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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이 찾던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두다니 -〈체인질링〉

시대가 은폐하는 진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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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체인질링〉은 ‘한 사회 내에서 누가 누구를 미쳤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누가 누구를 미쳤다고 하는가?

 

영화 〈체인질링〉은 ‘한 사회 내에서 누가 누구를 미쳤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많은 경우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미쳤다고 규정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가졌기에, 그러한 규정과 진단이 쉽게 어긋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과학이라는 지식이 공권력에 영합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공권력은 성가신 주인공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 분)을 미쳤다고 편리하게 판정해버리고는 소리 소문 없이 정신병동에 가둔다. 결국 진실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새어나올 통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녀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당연한 모성을 보였을 뿐인데, 그 모성이 공권력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그런 처벌을 내린 것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공권력 아이 잃은 엄마에게 저지른 짓은 수상하다 못해 참혹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감동과 축제를 위해 그녀에게 다른 아이를 안겨주기까지 한다.

자식을 못 알아보는 엄마는 없다. 주인공은 당연히 그 아이를 거부하지만 공권력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모성과 직관과 경험과 기억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엄마가 자기 아이도 못 알아보겠냐?”로 항변하면 “엄마라 너무 감정에 휘둘려 이성적 사고를 못한다”고 비웃고 심지어 “엄마로서 양육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한다.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답을 쥐고 있다. 그러기에 그녀가 내세우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그들의 귀에 닿지 못한다. 심리학 용어로 치면 그들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진 것이다.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거기에 반하는 증거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다.

로젠한의 실험에서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미쳤다’라는 생각의 틀에 빠져 ‘이들이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확증 편향 때문에 정신병동에 대한 우리의 불안과 공포는 가중된다. 실제로 공권력은 그러한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서 사회 구성원의 입을 닫아왔다. 정신병동에 갇힌 크리스틴은 자신처럼 공권력에 고개를 저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다른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애초에 미치지 않았던 사람도 미치게 된다. 아이를 잃어버린 크리스틴이 피해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고 격리당하는 모순은 그저 영화 속에만 그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갇혀야 할 사람과 풀려나야 할 사람이 뒤바뀌는 공간적 모순과 역설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 박정은(//www.jung-park.com)

확증 편향이 불러오는 무서운 일들
확증 편향의 위력은 그만큼 무섭다. 우리가 모든 증거를 차근차근 확인하지 않고 편의와 이익과 태만에 휩쓸려 정반대편에 진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은 “힘이 더 클수록 책임감은 더 강해야 한다.”던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를 되새겨야 한다.

우리 사회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과학과 공권력은 그 힘이 막강한 만큼 치열하게 고민하며 이끌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본분에만 충실해도 사이코패스나 연쇄 살인범, 성도착증 환자들은 정신병동이나 감방에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우리 자신의 모습도 투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만 그들은 우리의 어떤 특성을 확대경처럼 과도하게 보여주거나, 지도처럼 축약해서 나타낼 뿐이다. 우울증은 있어도 비우울증은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경계란 결코 절대적일 수없는 모호한 것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우리는 정신병동과 ‘미친 사람’이라는 규정에 끝끝내 불안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 절대적인 경계가 없을 진대 누가 누구를 완벽하게 미쳤다고, 혹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진단을 내리고, 판결을 하고, 정신병동과 감옥을 세우고,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나누는 행위를 중단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진 틀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폐기처분 해버린다면, 그나마 그 틀로 보호받던 대다수의 사람들조차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젠한의 실험과 〈체인질링〉 역시 그 틀을 폐기처분하자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그 틀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이 불러오는 역설과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더 나은 틀을 고안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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