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좁다! 쓰나미 현장에서 다시 만난 인연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어느 운전기사와의 만남
지구촌이라는 책을 펼쳐놓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읽고, 시대의 아픔을 덜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함께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 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아픔과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살피는 이들이 있다.
지구촌이라는 책을 펼쳐놓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읽고, 시대의 아픔을 덜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함께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 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아픔과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살피는 이들이 있다.
시인은 똑같은 책을 펼쳐들고도 일반 독자들이 놓치는 삶을 참신한 언어로 풀어내는 가슴을 가졌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읽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며, 시대 속에 놓였으나 시대를 관통하는 시인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멀리 서서 방관하지 않고, 다가가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인의 감성은 거저 생긴 게 아니요, 혼자 잘나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시인은 누군가와 함께하려고 간 자리에서 오히려 곁에 함께 있어주는 이들의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먼저 변하며 성숙해짐을 경험한다. 그래서 누군가, 어딘가에서 부르면 배낭 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일들은 어제의 일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진행형이다.
아쩨 공항은 각국 구호팀들로 붐볐다. 공항 게시판에 반쯤 찢긴 현상금 공고가 순간 눈길을 끌었다. 현상금은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았는데, 그 아래로 베레모를 쓴 군복 차림의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 20여 명이 웃고 있었다. 현상금 걸린 사진이 웃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 했지만, 그 공고를 찢으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내가 방금 어디에 내렸는지를 또렷하게 되새기게 했다. 현상금이 걸린 사람들은 GAM(Gerakan Aceh Merdeka), 아쩨독립운동 지도부 인사들이었다. 얼핏 콧수염을 달고 있는 현상범의 얼굴에서 체 게바라가 떠올랐다.
운전기사는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 지금 차가 달리고 있는 이 도로에도 바닷물이 밀려와서 시체가 넘쳐났었다고 전해줬다. 하지만 도로는 쓰나미가 쓸고 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나마 도로를 사이에 두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로 풍성한 논가에 종종 위에서 누른 듯 부서진 집들이 이곳도 쓰나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항과는 달리 우리가 달리던 도로는 통행하는 차들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가끔 열대 과일인 빨간 람부탄을 들고 손을 흔드는 꼬마들이 눈에 띌 정도였다. 저들도 쓰나미 때문에 가족과 집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참혹한 상황을 목전에 두고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20분 정도 달리자, 군인과 경찰을 실은 차량이 많아지면서 도로 한쪽이 통제되고 있었다. 그곳은 쓰나미 이후 그나마 피해가 작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람바로(Lambaro) 시장 가까운 곳이었다. 굴삭기들과 트럭들이 몰려 있는 곳을 지날 때쯤 역한 냄새가 진동했는데, 그곳에 있던 군인들은 모두 긴 옷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트럭이 세워진 아래 혹은 트럭에 검은 포대자루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자루에 싸인 것은 시체들임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운전기사는 “매일 이곳에서 1,000명쯤 묻고 있어요.”라고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하더니,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도 매일 이 정도씩 묻고 있어요. 이곳 아쩨에 서너 군데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며 말을 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시체더미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만한 일들을 겪었기에 그럴 수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말을 했던 운전기사 역시 쓰나미로 가족과 집을 비롯한 삶의 터전 모두를 잃은 사람이었다.
저자가 젊은 날 경험했던 해외봉사활동과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만났던 해외봉사단원들의 소중한 경험들을 재구성한 책으로,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의미를 실천하며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 시대 청춘들의 싱그러운 이야기다…
관련태그: 내 생애 단 한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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