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 배정원 저 | 한언 |
'섹스'에 대해 아직도 부끄러워하고 쉬쉬하는 사람들에게, 또 아직도 테크닉이나 감각에만 집착할 뿐 정작 성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나 인식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섹스'에 대해 얼마나 당당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의 다른 성심리와 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서로를 더없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진정한 인간 관계를 향한 사랑의 시작과 유지방법임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비뚤어져 있는 성문화를 바로 알고, 섹스와 사랑의 의미 또한 제대로 알도록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 |
|
얼마 전 한 음악회에서 행복해 보이는 한 중년부부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그 남편이 아내에게 끌린 이유가
‘비오는 날 우산을 든 그녀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그녀의 냄새’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후각에 민감한 것은 오히려 여자인데, 그 부부는 반대라니 오히려 흥미로웠다. 사랑을 불러오는 데 그 사람의 독특한 향기가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더욱 두 부부의 향기로 인한 인연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필자도 향수를 즐겨 사용하는데, 간혹 필자의 향수가 좋다며 향수 이름을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향수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체취가 같지 않기에 섞이면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래서 향수의 이름을 말해준다 해도 같은 냄새를 풍길 것도 아니건만 한사코 그것만은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
사실 서양에서는 사용한 향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은 어떤 속옷을 입었냐고 물어보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실례라 여겨진다. 마릴린 먼로가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특정한 향수 이름을 이야기했고, 그 이후 향수와 속옷을 동일시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속한 포유류는 후각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후각이 발달해 있고, 냄새로 이성을 홀리는 것은 꽃만이 아니어서 사람이나 동물의 생식을 위한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 냄새는 ‘가장 감정적인 감각’이다. 아주 솔직하고 숨기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성별에 따라 더욱 효과적인 감각들이 있는데, 특히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후각적으로 예민하다. 남자들이 시각적으로 예민하다면 여자들은 냄새에 아주 민감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옛 연인을 추억하거나 기억할 때도 남자들은 사진이나 그녀를 닮은 여인을 볼 때 그렇다고 하는 반면, 여자들은 그의 냄새나 그가 사용하던 스킨로션이나 비누향을 맡으면 그러하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가 났다’는 광고 카피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옛 연인을 기억하고 싶을 때 짐짓 그가 사용하던 로션이나 비누향을 맡는다는 이도 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잡지사에서 18~46세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남자가 향수를 사용하는 게 좋으냐, 아니냐’의 질문에 무려 90% 이상이
‘좋다’고 대답했다는 것을 봐도 여자들이 얼마나 좋은 냄새를 가진 남자들에게 이끌리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어쩌면 향수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냄새로 ‘이 남자가 좋은 유전형질인가 아닌가’, 즉 ‘나의 좋은 파트너가 될 만한가 아닌가’를 구별해 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배란기의 초저녁쯤이면 여자의 후각 기능은 최고조에 이른다. 물론 이때의 냄새는 단순한 향수의 냄새라기보다는 그 남자의 독특한 체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향기로는 사향이나 일랑일랑, 쟈스민, 장미향을 드는데 이런 인위적인 향 말고도 실제 정말 좋은,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자신만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랑의 시인 바이런은 노래했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러나 사랑은 코로부터도 온다. 물론 그 후에는 사랑을 위한 더 많은 단계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