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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홀리데이 New York Holiday 주소은 저 | 시공사 |
도시 여행자들의 로망 뉴욕에서 해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뉴욕의 진짜 매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뉴요커들이 낮과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야 한다. 8년 동안 뉴욕에서 학생이자 재즈 뮤지션으로 지내며 뉴욕 구석구석을 누빈 저자는 뻔하디뻔한 관광지 일주만 할 것이 아니라 뉴요커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뉴욕 여행의 진수라 이야기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뉴욕의 카페와 브런치 식당, 바, 재즈클럽들은 뉴욕에서의 특별한 휴일을 선사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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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옥수수로 만든 음식과 요리를 만나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황금빛 노란 알갱이가 촘촘히 박혀 있는 옥수수는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어왔던 강냉이죽의 초라한 인식 때문에 나에게는 그리 자주 보고 싶은 음식은 아니었다. 옥수수에 냉정했던 내게 귀여운 치장을 하고 다가온 옥수수가 있었으니, 이는 뉴욕에서 너무도 유명한 아바나 아웃포스트(Habana Outpost)의 구운 옥수수이다.
소호 엘리자베스 스트리트 코너에 있는 파란색의 이 쿠바 레스토랑은 그릴에 구워 낸 옥수수 하나로 까칠한 뉴요커들의 지갑을 열리게 했다. 주말이면 1시간의 웨이팅은 기본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곳은 쿠바 아바나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지었다. 이곳은 유명한 소호 지점 외에도 브루클린에 넓고 예쁜 야외 플레이스를 가지고 있다. 나는 소호 지점을 거쳐 지금은 브루클린 지점에만 다닌다. 소호 지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면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지점으로 가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이라면 더 넓고 쾌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지 않은가! 브루클린의 아바나 아웃포스트는 이 모든 것을 만족시켜 준다.
주말 정오 즈음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머리를 그대로 한 채 방 안에 굴러다니는 티셔츠를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대충 세안만 하고 허한 배를 빨리 달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가장 편한 신발을 아무거나 주워 신고 아파트 문을 나선다. 성의 없는 세안 탓에 선글라스는 꼭 써야 한다. 뉴욕 주말의 브런치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적어도 브런치 먹기 세 시간 전에 일어나서 투명 메이크업으로 꽃단장을 하고 강남과 이태원 등 특정 지역으로 움직여야 하는 한국의 브런치 문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이곳 아바나 아웃포스트는 꽃단장 입장이 무척이나 어색한 장소이다. 아기자기한 주황색의 실내 인테리어는 정성스레 빗어 만든 헤어스타일보다 아무렇게나 말아 올린 포니테일과 썩 어울린다.
아침을 거른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서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먼저 해야 한다. 바쁜 시간에 구운 옥수수 하나만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해 옥수수 주문만 할 수 있는 라인이 따로 있으니, 주인장의 배려가 고맙기 그지없다. 주문을 한 뒤 영수증을 받아서 야외 테이블이 있는 바깥으로 나간다. 빨간 키친 트럭에 있는 조리사에게 영수증을 건네면 바로 조리에 들어간다.
아바나 아웃포스트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구운 옥수수(Famous Corn)와 보기만 해도 배부를 정도로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쿠바 샌드위치(Cuban Sandwich)다. 직화구이 쇠고기의 맛을 즐기는 나 같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바로 스테이크 부리토(Steak Burrito)다.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밥심인데, 첫 식사로 뜨겁게 구워 낸 직화구이 쇠고기에 느끼함을 잡아 주는 양파와 매운 고추, 그리고 고소한 밥을 얇은 밀가루 빵에 싸서 야무지게 말아 낸 부리토는 하루를 시작하는 메뉴로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직화 그릴에서 정성스레 구워 낸 황금빛의 옥수수를 사이드로 먹으면 이보다 든든할 수 없다.
아바나의 구운 옥수수는 평범한 옥수수가 아니다. 갓 구워 낸 옥수수 위에 고소한 하얀 치즈가 소복이 내린 눈처럼 알갱이 하나하나를 덮어 준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옥수수는 또 없으리라. 한입 가득 베어 물면 그 촉촉한 즙에 또 한 번 놀란다. 치즈와 옥수수의 쫀쫀한 맛에 목이 메지 않을까 하는 기우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즙에 모두 사라진다. 광활한 대지가 만들어 낸 황금빛 곡식은 주말 내내 따사로운 기분을 선사해 준다.
가족 모두가 뉴욕에 모일 때면 쿠바 샌드위치와 스테이크 부리토, 신선한 망고 샐러드, 그리고 구운 옥수수 하나씩을 끼고 아이스티보다 25센트 더 싼 브루클린산(産) 생맥주를 한 잔씩 들이킨다. 음식의 맛에 반해 일인당 맥주 두 잔씩은 술술 넘어간다. 샌드위치는 고기 양이 상당히 많아서 일인당 하나씩 시키면 옥수수를 먹지 못한다. 대식가가 아닌 이상 둘이서 샌드위치 하나와 옥수수 하나씩 먹으면 충분하다.
파란색 C라인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라파예트 애버뉴 정거장에 내리면 어느 게이트로 나가든지 아바나 아웃포스트 카페가 눈앞에 보인다. 아바나 아웃포스트는 지금도 쉬는 날 없이 위대한 곡식 옥수수를 굽고 있다.
Habana Outpostwww.cafehabana.comadress
757 Fulton Street at South Portland Ave. Brooklyn
metro A,C 라인 Lafayette Ave 하차
telephone 718-858-9500
open & close 12:00~24:00
menu 구운 옥수수 $3, 쿠바 샌드위치 $9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