. 힘이라도 있다면, 젊음이라도 있다면 인정해줄 수 있는데, 그저 있는 것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뿐이다.
우리가 꿈 앞에서 고민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가? 이걸 잘할 수 있는가? 비전이 있는가? 하는 것인데, 돈키호테의 ‘임파서블 드림’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고, 믿음 같은 사명감뿐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운명이다. 그런 돈키호테의 용기와 신념이, 능력이나 비전, 혹은 확신. 혹시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있는’ 꿈을 지닌 관객에게 위로를 준다. 그러니까 꿈을 쫓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고. 그것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해볼만한 일이라고 말이다.
돈키호테는 보이는 걸 그대로 믿지 말라고, 삶은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쫓아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다니는데, 그 중 ‘둘시네아’로 낙점된 알돈자는 그의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처음으로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고, 소중하게 대해주는 돈키호테에게 처음으로 ‘감동’한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그녀의 영혼을 지켜줄 화술은 있지만, 몸을 지켜줄 힘은 없다. 알돈자가 술집 사내들에게 복수를 당할 때, 마냥 꿈결에 젖어있는 돈키호테를 볼 때, 관객은 꿈을 가진 사람은 상처받을 수 없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구심이 들 것이다. 자기 스스로도 지킬 수 없는 꿈을 가지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한 홍광호의 무대 - 인간적인 매력이 살아있는 황정민의 무대
[돈키호테 役 - 황정민, 홍광호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제공]그 답은 극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끝까지 자기는 창녀 알돈자일 뿐이라고 윽박지르던 그녀가, 꿈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상처도 받은 그녀가 결국 ‘나는 둘시네아’라고 인정할 때의 감동은 노래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더할 수 없는 감동을 안긴다. 이것은 돈키호테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세상에 지친 평범한 여자가 꿈을 만나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높은 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편안하게 미성을 뽐내는 조정은의 연기가 특히 탁월하다. 겉으로는 거칠기 짝이 없지만, 때론 소녀 같고, 때론 레이디 같은 그녀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무대였다.
홍광호의 돈키호테는 클래식하다. 그의 중후한 음색이 클래식하기도 하지만, 갑옷을 둘러싼 홍광호의 연기는,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만큼 멋드러진다. 특히 노인의 목소리로 연기하고 노래할 때가 일품이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차별성을 두어 극 속에 있다가 감옥에 있다가 하는 장면 전환이 음색으로 분명히 구분이 된다. 워낙 그의 목소리나 움직임 자체가 극적이어서, 홍광호라는 배우보다도 돈키호테가 무대 위에 보인다. (그의 ‘이룰 수 없는 꿈’은 그 장면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반면 황정민의 돈키호테는 인간적이다. 긴 다리와 좋은 체격 때문에, 돈키호테로 분했을 때, (얼굴은 노인이었을지라도) 기사의 위엄이 느껴졌는데, 관람한 날 황정민의 대사에는 애드립이 많았다. 힘을 빼고 툭툭 던지는 황정민의 돈키호테는 좀더 인간적이고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의젓한 체격 때문일까, 다른 날의 돈키호테보다 비슷한 연기가 더 허당스럽게 느껴진다. 거기서 비롯되는 애잔하고 연민가는 정서가 강조되어서일까, 뒷부분에는 여느 돈키호테보다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진짜 자신의 꿈을 발견한 사람은,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그 꿈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은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살면서, 자기 한 사람이 변화하기도 어려운 법인데,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그 엄청난 힘이 꿈에 있다고, 돈키호테는 온몸으로 온삶으로 증명해낸다. 이게,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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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올림픽 응원 할인” 행사 진행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나의 저 별을 향하여.” (<이룰 수 없는 꿈> 中)
맨오브라만차가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을 응원한다. 출연 배우들이 <맨오브라만차>의 주제곡 “이룰 수 없는 꿈”을 배경으로 한 응원영상도 제작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달성을 기원하며 7월 17일부터 7월 26일까지 10일간 ‘올림픽 응원할인’을 마련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7월 26일까지 <맨오브라만차>를 예매하면, 20% 할인율이 적용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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