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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패닉보다는 노바소닉을 다시…” - 김진표 인터뷰

‘유부남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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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김진표를 변하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심증은 가득하지만 그동안 정작 당사자의 변론은 듣기 힘들었다. 음악 외부 활동이 길어졌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4년 만에 여섯 번째 앨범 < JP6 >를 발표했고 김진표는 ‘유부남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털어놨다. 덤으로 패닉과 노바소닉의 재결합 의사도 드러냈다.




김진표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독설이라도 심호흡 한 번 깊게 하고 던진다. 공격적인 질문에도 일정부분 수긍하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들어간다. 저격수가 되어 눈에 밟히는 대상으로 디스 리스트를 쌓아올리던 예전과는 분명히 변해있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결혼과 자녀는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아저씨다. 최근 내놓았던 단란한 사랑 음악과 말쑥한 차림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브라운관에서의 행보도 이미지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무엇이 김진표를 변하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심증은 가득하지만 그동안 정작 당사자의 변론은 듣기 힘들었다. 음악 외부 활동이 길어졌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4년 만에 여섯 번째 앨범 < JP6 >를 발표했고 김진표는 ‘유부남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털어놨다. 덤으로 패닉과 노바소닉의 재결합 의사도 드러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가뜩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미 머릿속에는 그를 더 바쁘게 할 재미있는 구상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질문

4집부터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순해진 느낌인데. 결혼과 관련이 있나.

답변

주위의 환경이 영향을 많이 끼쳐요. 왜냐면 내가 쓰는 거니까. 랩을 내가 만들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질문

「바람피기 좋은 날」, 「아저씨」 같은 곡들은 실화의 느낌이 강하게 오는데. (웃음)

답변

거의 취조 받는 분위긴데요. (웃음)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죠. 사실 그런 걸로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기간들이 있었어요. 솔로 2집 때까지만 해도 제 이야기를 해도 소재가 넘쳐났거든요. 제 이야기, 선생 욕, 부모 욕같이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풀어내는 데도 벅찰 정도였어요. 그런데 솔로 4집 때부터 벽에 부딪히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없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시작은 달랐으나 곡 마지막에 가면 예전에 했던 이야기와 같아져 버렸어요. 그러면 듣는 사람들이 “이 자식은 맨날 똑같은 이야기만 하냐”고 짜증낼 것 아니에요. (웃음)

질문

가사를 쓰면서 그런 스트레스와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갔나.

답변

응용을 했죠. 시작은 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려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훌륭한 소설가는 아니니. 그 때부터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죠. 엄청난 영상자료들을 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으로만 해도 굉장히 많은 아이템이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하는 페이크 기술을 가지게 된 거죠.

질문

「아저씨」 들으면서 김진표를 좋아하는 묘령의 여인이 존재하나 싶었다.

답변

저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동방신기 같은 애를 좋아해야지. (웃음)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사실 「아저씨」를 작업 후반부에 라이머가 곡을 보내기 전까지 저는 제이 래빗의 존재를 몰랐어요. 그러던 중 작업을 하면서 누가 페이스북에 제이 래빗 동영상을 올려놓은 것을 본 거에요. 엄청 신선하더라고요. 애들이 너무 재미있게 음악을 하는 게 보기 좋았고. 얘네들이 나이는 25살이지만 소녀 같은 감성이 있으니 요즘 나오는 고등학생 아이돌보다 더 어리게 부를 수 있는 애들이잖아요. 제이 래빗을 몰랐다면 유치한 곡 같아서 버렸을 뻔 했지만 어렵게 섭외를 해서 도와주셨고 깨끗하게 노래를 처리해줬죠.

질문

타이틀 싱글을 스스로 정하나.

답변

내 의사표현은 하죠. 그런데 회사랑 부딪힌 적이 별로 없어요. 저보다 회사가 객관적으로 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저는 별로 터치 안 해요.

질문

라이머와 함께 프로듀싱을 하게 된 과정은.

답변

원래는 사실 김홍순 형이랑 진행하려고 했어요. 제가 홍순이형 리듬 소스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지금도 리듬 소스에 관해서는 홍순이형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악기를 많이 안 쓰면서도 그루브한 감각은 최강이에요. 홍순이형이 뉴욕에 계셔서 이메일로 주고 받으면서 곡 작업은 이미 2년 전에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곡을 받고나서 보니 너무 스타일이 뉴욕인 거에요. 그래서 작업이 더뎌지고 중단되던 와중에 세환이(라이머)가 작업실에 들어왔길래 곡을 들려주면서 “이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고 물어봤죠. 듣더니 “야, 나한테 맡기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편하게 “내가 너를 어떻게 믿냐, 당장 곡을 몇 곡이라도 들려준 다음에 나를 설득하든가”라고 이야기했더니 진짜로 모레 지나서 30곡을 저한테 보낸 거예요.

질문

이전 앨범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포커스를 맞췄던 부분은.

답변

들으면 실망하실 텐데요, 없어요. (웃음) 음악 작업을 할 때 저는 정말 즐거워요. 곡을 골라서 거기에 맞는 가사와 랩을 풀고, 피쳐링 보컬을 얹어서 마무리 짓는 과정이 저에게는 즐거운 마약 같은 작업이에요.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싶을 뿐이죠. 이번에도 수록한 11곡이 다 다른 느낌이지만 한 앨범으로 넣을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희열을 줘요. 신경 쓰는 것 하나가 있다면 이야기에요. 저는 내 음악이 잘 팔리면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제 가사가 좋아서 그런 거라고 일부러라도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면 그렇게 생각해야 다음 작업이 희열이 넘치는 작업이 되기 때문이라서.

질문

11개의 수록곡을 담은 정규앨범을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도 인상적이다.

답변

2009년에 미니 앨범을 내고 인터뷰를 몇 개 했었는데 할 말도 딱히 없고 몇 마디 하고나면 “어떻게 지내세요?” 이런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이 되어 버리니까 (웃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5집을 냈을 때보다 오히려 풀 앨범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그때는 정규 내면 “왜 정규를 내? 너 미쳤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제는 “그래 이제는 정규를 내야지”라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어요.

질문

이번 앨범에서 많은 보컬들이 참여했는데 그 중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피쳐링 곡이 있다면?

답변

(임)창정이형 곡은 가이드 버전 듣자마자 ‘이건 임창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 라 붐 > 생각이 나는 옛날 느낌을 주는 곡이었죠. 사실 세환이(라이머)가 제 의견 듣고 다른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조언을 줬는데 멜로디 라인도 1990년대 가요틱한 느낌이라서 극대화시켜야겠다고 가게 된거죠. 하우스, 전자음악 사이에서 이런 곡이 반가웠고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었고. 체리필터의 유진씨가 해준 「왜 그랬어」도 유진씨 아니면 안 나왔을 느낌이라는 확신도 있어요.

질문

「미안해서 미안해」에서 지나를 선택한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보나.

답변

지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이 중에서 약간 뜬금없긴 해요. 피쳐링 보컬 선정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이 뭐냐면 일반적으로는 제가 음악 듣다가 “이 노랜 이 목소리야”라고 생각해서 친분과 관계없이 피쳐링 섭외 작업이 진행되는데. 「미안해서 미안해」는 제 랩이 다 끝나고 나서도 누굴 불러야하는지 모르는 곡이었어요. 이건 박정현 같은 사람이 불러서도 안 될 것 같고… 멘붕 상태였죠. 지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라이머였어요. 사실 제 첫 반응은 라이머한테 “야, 아무리 그래도…”였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나오는 아이돌은 하나도 몰라요. 그전까지 지나에 대한 느낌은 비주얼 가수였는데 라이머가 저를 설득시켰죠. 비주얼 가수에 대한 선입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나도 안 해줄지 알았는데 흔쾌히 승낙도 해줘서 은근히 고마운 점도 있었죠.

질문

근래 들어 러브 송들을 많이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쿵하면 붐」, 「어쩌라고」 같이 까칠한 곡들이 수록됐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김진표의 캐릭터나 정체성을 다시 살리려는 의도였나?

답변

아니에요. 음반이 나오게 되면 이 모든 콘셉트를 기획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은 음악이 먼저에요. 저는 가사를 미리 쓰는 경우가 없어요. 아이템 때문에 이런 거는 재밌겠다 싶어서 ‘한줄 메모’는 가능하지만 먼저 랩이 얹히는 음악이 있어야 돼요. 그 뒤에 음악 분위기에 맞는 랩을 써내려가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런 식의 가사가 나오는 거지, 딱히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쓰지는 않아요.

질문

솔로 1집 < 열외 >를 발표하고 15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랩에 수절한 것인가.

답변

그럼요, 해야죠. 20대에 처음 솔로 랩 앨범 발표했을 때도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랩 할 건데?”라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께서도 “너는 정말 노래 안 하니?” 이런 식의 이야기들. 인식도 그렇고 저 역시도 그 때 “30대가 되도 랩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30대가 넘어서 랩을 해도 누구하나 이상하다고 생각을 안 하잖아요. 제가 50~60대 돼서도 랩을 하겠다는 말을 무슨 엄청난 각오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게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거죠. 물론 “맛탱이가 갔어, 이상해”라는 말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죠. 그런 말은 이골이 날 정도로 면역이 됐고. 그 대신 조건은 있어요. 아무도 안 듣는데 저 혼자 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전 또 포기가 빨라요.

질문

아직도 김진표 음악을 찾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 같나.

답변

한 번도 피크를 찍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피크를 한 번 찍으면 내려오는 일밖에 없거든. (웃음) 저는 중심에는 안 있지만 어설프게 사이사이 줄을 잘 타가지고 변두리에 있다 보니까 가끔가다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요. 피크가 내 목표도 아니고요.

질문

랩 1세대라고 불린다.

답변

그렇게 부르시더라고요. 현진영도 있고 이현도도 있는데. 사실 저는 1.5세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현진영, 이현도, 서태지보다 늦게 데뷔를 했고, 제가 데뷔를 한 다음에는 마스터플랜이 생기면서 언더그라운드 신이 조성이 됐어요. 저는 솔로 데뷔 때도 힙합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고 제 뒤에 언더 힙합이 조성 됐기 때문에 선을 나눌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랩 1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디스는 1세대’라고 했더니) 그렇죠. 시비를 많이 걸었죠.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에 대해서.

질문

요즘 디스 걸고 싶은 사람 있나.

답변

내 마누라? (폭소) 사실 「어쩌라고」에서 정치 이야기를 한 게 김문수 경기도지사(119 통화 사건) 디스 곡으로 시작을 했던 거예요. 제목도 사건 다음날 제가 트위터에 올린 ‘도지삽니다, 도지삽니다, 도지삽니다. 어쩌라고?’에서 나온 거구요. 저는 제 자신이 신랄한 가사를 쓸 줄 알았는데 결국 다 쓰고 나니 저를 향해서 쓰고 있더라고요. 옛날 같았으면 곡에다 마냥 욕설을 했겠지만 지금은 “욕설을 했는데 내가 왜 욕설을 한 거지? 이게 무슨 설득력이 있나?”같이 예전에는 없던 중간 과정이 생긴 거죠. 이 곡 말고도 아끼는 곡들이 엄청 많은데 이 곡 하나로 앨범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딱 접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눈치를 챘죠.

질문

이번 앨범에서도 나타나지만 김진표도 그 나이에 맞는 가사를 쓰게 되더라. 10~20대가 주축인 힙합 팬층을 생각한다면 괴리가 느껴지지 않을까.

답변

그런 거는 생각을 하진 않고요. 일단 제 음악은 힙합이 아니고 그냥 팝이에요. 팝에 랩을 입혔다는 게 정확한 것 같고요. 제가 엔더블유에이(NWA), 우탱 클랜(Wu-Tang Clan) 등과 함께 힙합만 음악인 줄 알고 살던 약 6년간의 청소년 시기가 있었지만 제가 낸 앨범들은 그때 들어왔던 음악들과 한 군데도 비슷한 곳이 없어요. 제 음악을 힙합 음악이라 생각을 하고 들으시는 분들도 아마 인정하실 거예요. 저는 힙합을 외면한다기보다는 방관? 그냥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거든요. 물론 힙합 쪽에서 저를 좋아해준다면 무척 반가운 거겠지만 다른 바닥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제 음반과 힙합 신은 색깔이 많이 다르죠. 약간 힙스러운 곡을 가지고 제 음악을 힙합이라고 한다면 스스로도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일부러 힙합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염치없으니까.

질문

이번 앨범도 미국을 직접 찾아가 브라이언 가드너(Brian Gardner)에게 마스터링을 맡길 정도로 과거 앨범들도 미국 쪽으로 작업을 많이 의뢰하던데?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답변

마스터링이라는 작업이 솔직히 개인적인 자위행위에요. 한번 맛을 본 이상 그 맛을 또 보고 싶은 거죠. 사실 그쪽이 잘 하니까. 물론 한 두곡은 꼭 실패해요. 이번에는 「돌아갈 수 있다면」이 실패한 사례고. 굉장히 가요틱한 노래들, 서양 애들이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구성의 곡을 가져가면 얘 네들이 안 당황하는 척 하지만 엄청 당황해요 막 손이 바빠지고(웃음) 곡은 점점 이상해지고 (웃음) 그래도 아직까지는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을 하고요. 내가 가서 배우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정말 미국이 좋은 게 그 유명한 사람, 미국에서 제일 넘버원 간다는 사람도 돈만 주면 VIP 대접해주니까 앞으로도 여력이 되면 갈 거에요.

질문

김진표 랩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라임을 구사하는 면에서.

답변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게 일단 어렵고요. 왜냐면 제로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일은 빠르지만 이미 정해진 것에서 다른 쪽으로 가기 위해 뭔가를 바꾸기 시작하면 매우 힘들다는 거죠. 그리고 나름대로 내가 바꿔봤지만 아무도 몰라. (웃음) 솔로 3집 들어보면 무슨 조pd 처럼 랩하는 곡도 있고 여러 가지 스타일로 나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깨달은 것은 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그게 곧 내 것이 되고 이게 내 히스토리가 된다고 생각을 해요. 바꾸지 않고 계속 있으면 그게 나만의 메리트가 되는 것이고 언제부터라도 사람들이 내 랩 스타일을 그리워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거고. 지금은 제 랩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아마 안 바뀔 거예요.

질문

김진표 앨범에 참여하는 피쳐링 뮤지션 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많다.

답변

저에게 있어서 피쳐링은 너무나 절실한 거에요. 요즘에는 이벤트성으로 많이 하지만 저는 좀 더 이 잡듯이 뒤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인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노래에 얼마나 잘 어울리냐를 항상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아무에게도 안 알려진 사람을 섭외하는 경우도 있고 언더에서 섭외되는 경우도 발생하죠. 이번에 인트로에 참여한 ‘愛’ 같은 경우도 앨범을 낸 적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애에요.

질문

엠넷 < 보이스 코리아 >의 진행을 하면서 노래라는 측면에서 뭘 느꼈나?

답변

느끼는 게 되게 많죠. 가장 큰 수확은 음악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열정’이 저에게 굉장히 자극이 됐죠. 정말 걔네들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사실 그래봤자 아마추어에요. 그래도 제일 많이 느낀 점은 ‘음악이 아니면 못 사는 그들의 인생’이었어요. 저도 음악에 목숨을 건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고.

질문

두 아이의 아버지다. 윌 스미스와 스눕 독 스타일 중에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

답변

일단 윌 스미스 스타일로 해주시고요 (웃음) 저쪽은 너무 세니까~ 그렇게 내가 되면 너무 안 되고 (웃음) 아니 그냥 뭐 아직은 애들이 5살, 3살이고 어리다보니 엄한 아버지는 아니고요. 내가 늘 와이프한테 하는 말이 내 아들에게 뭐 하나 재능이 보인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밀어줄 거에요. 하지만 재능이 보이기 전까지는 그냥 뛰게 냅두자는 주의에요. 왜냐면 내 와이프도 공부 안 했고 나도 공부 진~짜 안 했고 (웃음) 그런데 지금은 옛날처럼 다 잘해야 하는 시기도 아니고 하나만 진짜 잘하면 인정받는 시기가 돼서 제가 재능 하나 찾는 역할은 꼭 해주고 싶어요. 문제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걸 모른다는 거죠.

질문

그래도 겉으로는 윌 스미스를 지향한다고 해도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스눕 독 아닌가?

답변

물론 그렇죠. 아니야. 아~ 아니야~ 그래도 안 넘어가요. (웃음)

질문

랩 음반을 사실상 1호로 냈고, 지금도 카레이싱이라든지 스카이다이빙도 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에 모험을 즐기는 것 같다. 음악에도 그런 면모가 반영이 되는가?

답변

반영이 되겠죠? 결혼하고 애들 생기면서 못하는 부분이 그런 거라서 답답한데 < 탑기어 코리아 >가 그런 부분을 많이 해소해 주고 있어요. 지금도 틈만 나면 대륙횡단 같은 아이디어 짜고 있는데 내 몸 안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돌아다니는 기질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대륙횡단도 더 늙기 전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7년째 추진만 하고 있어요(웃음) 7년 전에는 인천으로 시작해서 중국 거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차타고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굉장히 많이 축소돼서(웃음) 지금은 파리까지만이라도 한 번 가보자(웃음) 어쨌든 그런 꿈을 품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질문

패닉 생활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답변

패닉은 뿌리죠. 내가 음악을 하게 된 동기이자 내가 음악을 배운 학교고 지금까지 음악생활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에요. 패닉 하면서 음악을 많이 배웠어요. 내가 5집을 한다 해도 (이)적이 형한테 배우는 시간이 될 거에요. 패닉을 하면 결국 빼먹는 재미에요. 적이 형이 가르치려고 하지 않지만 저는 굉장히 많이 배우게 되는 시간이죠. 늘 하는 말이지만 패닉은 해체는 아니에요. 둘 다 해체라고 생각 안 하니까.

질문

패닉이 3집 이후에 불화 이야기도 나왔다. 전혀 마찰이 없었나.

답변

사실 별로 없었어요.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패닉에서 제가 해야 할 일, 적이 형이 할 일을 서로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어요. 적이 형은 언제나 지시를 내려요. “진표야 너가 여기서 담당해야 할 부분은 이런 거야”라고 하면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최대한 열심히 했으니까. 완전 편해요. 신경 쓸 부분이 없으니까. 주어진 파트에다가 가사 아이템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난 거기에 맞는 가사를 끄집어내기만 하면 됐어요.

질문

패닉 앨범 중에 언제가 제일 즐거웠나.

답변

(깊게 생각한 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4집이 제일 안 즐거웠어요. 7년간 공백기가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패닉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동시에 생각을 했죠. 패닉 3집을 끝내고 당분간 패닉을 하지 말자고 했던 게 ‘지금 패닉을 하면 생산적이지 않다. 굉장히 소비적으로 대중을 위해서 억지로 뽑아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각자활동을 했었던 거에요. 그러다 5년 정도 지나서 둘 다 에너지가 넘쳤던 거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뭔가 재기발랄한 느낌이 없었어요. 당시에는 즐겁게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제가 좀 게을렀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가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뭔가 안주한 느낌? 그래서 5집이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에요.

질문

패닉 앨범 중에서 최고의 곡을 뽑는다면.

답변

사실 정말 패닉 노래 중에 가장 아끼는 노래가 있는데 「태엽장치 돌고래」에요. 저는 진짜 랩도 16마디인가 한 번 나오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가 저에게 진짜 와요. 제가 한 노래 거의 안 듣는데 그 곡은 근근이 꺼내서 들어요.

질문

노바소닉 활동 중에 얻은 게 있다면.

답변

코-워크요(Co-work). 같이 작업했을 때 얻게 되는 그 힘. 이상하게 밴드는 잘 안 돼도 덜 속상해요. 왜냐면 공연을 많이 하니까. 밴드는 어딜 가든 악기만 있으면 바로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이 굉장히 큰 무기더라고요. 합주 끝나면 술 먹고 멤버들끼리 문제가 생겨도 다음날이면 괜찮아지는 그 동료애도 있었고요. 그 점에 있어서 많이 배웠죠. 그래서 내년쯤에 다시 노바소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어요. 노바소닉은 어쨌든 제가 심장이 안 좋아져서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계속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었잖아요. 그렇다고 노바소닉이 다시 나온다고 해도 대중에게 큰 관심을 끌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활동 중단이 내가 발단이 됐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채무가 있는 거죠. 지금 사실은 더 늦기 전에 패닉보다는 노바소닉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커요.

질문

김진표에게 있어서 음악적으로 롤 모델이 있다면.

답변

사실 없는 게 정답이고요. 사실 국내에서 랩을 이렇게 꾸준히 한 롤 모델이 없기 때문에 없는 게 정답이고. 사실 제 인생의 롤 모델은 따로 있어요. 뜬금없긴 한데 제 롤 모델은 배철수 선배님이에요. 라디오 DJ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롤 모델이 아니라 그냥 철수 형님을 보면 되게 편안해보이거든요 삶 자체가. 편안하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또 큰 욕심 안 부리는 것 같고. 저렇게 나이 들어야겠다고 한 10년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질문

내 인생의 음반을 뽑는다면.

답변

그거 진짜 쪽팔린데(웃음) 그동안 인터뷰한 사람 중에 최악의 앨범을 말할 것 같아서 부끄러운데(웃음) 아 그래도 솔직하게 해야지. 내가 처음 산 LP가 엠시 해머(MC Hammer)의 < Please Hammer, Don't Hurt 'Em >에요. 아직도 영화처럼 기억이 나는데. 조그마한 동네 음반 가게가 있었는데 자전거 타고 가다가 그게 유리창에 디스플레이가 되어있던 거에요. 그걸 보고 나는 그놈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건 사야 돼! 이건 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웃음) 음반 매장에 들어가서 가격을 보니까 5300원이더라고. 그런데 내 수중에 5천원밖에 없는 거야. 그래서 “내일이든 모레든 제가 300원은 나중에 갖다 드릴게요”하고 외상을 해서 사온 음반이에요. 누나 때문에 듀란 듀란, 본 조비 이런 음악들이었는데 엠시 해머 LP를 들은 게 랩과 흑인음악에 대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유학파 친구들에 의해서 NWA니 우탱 클랜이니 닥터 드레(Dr. Dre), 아이스 큐브(Ice Cube) 음반을 공수 받으면서 그 쪽으로 빠지게 되었죠.

질문

김진표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답변

‘육감’ 같은 거죠. 저는 아직도 내가 음악을 하는 것보다 진짜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가 더 행복해요. 왜냐면 음악이라는 것이 진짜 연주를 잘 한 곡을 들을 때뿐만 아니라 제 감성과 완벽히 맞아떨어졌을 때 기분이 더 좋거든요. 내 기분과 딱 맞는 음악이 제가 필요할 때 들려졌을 때 그 희열은 어마어마해요. 저에게 있어서 음악은 내 감정인 것이죠. 바로 저인 것이고. 음악 자체가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 홍혁의, 여인협
사진 : 이한수
정리 : 홍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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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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