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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기 충만한 메가쇼킹의 청춘을 위한 아지트 in 제주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오래 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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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면 그림을 그리고, 심심하면 걸어 다니면서 ‘여유’ 있게 살아볼까 싶었죠. 그런데 워낙 일 벌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못 견디는 성격이기도 해서, 덜컥 무언가를 해보자 싶었던 게 바로 게스트하우스예요.”

Name : 고필헌
Age : 38세
Job : 만화가
Since : 2010년 9월, 2년 차
In Seoul : 만화 <애욕전선 이상없다>와 <탐구생활>를 그린 만화가.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지만, 재밌지 않으면 금세 싫증을 내버리는 성격의 소유자.
In Jeju : 그리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고, 놀고 싶을 때 노는 8명의 ‘쫄깃 패밀리’와 '쫄깃쎈타'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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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과 함께 웹툰 만화가 1세대로 이름을 날리는 그이지만, 어느 순간 서울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마감에 쫓겨 밤낮이 바뀐 생활도 지긋지긋했다. 답답한 도시에서 더 이상 재미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당연한 수순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왜 아니겠는가. 노는 거 좋아하고, 재밌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제주도에 정착하겠다는 걸까. 심각한 건 싫고, 진지한 건 더 싫은 고필헌의 야심 찬 제주 정복기.

제주도를 제대로 여행한 사람들은 다시 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고필헌도 그중 하나였다.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제주도가 점점 가깝게 느껴졌다. 더 이상 도시에서의 삶이 재밌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창 흥미진진했던 그의 활동 베이스 홍대 앞도 점점 시시해져갔다. 부모님과 제주에 관광하러 올 때만 해도 제주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히려 4박 5일 내내 비 내리는 해안도로를 렌터카로 달리면서 다시는 제주에 올 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다.

그런 그가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건 ‘걷기’를 통한 재발견 때문이다. 제주는 차가 아닌, 발로 걸어야 그 진가가 제대로 보인다는 걸 몇 년 뒤 올레길을 종단하면서부터 알아차린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제주도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올레 1코스부터 12코스를 꼬박 2주 동안 걸으면서 제주도에 매료되고 말았다. 제주 음식이 흙돼지나 갈치조림 말고도 돔베고니나 말고기 같은 별미들이 있다는 걸, 평화롭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열정이 숨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제주생활을 위해 내려온 그가 처음 터를 잡은 곳은 모슬포의 전셋집.

“내키면 그림을 그리고, 심심하면 걸어 다니면서 ‘여유’ 있게 살아볼까 싶었죠. 그런데 워낙 일 벌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못 견디는 성격이기도 해서, 덜컥 무언가를 해보자 싶었던 게 바로 게스트하우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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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쇼킹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라니? 뭔가 평범하진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역시나 그다웠다. 주변에선 의아해 했지만,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답게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어차피 말려도 안 된다는 걸 알았기에 두 팔 걷고 응원해 주었다.

그에겐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홍대 앞에 공간을 만드는 꿈이 있었다. 마음 맞는 예술가들을 모아 돈 걱정 없이 실컷 술 마시고 춤추고 질펀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보증금 격인 목돈은 자신이 감당하고 월세는 스무 명이 모아 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제주도에 그런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절대적으로 홍대 스타일! 강남 스타일은 사절이다). 음식점이든 술집이든 카페든 게스트하우스든 상관없었다. 일단 제주에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꿈의 장소가 홍대에서 제주로 옮겨왔을 뿐 달라질 건 없었다. 그의 뜻에 동참하는 동생 고원헌과 후배 만화가 브루스(강민석)이 합류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었다. 아이디어 맨 메가쇼킹, 운영과 경영은 고원헌,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관리는 브루스의 몫.

“‘무계획이 계획이다’가 저희의 모토였어요.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열정과 추진력만큼은 끝내준다니까요. 저는 얼굴 마담으로 이곳을 운영할 아이디어를 짜내고 동생은 사업 경험을 살리고, 제주도가 고향인 브루스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자는 그야말로 윈윈 프로젝트예요.”

고필헌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제주도에 머물면서 공사를 도와줄 자원봉사자, 즉 ‘쫄깃 패밀리’ 모집 공고를 올렸다. 숙식과 쫄깃쎈타 평생 이용권 제공이 옵션의 전부였는데도 불구하고, 단 하루 만에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엄격한(목소리가 좋아야 한다는!) 선발 기준을 통해 4명이 뽑혔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것밖에는 없는, 직업도 나이도 각양각색인 성인 남성들로 일면식도 없이 동거에 들어갔다.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기. 그렇게 4개월이 흘렀다. 사이사이 바다낚시도 하고, 사색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여유로운 생활이 보너스로 주어졌다. 쫄깃쎈타 공사 현장에는 관광객과 현지인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통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 같아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활을 꿈꾸잖아요? 저희 모두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 말이에요.”

제주에 오기 전, 고필헌은 예민한 성격에 인상마저도 차갑게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냥 있어도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보낸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그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제주도는 빠른 시간 내에 자기의 속살을 보여주기보다는 오래오래 천천히 그 진가를 드러내는 곳이다. 그래서 쫄깃쎈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오래 있다 가세요”라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춘들은 특히 환영이다. 이곳에서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고 소통하면서 재미난 일들을 도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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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소통하고,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아지트 쫄깃쎈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느릿느릿 제주의 풍경을 만끽하고 시간에 쫒기지 않는 여행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이미 그의 지인들은 제주도로 놀러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단다. 그동안 개인적인 이유와 공사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미뤄둔 만화가 슬슬 다시 그리고 싶어졌다. 날카롭던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시니컬한 성격도 한층 더 유순해졌다(고들 한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안 되면 그만두면 된다. 단순하게 살면 삶이 즐겁다.


쫄깃쎈타 주인장 메가쇼킹의 제주 정착 Tip
“메가쇼킹 표 게스트하우스 운영법엔 남다른 구석이 있다”


단돈 2만 원으로 근사한 풍경이 보이는 깔끔한 숙소에서의 잠자리라니! 듣는 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는 일이라는 게 메가쇼킹의 조언이다. 이에 대비해 남과 다르지 않으면 도저히 참지 못하는 그답게 사소하지만 특별한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먼저 게스트들을 위해 직접 끓여내는 아침 메뉴 ‘메뚜기 수프’를 들 수 있다. 마트에서 산 ‘오뚜기 수프’에 제주산 감자와 양파를 듬뿍 넣어 끓이는 게 전부인데 그 맛 한번 기가 막히다. 그 비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달군 프라이팬에 마가린을 넣어 녹인 후 적당한 크기로 썬 감자와 양파를 넣고 소금을 뿌려가며 가볍게 볶는다. 오뚜기 수프를 푼 물에 볶은 재료를 집어넣고 강하게 끊이면서 저어준다. 감자가 익을 때까지 계속 저어주다가 청량고추 간 것과 마늘 다진 것을 적당히 넣고 끓여주면 끝. 그 다음은 쫄깃쎈타 표 여행 코스 개발.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뻔한 여행 코스는 사절이다. 해변가를 산책하다가 다이빙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는데, 이후 ‘구명조끼 입고 다이빙하기’가 게스트들의 단골 코스로 자리 잡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3m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은근히 스릴 있다. 이왕 하는 여행, 재밌게 사는 게 삶의 모토인 메가쇼킹과 쫄패들이 함께하는 제주여행이라면 심심할 겨를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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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저 | 시공사

제주에 사는 13인의 자유로운 영혼 혹은 용기 있는 영혼을 담은 책. 저자는 제주에서 만난 13인을 ‘제주 보헤미안’이라 명명했다. 그들의 자유로운 감성, 창조적인 생각, 결단력 있는 행동을 모두 담은 단어 ‘보헤미안’은 제주와 완전한 궁합을 이룬다. 불안함을 이겨내고 제주 행을 택한 보헤미안들은 이 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묵묵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한다 말하고, 제주는 보헤미안들 덕분에 숨겨져 있던 가능성-젊음, 자유, 예술, 대안문화 류의 과거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뿜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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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태경

1977년 생. 전형적인 천칭자리와 O형 기질의 소유자.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선 출판 잡지를 전공했다. 느리고 번거로운 공정으로 만들어진 인쇄물과 종이로 된 모든 것을 흠모하며, 서재가 생긴 후부터는 책장을 정리하거나 책을 구입할 때 희열을 느끼는 ‘컬렉터형 독서인’으로 성향이 바뀌었다.
패션매거진 <신디더퍼키> <세븐틴코리아> <스타일H> <나일론>에서 15년 동안 패션에디터로 동분서주하다, 2010년 가을 콘텐츠 전문기업 어반북스Urbanbooks를 설립해 분야를 막론한 콘텐츠 기획과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에디터T의 스타일 사전> <좀 더 가까이 : 북 숍+북 카페+서재>가 있다.

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저13,050원(10% + 5%)

제주에 사는 13인의 자유로운 영혼 혹은 용기 있는 영혼을 담은 책. 저자는 제주에서 만난 13인을 ‘제주 보헤미안’이라 명명했다. 그들의 자유로운 감성, 창조적인 생각, 결단력 있는 행동을 모두 담은 단어 ‘보헤미안’은 제주와 완전한 궁합을 이룬다. 불안함을 이겨내고 제주 행을 택한 보헤미안들은 이 섬에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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