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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상 떠난 친구, 내 남은 초라한 삶을 바라보며… - 나는 늙은 거미다.

한 동갑내기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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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각별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남다른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엄마, 할머니, 외할머니의 이야기인 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한 동갑내기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살아생전에 한 번 더 만나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스럽다. 주위를 돌아보니 친하던 사람들 중에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꽤 많다. 누구도 가고, 누구도 떠나고……. 손을 꼽아 헤아려보니 내 신세가 너무 딱해 가슴이 휑하게 비는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병마에 시달리며 남아 있는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 괴롭히지 말고 깨끗이, 조용히 죽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김 한 장을 밥에 얹어 넘기려니 목이 멘다.

김밥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1
나는 늙은 거미다.
내 몸에서는 이제 실을 뽑을 수 없다.
이제는 용기도 없고 힘이 없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마음만 서글프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어린애 같다.
병마에 시달리니 괴롭고 자식들한테 볼 면목 없고
더 살아본데야 내게도 고통이다.
죽는 것은 서럽지 않으나 앓는 것이 서럽다.
어찌 이다지 명이 긴가.
원망스럽다.
어서어서 잠든 듯이 가야 할 텐데.

2
즐거운 봄을 하염없이 바라보네.
눈물로 달래보는 이 마음.
차라리 잊으리라.
이 가슴에 조용히 손을 얹고
애타는 숨결, 쓰라린 이 가슴을 잠재워본다.
이 가슴에 봄은 가고 어느덧 서릿발 내리네.
어차피 나 혼자 가야 할 길,
슬프다 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쓸쓸한 길이라 한들 누가 벗해줄 수 있으리오.
나 홀로 가야 할 길.

3
마루에 걸린 시계 소리.
생명줄 닳아지는 소리.
기다림 줄어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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