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태권도 시범 공연 중 벌어진 에피소드
태권도의 시범단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태권도 시범단 인기와 지원은 반비례?!
여행은 삶을 살아가는 데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피로도 안겨주기 마련이다. 하물며 단순한 여행이 아닌 분명한 목적을 지닌 ‘공연’을 위한 여행임에랴 오죽할까.
25인승 버스를 타고 공연을 하러 가는 길은 덜컹거리는 가운데도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범단이 가는 곳은 박수와 환호가 넘쳐났고, 단원들은 공연할수록 실력이 늘었다.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범 공연은 정부 기관이나 대사관, 병원, 학교 등과 같은 곳에서 이뤄졌고, 공연을 통해 태권도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홍보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시범단을 바라보는 태권도협회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태권도 시범단은 분명히 국가대표 시범단이었지만, 국가대표 겨루기 선수들에 비하면 찬밥 신세라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태권도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서 시범단을 운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됨을 알면서도, 협회에서는 국제 대회 출전에 우선 관심을 기울였다. 어떤 경우에는 시범단을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겨루기 선수들의 재정 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도구로 삼기도 했다.
노골적일 때에 협회는 한국대사관이나 한국기업 등에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재정 지원을 부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보겠다며 단기간 가시적 성과에 눈이 먼 협회의 태도는 태권도 저변 확대와 보급과는 거리가 멀었고, 자긍심을 갖고 공연하던 시범단 선수들에게도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범단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협회 때문에 사기가 꺾이고 의기소침해 있는 단원들을 챙기고 다독이는 것 역시 사범의 몫이었다.
동부지역 순회공연 중에 지친 단원들을 격려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빠져나와 200여 km를 달리자, 유칼립투스나무로 된 전신주들이 곳곳에서 그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아니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유칼립투스나무를 닮아 저마다 늘씬하고 길쭉한 다리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영양 상태를 말해주기도 하는 하나의 지표다. 태권도라는 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도 고기를 먹는 일이 예사는 아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양념 없이 구운 양고기 뜹스를 실컷 먹게 하는 것이었다. 슈크라라는 항아리 자기 그릇에 숯불을 넣어 굽는 양고기 뜹스를 양파와 고추를 곁들여 에티오피아인들의 주식인 인제라와 먹으면 잔치 음식 그 자체다. 수수인 테프를 갈아 반죽하여 구운 ‘인제라’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는 밥과 다름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숟가락을 이용하지 않고, 소스를 인제라에 얹어서 손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손으로 음식을 먹다 보면 “음식 맛은 손맛”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는데,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밥알을 맛있게 집어먹는 것이 그저 어려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유칼립투스나무 전신주를 뒤로하여 야생 커피나무 자생 군락지에 있는 휴게소에 버스를 주차하도록 했다. 공연과 오랜 승차로 젊은 단원들은 허기졌고, 인제라와 함께 뜹스는 그만큼 빨리 입속으로 사라졌다. 뜹스와 함께 커피도 마셨다. 원두를 볶아 내린 커피 향에는 인간의 손길을 거부했던 원시의 맛이 담겨 있었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한 ‘식구’가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비록 휴게소였지만 시범단원들은 마음껏 식사를 같이 하며 서로 남이 아닌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고, ‘코리아’에서 온 사범도 그 속에 있었다.
여행은 삶을 살아가는 데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피로도 안겨주기 마련이다. 하물며 단순한 여행이 아닌 분명한 목적을 지닌 ‘공연’을 위한 여행임에랴 오죽할까. 순회공연은 단순히 버스를 타고 위치만 이동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뒤로하고, 공연하기에 앞서 새로운 환경에서 손발을 맞춰봐야 하며, 공연을 하는 대상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그러나 공연하기 위해 이동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시범단원들이 잠시 잠깐 사라지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공연해달라고 초청한 기관에서 마련한 자리가 시범단이 서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일 때도 있다. 한 번은 격파 시범을 보이는 중에, 환각 성분이 있는 식물인 짜트를 씹은 청년이 자신도 격파한다고 뛰어들었다가 경찰에게 곤봉 세례를 당하고 시범 공연에 찬물을 끼얹었던 일도 있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하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진단하고, 협의하고, 공연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까지 시범단 단장인 사범이 해야 해서, 순회공연은 여행이 아니라, 군대로 치면 완전 무장을 한 강행군과 다를 바 없다.
저자가 젊은 날 경험했던 해외봉사활동과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만났던 해외봉사단원들의 소중한 경험들을 재구성한 책으로,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의미를 실천하며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 시대 청춘들의 싱그러운 이야기다....
관련태그: 태권도, 내 생애 단 한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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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젊은 날 경험했던 해외봉사활동과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만났던 해외봉사단원들의 소중한 경험들을 재구성한 책으로,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의미를 실천하며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 시대 청춘들의 싱그러운 이야기다. 이야기꾼을 꿈꾸고 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