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콘서트]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밥도 먹어 보세요” - 박칼린 음악감독
“방황은 잘 쓰면 정말 좋은 거에요”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하여…
지난 4월 20일, YES24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함께하는 <희망콘서트>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의 강연자는 현재 대한민국 공연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음악감독 박칼린이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뒤로하고, 많은 학생들과 YES24 회원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4월 20일, YES24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함께하는 <희망콘서트>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의 강연자는 현재 대한민국 공연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음악감독 박칼린이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뒤로하고, 많은 학생들과 YES24 회원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죠.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서투른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혼자 있는 시간의 어떤 부분이 싫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무엇이 충족되는 것인지, 혼자 있을 때 무엇이 결핍되는 느낌인지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굳이 모든 사람들이 혼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 자아를 찾고 책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일기를 쓰는 것과 똑같아요. 처음에는 혼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차단된 공간에서 글로 옮겨 써보세요. 꼭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닌데요, 저에게는 스스로를 성립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에요.
다수를 상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으신데, 한 사람 한 사람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나요?
자신이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따라주어야 그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거죠. 일단 리더는 자신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워낙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믿음이 있어야 해요. 같은 목표를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단 신뢰가 가요. 그 공연을 하고 싶어서 오디션에 왔고, 저희가 함께 하겠다고 뽑은 사람이고요. 그 믿음이 한 번 생기면 의심하면 안돼요. 오디션을 통해 검증된 후에는 연습 시작 한 두 시간 안에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 혹은 기질을 알 수 있어요. 그것을 빨리 파악한 후에 계속 조율을 하는 거죠.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커뮤니케이션은 그 다음 문제가 되는 거에요. 음악감독으로서 혹은 지휘자로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제대로 캐스팅을 해야 하죠. 그렇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은 나중 문제가 되는 거에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왜냐하면 어떤 역사가 있어서 어떤 방황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하면서 살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는 일이 아니에요, 노는 거죠.
방황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을 공부하다가 우주선을 타겠다고 다시 시험을 봐서 전자공학과를 갔었어요. 그곳에서 한 학기동안 공부를 해 보니까 비행을 취미로 하면 될 걸,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음악이 너무 그리웠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방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방황은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시기이고, 온갖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의 장단점을 많이 생각해봐야 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해요. 내가 누군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정열은 어디에 가있는지, 무엇을 할 때 나의 피가 끓는지, 그 열정을 찾아야 해요. 열정을 찾으면 그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모든 세포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찾았을 때 하루하루가 일이 아니에요.
제가 방황하지 않았다면 제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감사할 줄 몰랐을 것 같아요. 방황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지만, 단지 방황으로서 존재하면 안돼요. 자신에 대해 정리가 되어야 하고, 멘토와 그들의 좋은 조언을 찾아야 해요. 저도 많은 조언을 구하고 의견도 교환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무척 많이 갖습니다. 방황은 잘 쓰면 정말 좋은 거에요.
부드럽고 여성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계신 것 같은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는 한 번도 여성스럽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카리스마가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겠는데요. 자신의 것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아가 되었든 기술적인 부분이 되었든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강요해서도 안돼요.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걸어온 길과 배경 같은 ‘역사’를 알게 되면 소통이 더 쉬워져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강요하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이 코너에 몰려서 겁났을 때 큰 소리를 내게 되죠.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싸우지 않게 됩니다. 잘 이끌고 밀어주죠.
특히 음악 분야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상대가 찾아갈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고 인도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Guide를 하고 있을 뿐 Teaching을 하지는 않아요. 저도 Teaching을 해 본 적이 없고요. 자신의 일을 똑바로 알았을 때 그것을 부드럽게 인식시켜주는 것 같아요. 여성스러운 카리스마는 모르겠고요(웃음), 제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요.
박칼린씨에게 멘토가 되어주신 분은 누구이신가요?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학군을 옮겨야 했어요. 그런데 기존에 다니고 있던 중학교가 음악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었거든요. 그 때 음악 선생님께서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셨어요. 아직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도 편지를 올리고 미국에 가면 찾아뵙고 있어요. 모든 앙상블과 음악성을 그분에게서 배웠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또 다른 선생님 덕분에 오케스트라 지휘를 처음 해봤어요. 그분께서 쓰신 곡에 맞춰서 지휘를 했었어요. 호주에 또 한 분이 계시고, 박동진 선생님이 계시죠. 제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인간문화재 선생님 세 분께서 하와이에 공연을 가셔야 했었어요. 영어가 된다는 이유로 제가 수행을 따라가게 되었죠. 그 때 박동진 선생님께서는 제가 국악 공부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르셨고, 노래하는 걸 들어보신 적도 없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된장찌개를 드시다가 ‘자네는 소리를 해야 쓰겄네.’ 하시더라구요. 무언가 풍기는 것이 있나 봐요.
제가 잘나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분들께서 얼마나 주고 싶어 하시고 희생을 할 수 있는 큰 사람이셨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다가 가르치셨을까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재를 바로 찾아내고,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해내고, 그러면 교류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한국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는데 한국 학생들이 정말 미울 때 많아요. 너무 열심히 해요(웃음). 그렇지만 따라간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저는 사람들을 개개인의 가치로써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상에서 누가 누구를 비교했을 때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자기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냈을 때 행복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예쁜 사람은 자신의 그릇을 채우려고 노력해 나가는 사람이에요. 정말 재능 있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놀고 있으면 정말 미워 보여요. 저는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제일 예뻐요. 다른 사람을 따라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비교하지 마세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거에요. 다른 사람을 쫓아가지 마세요. 자기 자신을 먼저 채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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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끈 지휘자 박칼린 20년이 넘도록 한국 뮤지컬을 지켜온 그의 삶이야기가 지금, 여기 펼쳐진다 〈명성황후〉〈사운드오브뮤직〉〈시카고〉〈렌트〉〈아이다〉〈노틀담의 곱추〉〈미녀와 야수〉등 국내 유명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맡아오면서 지난 20년간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 온 박칼린.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