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는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죠. 그래서 레트로 스타일이란 게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하는 ‘과거’스타일이 그 시대의 레트로가 되곤 해요. 얼마 전까지도 레트로 하면 으레 50년대 스타일을 말했는데요. 70년대도 벌써 30~40년 전, 엄연한 레트로가 되었네요.
70년대는 패션에 있어서 폭죽같은 격변의 시기였어요. 아폴로 13호가 발사되었고, 베트남전쟁이 극에 달했다가 끝났으며, 오일쇼크?여성해방운동?동성애자 권리 증진 운동 등이 벌어졌지요.
패션에서는 맞춤복?정장 위주의 패션 세계를 청바지, 티셔츠 같은 기성복?캐주얼웨어가 대신하게 되었고, 온 세상 문화가 프랑스?영국?미국 등으로 모여 에스닉 룩이 대유행했으며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며 바지를 입고 일을 하러 나왔어요. 영국 노동자들은 펑크(Punk)란 파괴적 음악과 룩을, 미국 젊은이들은 디스코를 우리나라까지 전파했고요.
파리 컬렉션에 의존하던 미국 상류층 여성들은 할스턴 룩(Halston Look)이라는 심플하고 시크한 스타일로 복잡한 장식이 없어도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색상은 비비드 컬러(Vivid Colors)부터 물 빠진 듯한 뉴트럴 컬러(Neutral Color), 블랙 앤 화이트, 메탈릭 컬러 등 모든 색이 다 유행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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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무늬 블라우스와 단색 바지를 매치. | |
그런데 이 모든 70년대 스타일이 올 봄에 다 돌아왔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채로운 프린트와 패턴이예요. 미술 시간에 한 번쯤 그려본 ‘구성’처럼 기하학적인 무늬부터, 한 폭의 정물화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꽃, 과일, 나비 등 자연에서 따온 무늬, 가로 줄무늬, 애니멀 프린트까지 정말 휘황찬란한데요. 패션쇼에서는 무늬와 무늬를 매치하는 스타일이 대거 등장했지만 현실에선 무늬가 화려한 아이템은 한두 가지로 제한하는 게 좋아요. 두 개 이상을 입을 땐 공통적인 색이 들어가게 하고, 무늬의 크기를 달리 하거나 꽃무늬와 줄무늬처럼 아예 성질이 다른 것이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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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와 무늬를 매치할 땐 공통적 색이 포함되도록. | |
또, 트렌치코트처럼 아주 심플한 옷은 꽃무늬 블라우스같은 현란한 아이템을 정돈해주니까 같이 입어 보시고요. 쭉 유행 중인 보헤미안 룩은 좀 더 에스닉한 느낌으로 발전할 거예요. 아프리카, 아랍, 인도 등에서 그대로 공수해온 듯한 카프탄(Caftan;긴 소매 티셔츠처럼 생긴 길고 가운), 튜닉(Tunic;티셔츠처럼 생겼지만 짧은 상의)를 일상복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예전엔 이런 옷들을 리조트 룩으로 입곤 했지만, 가벼운 봄 재킷 혹은 코트, 청바지 등과도 훌륭하게 믹스 앤 매치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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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탄 드레스가 대유행했던 시절, 영국 배우 샬롯 램플링 | |
펑크 룩은 심지어 얌전하고 고급스러운 옷차림에도 불쑥 불쑥 등장할 텐데요. 라이더 재킷이나 스터드(징) 박힌 가방, 재킷 등을 지루하다 싶은 옷에 살짝 매치해 보세요. 바지의 엄청난 변신이 눈에 띕니다. 스키니 핏의 열풍에서 헤어나 와이드 팬츠, 하렘 팬츠(헐렁하고 밑위가 긴 아랍의 민속복), 플레어 핏(나팔바지), 하이 웨이스트 팬츠가 다 되돌아왔는데, 소재도 실크 느낌부터 저지, 남자 정장 바지처럼 빳빳하고 앞주름이 잡힌 것까지 다양해요. 또한 전체적으로 워싱되어 정말 낡고 촌스러워 보이는 블루 데님 소재가 더블 데님 룩이란 말이 무색하게 이곳저곳에 다 쓰일 거예요. 블루 데님으로 된 셔츠, 원피스, 헐렁한 바지 중 하나 정도 있으면 내추럴 스타일을 만드는 데 활용도가 높으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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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닉 느낌 셔츠, 긴 치마 등으로 에스닉한 레이어드 룩을. | |
스타일링의 핵심은 얼마나 잘 믹스 앤 매치 하느냐입니다. 서로 안어울린단 고정관념은 과감히 버리고 색감이 화려한 것과 소박한 것, 길이가 긴 것과 짧은 것, 빳빳한 것과 살랑거리는 소재를 마음껏 섞고 겹쳐 입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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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와 무늬를 매치할 땐 공통적 색이 포함되도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