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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 가고 피자집 아르바이트 한다고?

어느 열혈 청춘의 뜻깊은 성장통 봉사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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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왕성한 고등학생에게 겨울방학에 경험했던 해외봉사 활동 역시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해외봉사를 반추하고자 하는 유혹 말이다.

반추란 소화 기능이 약한 소와 같은 초식동물이 한 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고 씹는 것을 말하는데, 인생에는 지나간 일을 뒤돌아보며 성찰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반추라는 것이 일종의 유혹이기도 한데, 흔히 군에 갔다 왔던 남자들이 떨치지 못하는 유혹 가운데 하나가 ‘군대 이야기’이고, 비 오는 날 축구가 어쩌고 하며 ‘왕년에’를 반복하여 읊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인간은 반추의 쾌락을 즐기는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에게 겨울방학에 경험했던 해외봉사 활동 역시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해외봉사를 반추하고자 하는 유혹 말이다. 말하는 이나 듣는 이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해주기도 하지만, 못내 아쉬웠던 부분도 떠올리고 남다른 각오도 새롭게 하도록 하는 해외봉사에 대한 반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반추를 통해 청춘은 세상 속에 서서 미래를 계획한다. 그러한 반추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부모님은 아들 때문에 속이 편치 않다고 하신다.

엄마가 전화로 이모에게 지원 요청을 하는 건 뻔하다. 대학 진학 문제다.
엄마의 말을 통해 수화기 건너편에서 하는 이야기가 대충 그려진다.

“애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서 요즘 잠을 못 잔다. 하다못해 가까운 곳에 있는 전문대학이라도 가라는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네.”
“대학 안 가겠다는 특별한 이유라도?”
“아 글쎄,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대.”
“그게 뭔데?”
“글쎄, 태권도장 관장도 아니고 피자 가게 사장이 되는 거래. 그러면서 고3이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겠다지 뭐니. 내가 미쳐요. 진짜.”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사장되면 세상 참 쉽겠다. 하하. 사업하려면 경영도 배워야 하고, 하다못해 기술이나 자격증도 필요할 텐데, 그런 걸 몰라서 그런 건 아닌가? 예전에 해외봉사 갔다 와서 인터뷰할 때 보니까 자기 주관이 뚜렷하던데, 설득이 쉽지 않겠어. 하하.”


“너는 웃음이 나오니? 조카가 대학에 안 가겠다는데……. 해외봉사 갔다 와서 국제기구에서 아동 관련 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기에, 이젠 정신을 차리고 공부 좀 하겠구나 했는데, 완전 연막이었어.”
“그때 각오를 들춰서 이야기해보지 그래?”
“그게,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봉사는 이벤트가 아니잖아요. 생활이 되어야죠.’ 그러는 거 있지. 자기는 돈 벌어서 봉사할 거래. 그래서 유네스코 같은 데 후원도 할 거라는데?”


엄마의 말을 들으며 ‘빵’ 터진 이모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고 있음을 직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이모는 ‘어린것’의 도발적 발언에 입꼬리를 올렸을 것이다. 이모는 청소년 해외봉사는 이제껏 공부를 잘하는 모범 학생들의 경험 쌓기를 위한 전유물 혹은 통과의례라는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깬 조카가 자랑스럽다고 했었다. 이모는 엄마와 통화를 끝내면 내게 전화할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모가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음을 목소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가 들으면 나를 혼내겠지만, 이모가 보기에 너 참 기특한 구석이 있다. 내가 보니까, 너는 봉사에 대한 놀라운 혜안을 가진 것 같아. ‘봉사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누군가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게 그런 거지? 그래도 대학 진학은 한 번 더 고민해봐. 이모는 엄마 아빠가 저러다 병날까 걱정이거든.”

이모는 조카가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학업 성취도만 놓고 보면 똑똑하다고 할 수 없어도 절대 우둔하지 않을 만큼 주관이 확실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뜻한 바를 쉬이 꺾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봐왔던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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