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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가 늘어나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下) - 경제용어로 보는 오늘의 경제

GDP와 가계소득·행복지수의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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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와 국민총소득(GNI)의 차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대란이 마무리된 2004년 1분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인 2008년 3분기까지 GDP 성장률은 평균 4.7%였는데 GNI는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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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P가 늘어나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上)

GDP와 가계소득?행복지수의 격차

GDP와 국민총소득(GNI)의 차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대란이 마무리된 2004년 1분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인 2008년 3분기까지 GDP 성장률은 평균 4.7%였는데 GNI는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소득은 2.2%에 그쳤다. GDP가 늘어나는 것만큼 실제로 국민들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며 가계소득과의 격차도 크다는 이야기다. GDP는 늘었다고 하는데 가계살림은 나아지지 않는 것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GDP는 한 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을 말한다. GNI는 GDP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빼고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한 것이다. GDP는 늘어나는데 GNI는 이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GDP와 가계소득과의 격차는 기업부문의 이익이 가계 부문으로 제대로 환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노동시간은 2008년 기준으로 2,256시간으로 OECD 평균 1,764시간보다 492시간이나 더 많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천 시간이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그리스밖에 없었다. 그리스도 2,120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짧았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1.5명으로 OECD 평균 11.7명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됐다. 여성 자살률은 13.2명으로 1위, 남성 자살률은 32.0명으로 헝가리에 이어 2위였다.

출산율도 2008년 1.19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71명,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나라는 슬로바키아로 1.32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2007년 0.33%로 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낮았다. OECD 평균은 0.68%였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05년 9.1%에서 2050년에는 38.2%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4,932만 명을 정점으로 2050년에는 4,234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출 가운데 사회적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20.6%다. 보건 관련 공공지출은 GDP 대비 3.5%로 OECD 평균 6.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율, 빈약한 복지재정 등 이 부끄러운 세계최고 기록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이 낮고 먹고살기가 고달프다는 참담한 반증이다.

낮은 출산율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거품과 높은 주거비용,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 부채가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률 역시 극단적인 양극화가 원인이다. 사회적 공공지출이 낮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의미이고 각개각진의 경쟁에서 낙오될 경우 아무 데도 기댈 곳이 없다는 의미다.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1로 35개국 가운데 1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0.146으로 멕시코, 터키, 미국, 일본, 아일랜드에 이어 뒤에서 6위였다. 먹고살기가 힘드니 더 많이 일하고 서로의 일자리를 뺏고 임금은 오르지 않고 그래서 더 많이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경제규모는 두 배 이상 불어났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80년대 초반 43% 수준에서 1995년 54%까지 늘어난 뒤 외환위기 이후 50%로 줄어들어 2006년 이후 5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노동소득 분배율은 53.0%인데 미국은 63.4%, 일본은 72.4%다. 노동소득 분배율이란 GNI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이 비율이 낮다는 건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가 낮게 책정돼 있다는 의미다.

가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이 1980년대 초반 75% 수준에서 지난해 59.7%까지 낮아진 것도 주목된다. 가구 실질소득 증가율은 IMF 이전에는 연평균 1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3%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기업의 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소득 분배율은 우리나라가 33.8%인데 미국은 19.1%밖에 안 된다. 일본은 24.0%다. 노동자들 인건비는 적고 기업들 이익은 많은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기업하기에 좋은 나라의 표본인 셈이다.


우리는 과연 성장하고 있나

12년 전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을 끌어오는 대신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였다. 부채비율이 높아 대출 연장에 실패한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살아남거나 서로 통폐합되거나 잇따라 외국 자본에 팔려나갔다.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삶의 질은 크게 후퇴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개혁은 철저하게 노동자와 서민들의 희생을 딛고 이뤄졌다. 기업들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도 뛰어올랐지만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성장동력이 크게 위축됐다. 금융회사들은 골치 아픈 기업 대출보다는 가계 대출에 치중했고 그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었다. 노동 유연화가 확대되면서 노동의 질이 크게 떨어졌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부쩍 늘어났고 그만큼 양극화도 심해졌다.

분명한 것은 GDP나 GNI나 GPI나 어떤 단일한 경제지표가 한 나라의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제 우리는 외형적 성장의 한계와 부작용을 경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무한경쟁 사회가 만든 극단적인 양극화와 노동의 소외, 공공부문의 몰락이 갖는 의미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기를 원하는가. 어떤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가. 한국형 행복지수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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