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조금 부담스러워 보였던 통 넓은 바지가 마침내 스키니 팬츠를 밀어내고 주류로 들어섰네요. 이미 국내에서도 김민희, 이효리, 공효진 등 패셔니스타가 살랑거리는 바지자락을 자랑한 바 있죠. 덩달아 남자 바지도 넓어지는 추세이고요. 통이 전체적으로 넓은 바지를 공식적으로 와이드 레그 팬츠라고 해요.
흔히 와이드 팬츠라고 줄여서 말하곤 하는데요. 허벅지와 발목의 통이 거의 똑같다는 게 특징이에요. 또, 다리를 따라 좁아지다가 무릎부터 확 퍼지는 것은 플레어 팬츠(flare pants), 엉덩이는 좀 여유가 있고 발목으로 갈수록 약간 좁아지면서 일자로 떨어지는 것은 뜻밖에 스트레이트 팬츠(straight pants)라고 한답니다.
아주 고전적인 바지의 원형이죠. 요 형태에서 발목이 싹둑 잘린 크롭트 팬츠(cropped pants)도 올 여름 대대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또, 소재는 하늘하늘하고 발목의 통이 아주 넓어서 치마처럼 보이는 것은 팔라초 팬츠(palazzo pants)라고 하는데요. 옛날 궁전(palazzo)에서 여인들이 입은 옷에서 기원했거든요. 피서지에서나 요즘처럼 더운 때 딱 입기 좋은 스타일이죠.
|
우아하고 성숙한 느낌을 풍기는 제시카 비엘. 자기 체형에 어울리는 적당한 통이 중요 | |
아무튼 이다지도 다양한 통 넓은 바지들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말씀! 올 가을 겨울, 아니 몇 년 동안 그 열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인데요. 하의실종 패션 속에서도 살랑거리는 긴 ‘통바지’는 각별히 멋스러워 보여요. 문제는 첫째도 체형, 둘째도 체형! 당최 굵고 짧은 사람은 어찌 하라고 유행인지 원망스러우시다고요? 걱정 마세요. 오히려 하체 결점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릴 묘안이 될 수도 있어요!
|
정장풍 와이드 레그 팬츠엔 슬리브리스 톱처럼 캐주얼한 옷도 잘 어울린다. | |
우선 가장 어려운 건 정장 느낌 와이드 레그 팬츠입니다. 중간 키인 이효리 씨가 입어서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적어도 하체를 봤을 때 긴 직사각형이 나와야지, 정사각형 비슷한 모습이 나오면 정말 짧아 보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해요. 키가 작을수록 바지통이 너무 넓은 것은 피하세요. 적당히 넓은 느낌만! 또 신사복 하의처럼 앞 주름이 세로로 길게 잡히고 주머니도 세로에 가깝게 있는 것이 다리가 날씬해 보인답니다. 바지 밑단을 접어 박은 것은 바지 형태가 잘 나오게 해주지만, 밑단의 가로 선 때문에 다리가 짧아 보일 우려가 있어요.
와이드 레그 팬츠는 허리와 엉덩이가 조금의 여유도 생기지 않도록 딱 맞게 입으셔야 해요. 벙벙해지는 순간 찰리 채플린이 되어버리니까요. 아니면 축 처지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달라붙도록 해주세요. 키 자체가 작은 분은 약간 하이 웨이스트 스타일을 고르시고, 벨트는 생략하거나 너무 굵은 건 피하세요. 또, 셔츠나 조끼처럼 샤프한 상의를 입어주면 아주 날씬해 보일 수 있어요.
|
카일리 미노그는 스트레이트 팬츠에 투박한 웨지 힐 슈즈를 신어 키를 커버했다. | |
엉덩이는 벙벙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스트레이트 팬츠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저 역시 학생 때 정말 많이 입은 80년대 스타일이죠. 이 바지는 원래 허리선이 좀 높기 때문에 하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문제는 골반이 커 보이기 쉽다는 건데, 원래 허리가 밋밋한 사람에겐 좋은 선택이고 엉덩이가 풍만한 사람은 역시 직선적인 앞주머니, 뒷주머니로 골반 선을 다듬어주는 효과를 줘야 해요. 아니면 남색, 검은색처럼 진한 색을 바지로 입고 상의를 흰 색, 파스텔 톤 등 밝은 색에 품이 여유로운 것으로 입으면 하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요. 발목이 가늘고 곧은 분은 바짓단을 살짝 접어 다리 전체가 날씬한 것처럼 트릭을 써도 좋고요.
|
팔라초 팬츠에 투박한 액세서리로 에스닉풍을 소화한 바네사 허진스. | |
팔라초 팬츠는 축축 처지는 소재이고 치마처럼 보이기 때문에 길이만 잘 맞추면 돼요. 주름이 가늘게 들어간 것은 더욱 체형 커버 효과가 좋답니다. 그런데 또 이 바지들을 어떤 신발하고 신느냐가 문제죠? 정장 느낌으로 입으려면 코가 뾰족한 펌프스나 샌들을 선택하세요. 바지 바깥으로 코가 보이는 것이 좋거든요. 다리가 너무 길어서 특별한 신발이 필요 없으면 그냥 굽 없는 글래디에이터 샌들도 좋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지난 주 소개한 ‘통굽 구두’, 웨지 힐 슈즈가 찰떡궁합이랍니다. 바지 통 뿐 아니라 다리 길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10센티미터 이상의 웨지 힐 부츠, 샌들, 펌프스가 거리를 뒤덮고 있답니다. 심지어 겉에서 보면 굽 없는 구두인데, 속에 굽이 있는 ‘깔창 효과’를 내는 웨지 힐 슈즈도 대거 등장 중이에요. 바지가 투박한 느낌이면 구두도 투박해지면 돼요. 건담 발처럼 보이는 무지막지한 웨지 힐 슈즈도 일자로 떨어지는 빈티지 와이드 레그 진에 신으면 아주 멋스럽답니다.
상의는 너무 쉬워요. 아주 단순한 슬리브리스 톱부터 하늘하늘한 꽃무늬 블라우스, 늘어지는 저지 티셔츠, 얇은 서머 니트 스웨터 등 거의 모든 게 다 어울리거든요. 심지어 폴로 셔츠를 입어도 되는데, 색이 어울리는지 한 번 체크하시고 단추를 열어 여유로운 느낌으로 입어주세요.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민속풍 액세서리는 꼭 한 번 해 보세요. 스카프, 뱅글들, 긴 목걸이 등이 다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