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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 서교출판사 |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 -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전ㆍ현직 베이징 특파원이 발로 써낸 책인 만큼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술술 넘길 정도로 쉽지만, 준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로 가볍고 만만한 책도 아니다. 흙먼지 휘날리는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건져 올린 특파원들의 오랜 경험이 농축된 만큼 객관적 설득력을 갖는 최신 중국의 문화코드와 묵직한 울림까지 담겨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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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돈이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믿기에 돈을 하늘처럼 생각하는 아주 현실적 금전관을 갖고 있다. 고대 중국의 속담에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라는 말이 있다.
“천금을 가진 부자의 아들은 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한국말로 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도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 속담은 지금의 중국에서도 통용된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큰 범죄가 아니라면 사형 판결을 받았어도 돈을 써서 슬그머니 감형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당연히 이 경우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이 상당한 재력이 있어 사법 당국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에 유행하는 속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돈 있으면 귀신에게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표할지 모르지만 귀신이 아니라 청부 폭행이나 살인을 일삼는 조폭이나 직업적 킬러들의 행태를 보면 답은 정말 그렇다는 쪽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도 베이징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폭계 거물 주헤이씽(周黑星)씨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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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배금주의를 보여주는 황금버스와 황금 승용차. 금도장 비용만 1억원이다. 여성 모델이 입고 있는 황금속옷의 가격은 무려 6억 6000만원이다. | |
돈만 주면 청부살인도, 폭행도, 보복도 가능 “내가 아는 몇몇 조폭들은 청부 폭력이나 살인을 진짜 자행한다. 예컨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주면 10만 위안(1700만 원), 팔을 하나 잘라주면 1만 위안(170만 원)을 의뢰인으로부터 받는 식이다. 평소 손을 좀 봐줘야 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을 흠씬 두들겨 패주도록 하는 청부 폭력은 아마 2000~3000 위안(34~51만 원)이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수고에 대한 대가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지고 방법은 더욱 잔인해진다. 어떨 때는 중국인들이 귀신에게 연자방아를 돌리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시는 귀신 노릇 못하게 자살하도록 사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로 돈이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게 중국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중국인들과 돈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에 있는지는 1930년대 말 식민지 조선에서 유행한 이후 지금까지도 종종 불리고 있는 가요 ‘왕 서방 연서’의 가사를 봐도 알 수 있다. 비록 왕 서방이 기생 명월의 교태에 녹아버려 비단 팔아 모은 돈을 몽땅 다 줘버리기는 했으나 당시 화교들의 돈에 대한 집착과 이들이 쌓은 부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화교들은 이런 집념을 바탕으로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를 완전히 쥐락펴락했다.
당시 전국 납세 랭킹 상위 기업에 화교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는 현실은 무엇보다 이 사실을 잘 설명한다. 물론 이들의 영화는 5.16으로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이들이 집안 깊숙하게 감춰놓은 엄청난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화폐 개혁이 전광석화처럼 단행돼 돈에 관한 한 짐승적인 감각조차 전혀 작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입지가 좁아진 화교들은 이를 갈고 속속 한국을 떠났으나 지금은 다시 역이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화교 중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도 많다. 현대자동차의 설영흥(薛榮興?65) 부회장, 아시안 푸드 조미옥 대표, 가수 주현미, 배우 하희라 씨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의 배금주의는 그들이 쓰는 일상 언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컨대 군인이나 공무원들이 입에 올리고 다녀야 하는
“인민을 위해 근무한다.”라는 구호가 요즘
“인민폐를 위해 복무한다.”라는 말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또 전도유망하다는 용어 첸투(前途) 대신 곧잘 쓰이는 첸투(錢途),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의 ‘샹첸칸(向前看)’을 이미 대체한 ‘샹첸칸(向錢看)’같은 단어들 역시 중국인들의 금전 지향적 성향을 거의 말없이 웅변한다. 최근 서명이라는 단어 첸밍(簽名)이 슬그머니 첸밍(錢名)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것에 앞서 돈을 가장 중시하는 풍조는 중국인들의 행동이나 습성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금전 거래를 할 때 반드시 상대방의 면전에서 돈을 몇 번씩이나 세어본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절대 지갑을 보여주지 않는 전통적 습성 등은 한국인들에게서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들과 거래를 할 때는 이런 점들을 잘 알아야 한다.
기질이 이러니 경제적인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케이스도 많다. 특히 사회 전반의 개혁, 개방 가속화와 맞물리고부터는 더욱 그런 것 같다. 그야말로 자고나면 신흥귀족인 졸부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부정부패나 엘도라도와 다를 바 없는 부동산 사업을 통하지 않고도 엄청난 부를 움켜쥐는 졸부 신귀족은 그야말로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 곳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전자 쓰레기 수입, 첩 소개 같은 별 바람직하지 않은 사업 등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분야는 아무래도 스포츠, 연예, IT 쪽이다. 한마디로 본인의 대에 부호로 떠오르는 이른바 당대발복(當代發福)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는 분야다. 최근 중국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장래 희망을 스포츠, 연예계의 스타, IT 기업인으로 꼽고 있다.
배금주의의 만연은 지하경제 범죄를 더욱 창궐하게 만든다. 이중 밀수와 밀항은 매춘, 마약, 도박 산업 등과 함께 단연 각광을 받는 범죄로 손꼽힌다. 2010년 말을 기준으로 각각 시장 규모가 3000억 위안(51조 원), 1000억 위안(17조 원) 규모에 해당한다. 웬만한 국가의 GDP를 훌쩍 넘는다. 큰 자본 없이 뛰어드는 것이 가능한 황금알을 낳는 범죄인만큼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마약이나 매춘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자칫하다가는 당국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치도곤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범죄이기는 하나 밀수나 밀항만큼 고부가 가치 범죄인 탓에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인생은 한방이라는 인식 하에 도박에 빠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중국인의 배금주의 DNA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숱한 전쟁 겪으며 살아남느라 현금 중시 풍조 굳어져중국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전관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다 확실한 배경이 있다. 무엇보다 누천년을 내려오는 면면한 세월동안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대 동란이 셀 수 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빨리 몸은 피해야 하고 어떻게든 먹고는 살아야 하니 현금이 아무래도 가장 소중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저축 정신 역시 반드시 거론해야 한다. 중국인들의 총저축액은 2010년 하반기에 무려 40조 위안(6800조원)을 헤아린다.
돈을 좋아하고 목숨을 걸고 모으는 습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우선 어느 때나 즉시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50% 이상에 이르는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그 어느 민족도 쉽게 추월하기 어려운, 몸에 철저하게 배인 상술은 돈 좋아하는 습성이 안겨준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뉴욕의 월 스트리트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가에서는 유태인 말고는 명함을 내밀 민족이 드물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유태인의 위치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인들이 유태인을 대신해 미국의 금융업을 지배할지 모른다.”라고 주장하는 재미 화교 취량위(曲良玉)씨의 말이 과장된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과도한 배금주의는 부작용도 있다. 우선 현금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신용카드 제도의 정착이 무척 더디다. 여기에 지나친 근검절약으로 인한 소비 시장의 위축, 자연스런 인간성의 상실 등도 너무나 철저한 중국인들의 금전관이 불러오는 문제점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 발상도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본주의 사회 뺨치는 사회악들도 부작용이다.
그러나 민족성으로까지 완벽하게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인들의 금전관은 솔직히 어떻게 하기 어렵다. 집집마다 돈을 벌게 해주는 이른바 재신을 거의 조상 이상으로 섬기는 현실, 돈과 관련이 되면 만만디가 아니라 ‘빨리 빨리’의 대명사인 한국인들보다 무한대로 더 빨라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