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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된 독설가 - 김진표, 저스틴 비버, 시규어 로스

멋쟁이 키다리 아저씨, 김진표 전 세계 학령기 아동과 10대들의 우상인 ‘초통령’ 저스틴 비버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뮤지션 시규어 로스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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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도 유명했지만 독설로도 유명했던 그입니다. 김진표의 새 앨범은 결혼 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그의 새로운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표독스러움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상당부분 작별을 고한 앨범으로도 들리는데요, 그의 여섯 번째 정규 작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음악으로도 유명했지만 독설로도 유명했던 그입니다. 김진표의 새 앨범은 결혼 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그의 새로운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표독스러움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상당부분 작별을 고한 앨범으로도 들리는데요, 그의 여섯 번째 정규 작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전 세계 학령기 아동과 10대들의 우상인 ‘초통령’ 저스틴 비버의 신보와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뮤지션 시규어 로스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김진표(JP) < JP6 >

김진표는 그동안 말이 많았다. 앨범 안에선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로맨스, 하드보일드, 코미디, 부조리극 등으로 플랫폼을 갈아타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게다가 인터넷은 아직 못 다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던 해방구였다.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전 운영한 개인 홈페이지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팬뿐만 아니라 다수의 네티즌들이 들락거렸다. 이미 고백했듯이 랩은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였다.

1995년 패닉부터 이어져온 네버엔딩 스토리는 30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파스텔톤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1977년생. 우리나이로 36, 두 아이의 아버지다. 이야기의 소재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덜컥 와 버린 거다. 2009년 콘셉트 앨범 성향이 다분했던 < 로맨틱 겨울 >에서는 공감층이 넓은 사랑 이야기를 하며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주구장창 러브 송으로 줄을 세울 수 없는 정규 앨범은 사정이 다르다.

결국 문제는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다. 쉽지 않은 문제를 그는 한번 비틀어 해결해보려 한다. 그 예라면 「아저씨」와 「바람 피기 좋은 날」이다. 나이를 인정하지만, 나이가 부과한 현실은 부정한다. 두 곡에서 ‘김진표’는 ‘가짜(혹은 유사) 김진표’다. 꽤나 교묘하게 있을 법한 이야기를 랩하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어찌 보면 드라마 < 신사의 품격 >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중년 판타지’를 따른다.

물론 두 곡이 전체 앨범 지분에선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반대로 같은 사랑 노래지만 20대 감성과 가까운 「미안해서 미안해」, 「내 여자 친구는 슈퍼스타」는 김진표가 가진 이미지의 잔상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외에도 마치 롱 테이크 촬영기법처럼 숨 가쁘게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이를 닦았나」는 3집의 「350초 미친년 추격전」을 떠올리게 한다. 공동 프로듀서로 브랜뉴 뮤직의 수장인 라이머와 손을 잡아 소속 작곡가들에 비트를 전면적으로 위임하면서 전곡을 작사ㆍ작곡했던 5집 < Galanty Show >에 비해 이야기에 주력할 수 있었다.






불황 가운데서도 정규 앨범을 발표한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긍정적인 전향의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매 앨범마다 도발적 독설을 내뱉던 모습은 상당부분 휘발됐지만 그 틈새를 멋쟁이 키다리 아저씨로 채워 넣었다. 아마도 그의 롤 모델인 배철수를 따라 멋있게 나이 먹는 과정을 밟아가려는 것은 아닐는지.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 Believe >

2008년, 14살 소년의 유튜브 등장으로 점화된 ‘비버 피버(Fever)’는 1집 < My Worlds >로 발화됐다. 반듯한 외모와 맑은 미성으로 10대 여성과 20대 누나들의 광적인 사랑을 받은 저스틴 비버는 정규 앨범도 아닌 < Never Say Never : The Remixes >와 크리스마스 앨범 < Under The Mistletoe >마저도 넘버원을 기록하며 화려한 영광과 환호를 만끽했다.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가수들 중에서 생명 연장에 실패한 가수는 기억 속 네버랜드의 피터팬으로 갇히고, 어설픈 변화를 감행한 이는 혼돈 속의 침묵으로 사라진다. 저스틴 비버는 고공행진 속에서도 이 한계점을 끝없이 상기했을 것이다. 튠을 다운시킨 담백한 어쿠스틱 버전은 무거워지는 나이에 대한 배려였으며 작사와 작곡 참여에 대한 집념은 아이돌의 모습을 벗어나려는 노력이었다. 이 성숙한 고집은 < Believe >를 통해 그가 옳았음을 설득한다.

변화의 태동은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안착했다. 유명한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가 참여한 「As long as you love me」는 짙은 그루브가 돋보이며, 「Die in your arms」에서는 1950년대 두왑 스타일의 허밍 코러스도 선사한다.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와의 프로듀싱으로 부상한 히트-보이가 틀을 건설한 「Right here」에서는 래퍼 드레이크와 저스틴 비버의 끈끈한 흡착마저도 느껴진다. 이 곡에서 짙어진 명도는 캐나다 청년의 성숙도를 표현한다.

농후함과 비등한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트렌드. 「Baby」에서 호흡을 맞춘 루다크리스와 재회를 한 「All around the world」에서는 2011년을 셔플 댄스로 물들인 클럽 댄스곡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차용하며 본류를 포용한다. 소년시절을 연상케 하는 매끄러운 팔세토와 부서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특징인 「Thought of you」에선 그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된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니키 미나즈와 협연한 「Beauty and a beat」는 이런 유행을 표면적 그리고 내면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싱글 커트된 「Boyfriend」는 힙합 리듬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우라를 풍기며 차트 데뷔 2위를 유도했고 「Catching feeling」에서는 다시 한 번 어쿠스틱 기타로 전체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여유까지 발휘한다.

< Believe >는 또 자신의 멘토인 어셔와의 대결도 관심거리. 지난 7월 7일자 빌보드 앨범차트에선 어셔의 앨범 < Looking 4 Myself >를 넘어 정상에 올라 일취월장(日就月將)해진 저스틴 비버의 위력을 증명했다.

저스틴 비버가 1곡을 뺀 모든 노래에 작곡자로 참여한 < Believe >는 소포모어 징크스와 변성기가 맞물린 개인적인 2차 성장기를 영특하고 민첩하게 담았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시규어 로스(Sigur Ros) < Valtari >

아이슬란드 차가운 북풍이 4년 만에 지구를 덮는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비슷하다. 눈부시게 화려하고, 소름끼치게 차가우며, 무엇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반짝거리는 설경은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자아내지만 한 발 다가서면 ‘견디기 힘들다’는 이중적 감각을 지닌다. 앨범의 목차만 훑어보면 8곡의 단출한 모양새지만 실제 러닝타임은 54분이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초’단위까지 쪼개 쓰게 된 인류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시린 눈보라 속을, 오랫동안, 그것도 혼자서 걷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동상을 피하기 위해 짐 속에 넣어두었던 화두들을 꺼내본다.

가장 잘 탈 것 같은 마른 화두에 불을 붙인다.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의 전라 뮤직비디오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아노 대곡 「Fjogur Piano」에서 그는 댄서 데나 톰슨(Denna Thomsen)과 함께 사랑과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밴드는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음악을 듣고 “생각나는 대로 만들라”는 요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6집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4곡(Eg Anda, Ekki Mukk, Varu?, Rembihnutur)이 공개되었다. 의미를 짐작하기 힘든 가사와 중첩적인 사운드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깨끗한 풍경이 그려지던 「Eg Anda」의 뮤직비디오는 실로 충격적이다. 영상은 줄곧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목에 걸렸을 때 응급조치법을 소개한다. (남자, 임신부, 아기까지 유형별로 참 친절하게도.) 이런 발칙한 몽상은 상상력을 부여한다.






순백의 음악과 달리 이들은 철저한 괴짜다. 특히 ‘시규어 로스’라는 스스로의 울타리에 고정되는 것을 가장 참지 못한다. 이들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특정한 의도를 담지 않고 소리 그대로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형태를 해체시켜 버리는 것이다. 제목에서 그 징후를 읽을 수 있다. < Med Sud I Eyrum Vid Spilum Endalaust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 > 앨범에서는 「Inni Mer Syngur Vitleysingur (내 안의 미친 사람이 노래한다)」처럼 음악을 곡 타이틀에 함축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번 신보 「Ekki Mukk」를 직역하면 ‘Not Seagull’의 뜻으로 음악과 동떨어져 있다. 이는 단어 한 자에도 의미를 새기는 행위를 경계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작법이다. 이런 파괴적인 작명은 < ( ) >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 Valtari >는 증기롤러로, 재생할 때 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마치 천편일률적으로 복사할 수 없는 유기체와 닮았다. 타이밍과 질서를 배열함으로서 개개인의 소리가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반짝거리는 분절음은 사사로운 것과는 다른 거대한 존재 -이를테면 자연과 우주를 상기시킨다. 「Eg Anda」와 「Ekki Mukk」의 기운이 고막을 타고 내부로 흘러들면 타이틀 「Varud」는 활공하며 클라이맥스까지 치닫는다. 너무 높이 날아서일까. 타이틀을 지나면서부터는 돌아 봐도, 앞을 더듬어 봐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

시규어로스 음악은 길들어진 공간속에 이질적인 결계를 만드는 특별한 주문이다. 따라서 음악을 듣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바뀐다. 그들이 스스로 경작한 희망어는 그 곳이 어디든 신성하고 의식적인 세계로 바꿔버린다.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소환할 수 있다. 그것은 생경하면서도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체험이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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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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