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통굽이라 부르는 웨지 힐 세상이 왔어요. 단조롭기 쉬운 여름 스타일에 웨지 힐로 시원한 변화를 주어 보세요.
요새 정말 푹푹 찌는 날씨죠? 시원한 신발 뭘 선택하셨어요? 요즘 구두 중 가장 흔히 눈에 띄는 게 웨지 힐인데요. 원래 웨지(wedge)는 목공 일을 할 때 쓰는 쐐기를 의미한답니다. 쐐기는 조각 케이크처럼 삼각형인데요. 웨지 힐이 옆에서 보면 바로 쐐기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붙었어요.
|
중간 굽 슬링 백 슈즈가 복고적인 느낌을 준다. 커스틴 던스트. | |
웨지 힐은 항상 존재했지만 유행을 많이 타는 굽이에요. 가늘고 뾰족한 하이힐이 유행할 때면 세상에서 제일 촌스러운 구두처럼 구박을 받다가 복고풍이 유행할 땐 가장 핫한 스타일로 등극하곤 하지요. 하지만 최근 웨지 힐 유행은 정말 심상치 않아요. 샌들부터 펌프스, 스니커즈, 부츠 등 신발이란 신발엔 다 등장하고 있거든요. 굽 소재도 스택 힐(stack heel;가죽을 층층이 쌓아올린 것), 나무, 에스파드류(espadrille;삼을 꼬아 붙인 것), 코르크, 플라스틱 등 천차만별이에요. 언뜻 웨지 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과도 결합되면서 이질적이고도 새로운 멋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짧은 하의에 웨지 힐을 신으면 다리가 더욱 길어 보인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 |
웨지 힐은 바닥 면적이 넓어서 높아도 안정감 있기 때문에 키에 불만 있는 사람에겐 반가운 소식이지요. 특히 짧은 하의에 웨지 힐을 신으면 다리가 최대로 길어 보여서 아주 늘씬한 셀레브러티들도 즐겨 신어요.
맨 다리에 신을 웨지힐로는 살색에서 갈색의 내추럴 컬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피부색과 비슷해서 다리 길이를 굽 높이만큼 늘여주는 효과가 있고 어떤 옷에도 어울리기 때문이에요. 굽 높은 걸 못 신는 분들도 중간 굽 이하로 하나 갖춰 두면 아주 유용합니다. 이 때 발등과 굽이 모두 비슷한 색이어야 최대의 다리 연장 효과가 있답니다. 특히 통가죽처럼 투박한 소재는 요즘 유행 중인 70년대 풍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에요. 데님 셔츠와 반바지, 보헤미안 풍 맥시스커트나 비치 드레스, 플라워 패턴 상의 등 내추럴한 스타일에 두루 활용할 수 있어요.
|
여름에 특히 시원한 에스파드류(밑창에 삼을 붙인 신발) 스타일. 켈리 브룩. | |
여성스런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입은 날은 앞이나 뒤가 살짝 트이고 코가 둥글둥글한 스타일을 신어 보세요. 소재는 캔버스 천이나 광택 있는 가죽인 페이턴트 레더(patent leather)가 특히 여성스럽죠. 제가 어릴 땐 선생님들이 무릎 아래까지 오는 원피스에 이런 웨지 힐을 많이 신으셔서 특유의 단정한 느낌이 기억에 생생하네요.
|
중간이 시원하게 뚫린 플라스틱 굽. 카메론 디아즈. | |
에스파드류나 코르크 소재 굽 역시 웨지 힐 하면 빠질 수 없는데요. 이 중 긴 리본이 달려서 발목에서 묶는 스타일은 도심에서도 유용하지만 바닷가나 여름 물가에서의 캐주얼한 파티에서 신으면 좋아요. 특히 챙 넓은 라피아 소재 모자와는 환상의 궁합을 이루지요.
금속 느낌 가죽에 플라스틱 힐은 발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신비롭고 섹시합니다. 딱 달라붙고 모던한 원피스에 가장 잘 어울리고, 소재도 광택 있는 새틴 실크나 벨벳 같은 것이 좋아요. 청바지라면 물이 빠지지 않은 섹시한 스키니 진이 어울리겠죠. 이탈리아 여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스타일입니다.
|
체크무늬 셔츠와 어울리는 투박한 사보 스타일. 레이첼 빌슨. | |
요즘 새로이 등장한 것이 스니커즈, 부티, 글래디에이터 샌들, 옥스퍼드 슈즈 같이 생긴 웨지 힐 슈즈들인데요.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스키니 진이지만, 하렘팬츠, 배기팬츠나 핫팬츠,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처럼 좀 ‘세다’싶은 스타일에도 ‘굿’이에요. 이런 슈즈들은 발등을 많이 덮기 때문에 발등에서 사선으로 교차되는 스트랩이 있거나 스니커즈처럼 묶을 수 있는 끈이 있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동양인의 발등이 너무 투박해 보이지 않거든요. 만약 발이 가늘고 길어서 고민인 속칭 ‘칼발’이신 분들은 반대로 가로로 두꺼운 스트랩이 여러 번 지나가는 디자인을 고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