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훈련이 체력 단련과 군인의 기본자세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면, 2주차부터는 체력 단련을 기본으로 하면서 실질적인 전투 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해군이나 공군과 달리 보병을 중심으로 하는 육군에서는 당연히 개인화기인 소총의 사격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주차 훈련은 바로 이 사격술 훈련이 중심이다.
사격은 모든 훈련병들의 최대 관심사다. 누가 몇 발을 명중시키는지,
나는 과연 몇 점이나 받을지,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주시한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회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격장 군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우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 바로 사격장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사고 방지를 위해 체력 단련이라는 명목으로 얼차려와 PT체조를 끝없이 시키곤 했다. 하지만 속된 말로 “요즘 군대는 많이 좋아져서” 이런 식의 얼차려는 거의 없다. 2주차 첫날이 되면 훈련병들은 사격술 예비 훈련을 시작한다. 영어로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라고 하는데, 예비역들이 흔히 피(P) 터지고 알(R)배고 이(I)가 갈리는 훈련이라고 농담을 하곤 하는 바로 그 훈련이다.
사격술 예비 훈련은 실제 사격에서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일체의 훈련을 말한다. 우선은 서서쏴, 앉아쏴, 엎드려쏴, 무의탁 전진 등의 각종 사격 자세를 익혀야 한다. 여러 종류의 사격 자세를 구분 동작으로 하나하나 익혀야 하고, 그렇게 익힌 동작을 익숙해질 때까지 연속동작으로 무한 반복해야 하는 훈련이다. 일어서고 앉고 엎드리는 동작을 온종일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되고, 당연히 팔꿈치나 무릎이 까지는 일이 다반사다. 계속해서 소총을 들고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그 무게를 감당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일발필살! 내가 맞히지 못하면 내가 맞게 된다.
정신을 집중하고 온몸의 기를 손가락 하나에 모아야 한다.
2010년 11월에 입대한 배우 강동원이 사격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처음 사격술을 배우는 훈련병들의 동작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울 리 없고, 그럴 때마다 새삼 쪼그려뛰기나 팔벌려높이뛰기 같은 체력 단련용 PT체조가 실시된다. 자갈이 깔린 연병장에서 이틀 정도 사격술 예비 훈련을 세게 받고 나면, 실제로 피가 터지고 알이 배고 이가 갈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육군훈련소에서는 이처럼 무리할 정도로 훈련병들을 다그치지는 않는다. 자세와 사격술을 가르치되 실질적인 사격 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실제 사격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은 훈련병을 표창하는 방식을 통해 훈련병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실제로 사격장에 올라가면 훈련은 일대일 맞춤식으로 진행된다. 훈련병 한 사람 한 사람을 교관과 분대장들이 일일이 직접 개인지도 형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에 기록사격을 하게 되는데, 60퍼센트 이상을 명중시켜야 합격이다.
“피 터지고 알배고 이 갈린다”는 예비 사격술 훈련을 참아낸 것은
바로 이곳 사격장에서 실제 사격 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단 하나의 타깃도 그냥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요즘의 신세대 병사들은 사격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고, 기록을 잘 받아야 한다는 욕심이 강해 집중력도 높은 편입니다. 예전처럼 사격술 예비 훈련을 혹독하게 시키지 않아도 실질적인 사격 능력은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관의 말과 달리 실제로 60점을 받지 못하는 훈련병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들은 주말에 추가로 사격술 예비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타잔처럼 멋지게 날고 싶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처음 해보는 도하 훈련은 힘든 훈련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는 훈련 가운데 하나다.
군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야 하고, 남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다녀야 한다.
계곡을 건너고 늪을 헤치며 나아가야 한다.
흔들리는 줄 위에 서면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만의 자부심이 어깨에 힘을 불어넣는다.
스파이더맨처럼 유연하게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 몸의 균형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다.
온몸의 근육들이 일제히 아우성을 지르는 순간이다.
2주차에 실시되는 훈련으로 기초 유격이 있다. 이때부터 훈련병들은 앞으로 취침과 뒤로 취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군대에 가서 박박 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게 된다. 연병장을 끝도 없이 기어서 오가고, 까마득히 높은 벽을 타넘고, 타잔처럼 줄을 타고 웅덩이를 건너야 한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는 훈련병들이 생겨나고, 부상을 입는 훈련병들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2주차부터는 내무생활도 달라진다. 훈련병 자치 근무제가 적용되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훈련병 가운데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을 선발하고 이들이 내무생활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2주차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훈련병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극에 달하게 된다. 매일처럼 이메일이 오고 손으로 쓴 편지도 도착하지만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은 좀처럼 달래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던 부모님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훈련소 주변의 풍경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고향이며 학교의 길거리 풍경과 친구들이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금단증상처럼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기간인 것이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 있는 이상 통신은 제한되고 그리움을 사랑으로 키우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훈련병들은 서서히 사회와 격리된 군대에 적응해나가고, 아무리 힘들고 두렵더라도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한 마디로 서서히 군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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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다 아름다운 젊음은 없다 김환기 저/김상훈 KISH 사진 | 플래닛미디어
창설 60주년을 맞은 논산 육군훈련소 이야기. 지난 60년 동안 육군훈련소는 수많은 변화와 굴곡, 발전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훈련에 대한 열의와 열정만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시설이 열악하든 말든, 외부의 상황이 좋든 나쁘든, 육군 최고의 정병 육성을 위한 육군훈련소의 땀과 노력은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과연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6.25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육군훈련소의 60년 역사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