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실력이 서로 비슷한 두 아이가 수학경시대회에 학년 대표로 나갔다. 대회 결과 두 아이 모두 예상 외의 저조한 성적을 받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회에 출전한 만큼 두 아이 모두 결과에 실망했다. 여기서 부모는 성적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아이의 이후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어떤 아이는 자기보다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어떤 아이는 예상치 못한 실패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점점 수학을 멀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일까? 당연히 전자의 아이다. 이처럼 똑같은 시련 속에서도 어떤 아이는 이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지만, 어떤 아이는 후퇴를 한다. 부모가 아무리 애지중지 잘 키웠더라도 한순간의 시련이 아이를 주저앉힐 수 있다.
이렇게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회복탄력성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좌절이나 실패를 통해 배우고 향상된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적절히 좌절이나 실패에 노출시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또 부모는 아이가 욕구의 지연과 거절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먼저 이번 장에서는 부모로서의 자세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부모가 이상적인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존재하지 않으며 완벽한 부모가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부모는 아이들과 해야 하는 일 혹은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을 생각하며 아이의 교육을 걱정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정작 아이의 교육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유연한 사고력을 갖지 못하게 한다. 아이를 행복하게 잘 키우려면 먼저 부모 자신부터 점검해야 한다.
자녀교육을 방해하는 부모의 다섯 가지 믿음
믿음 1: 아이는 원래 착하다
때로는 부모의 잘못된 믿음이 자녀교육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첫 번째 믿음이 바로 ‘아이는 원래 착하다.’라는 생각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착한 마음과 다른 사람을 공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자 오해다. 루소는 아이가 인간적 감정과 사회적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에밀』)고 주장했다. 또 그는 어렸을 때 교육받지 못한 아이는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아이가 무엇이든 결정하도록 하고, 보고 싶은 대로 현실을 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아이를 심각한 폭군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믿음 2: 아이의 모든 부정적인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하는 말과 감정 표현에 대단히 민감하다. 특히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 표현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대단히 유연하고 상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똑같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더라도 상황에 따라 그 감정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갑자기 밥을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혹은 평소 부모의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신경질을 내고 반항한다면, 이는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숙제 때문에 원하는 만화를 볼 수 없거나 원하는 놀이를 하지 못해 우는 것이라면, 이는 자신의 요구나 바람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난 것이다. 아이가 진심으로 슬프거나 우울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의 현실을 이해하고, 아이의 행동에 담긴 ‘현실적인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욕구의 지연과 거절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시킬 수 없을 것이다.
믿음 3: 강압적인 교육은 좋지 않다
아이가 누리는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안정만이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애정을 쏟는 것은 중요하다. 이와 별개로 부모는 아이를 위해 억지로 야채를 먹이거나 공부를 시키는 등 아이의 즐거움에 상반되는 요구를 하게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너그러울 수 없다. 물론 언어 폭력을 사용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때로는 아이에게 단호하고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습관적으로 부모의 말에 반항하고 불복종한다면 체벌을 할 필요도 있다.
믿음 4: 무언가를 부탁하기에 아이는 너무 어리다
예닐곱 살 정도의 아이가 설거지를 하거나 자기 방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직 어린데, 저래도 되는 건가?’ ‘부모가 너무 엄하게 대하는 거 아냐?’ 하는 우려의 생각이 먼저 들지 않는가?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대단히 어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리다. 하지만 어리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거나 부탁하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면 식탁을 닦거나 수저를 옮기는 일처럼 쉬운 집안일 정도는 얼마든지 시킬 수 있다. 아이에게 자신의 장난감을 정리하게 하거나 요리를 거들게 할 수도 있다.
믿음 5: 권위적인 부모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더 좋다
친구 같은 부모, 아이를 잘 이해해 주는 신세대 부모를 꿈꾸는 부모가 많다. 이들은 아이의 자율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하지만 자율성은 단지 교육의 한 목표일 뿐이다. 그리고 자율성은 아이가 가족의 보호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을 때 실질적으로 형성된다. 아이에게 자율성보다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은 부모가 권위자라는 사실이다. 물론 친구처럼 자상하고 격이 없는 부모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가르치고, 사랑하고, 보호하고, 어떤 일을 결정하고 때로는 처벌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없어도 아이가 이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과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임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
- 아이의 회복탄력성 디디에 플뢰 저/박주영 역 | 글담
요즘 아이들은 작은 문제에 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하며 사소한 실패에도 쉽게 좌절한다. 발달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아이 스스로 일상 속에 부딪히는 크고 작은 시련과 문제를 이겨 내는 마음의 근육, 즉 '회복탄력성'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회복탄력성이 자녀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힘에 대한 문용린 교수의 글을 수록하였고, 왜 회복탄력성이 필요한지를 요즘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바탕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