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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우리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의 또 다른 얼굴, 무채색의 도시에 빛을 입힌다. 역동적인 대도시, 쇼핑의 천국, IT 코리아에서 한 겹, 겉옷을 벗으면 이 땅에서 우리의 '시간'이 보인다.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고,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친 하루를 기대어가는 도시, 그 너머의 새로운 서울을 들여다본다. 그는 소소한 서울의 모습을 담아낸 한 권의 스케치북으로, 구석구석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이 도시의 이야기와 풍경으로 서울을 다시 말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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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이문세 「광화문 연가」 중가사를 읽기만 해도 머릿속에 노래와 함께 풍경까지 연상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속 작은 교회당. 처음 이 교회에 들어가 본 건 대학시절 선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다. 청첩장 약도 속 어느 교회…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5월의 봄바람을 맞으며 거닐던 그 날 오후의 정동이 결혼식 그 자체 보다 선명하게 기억되던 날이었다.
정동교회는 1897년에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로 이 역시 배재학당을 만든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당시 선교의 비공식화로 인해 교회 건물에는 십자가가 없는 것이 특징인데,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지금도 십자가 없는 예배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딸 '앨리스'를 낳고서야 서양인도 아이를 낳는 다는 걸 깨닫고 배척감이 약간 누그러졌다는 이야기를 보면 당시 얼마만큼 타종교의 입지가 좁았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카메라는 사람 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폐쇄적이고 뒤쳐진 조선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내부는 무척이나 간결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배재학당 남학생과 이화학당 여학생이 중간을 막은 휘장 양 옆에서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1910년 휘장이 사라지자 꺡연애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제 강점기때 3?1운동의 한 발원지이자 독립운동의 중요한 거점 중 하나로 만민공동회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교회의 작은 마당 한 켠에는 아펜젤러의 흉상이 놓여 있었다.
죽어서도 조선땅에 묻히길 원했던 아펜젤러는 1902년, 사고로 물에 빠진 여학생들을 구하려다 4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시신은 배와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 앉아 끝내 수습하지 못하였기에 양화진에 있는 그의 묘소도 관이 없는 공묘로써 추모비만 있는 상태이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은 종교를 떠나 진정 숭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당에 앉아 풍경을 담고 있는데, 어느 남학생 하나가 꽃다발을 들고 서성인다. 안에서는 예배가 한참이었고, 피아노 소리는 문틈 사이로 조용히 스며 나왔다. 난 문득 서울에서 꽃다발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어디가 가장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정동.
왠지, 정동만큼 꽃다발을 든 풍경이 잘 어울릴만한 곳이 또 있을까?
* 3월 14일 발간될 책에서 더 많은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