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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기. 그리고, 소통의 시작

작가 김혜나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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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의 책을 읽고 나선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에 조금 떨렸다. 피어싱을 이따만큼 하고 있을까?

본 인터뷰는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기. 그리고, 소통의 시작 - 작가 김혜나 인터뷰①” 기사와 이어집니다.

인터뷰 일자: 2010년 7월 23일
참석자: 김혜나 강진 박예슬 이주연
원고 작성자: 강진 박예슬 이주연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소설 A파트)


김혜나 작가님을 “동시대 소설에 낯선 무늬를 그려줄 문단계의 새로운 작가 탄생”이라고도 하는데요. 혹시 작가님 이외에 어떤 영향력을 지닌 작가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나요?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을 담담히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탄생했으면 좋겠어요. 사회구조망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힘을 잃어가는 인물들을 적합한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분이요.

앞으로 이런 도발적인 소설들을 계속 써나가실 계획인가요? 아니면 장르를 틀어 색다른 소설을 쓸 생각이신가요?

두 가지 모두 욕심이 있는데요.^^ 『제리』처럼 강렬한 문장이나 섹슈얼리티한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도 있구요, 그 이면에 너무나 평범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평이한 문체의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도 있어요. 두 세계가 다른 세계지만 서로 어우러질 수 있게끔 두 가지 모두 쓰고 싶어요.

김혜나 작가님은 ‘오늘의 작가상’이라는 큰 상을 타셨잖아요. 저희 학교 졸업한 선배님 중에도 『걸프렌즈』(민음사, 2007)로 ‘오늘의 작가상’을 탄 이홍 선배님이 계시거든요. 저도 그때부터 성인이 된다면, ‘오늘의 작가상’을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큰 상을 탈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환하게 웃으며) 비법이요? 비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쓰다보면, 상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내 경우도 그랬고요. 사실, 여러 신춘문예에서 최종심까지 올라 떨어진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때마다 전 쓰고 싶었던 글을 투고했던 것 같아요. 쓰고 싶은 글을 써야지, 더 잘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도전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작품이 나오게 되는데 그런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오늘의 작가상’을 타시고 나서 제일 많이 변한 게 뭔가요?

아마도 사람들의 시선 아닐까요? 대학졸업 후 글을 쓰는 거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사람들은 “한심스럽다”고 말했어요. 왜 성인이 되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만 바라보고 사냐고 말이죠. 그러다가 등단을 해버리니까 사람들의 눈빛이 많이 변했어요. 사실 나의 변화라기보단 외부의 변화가 많았죠. 부를 때에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주기도 하고요, 하하. 내 존재가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내 외부에 있는 변화는 있지만요. 나는 환경에 의해, 나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나 자신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구요. 그저 글 열심히 쓸 생각이에요.


여행 계획은 없으세요?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을 좋아해요. 지금은 여행 계획이 뚜렷하게 없어요. 사실 요가를 병행하느라 시간도 부족하고요. 돌아다니면서 관광하는 거보다는 한 곳에서 쉬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주로 오전에는 요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요. 오후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책을 읽는 편이에요. 사실 책 읽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잖아요. 예전에는 읽을 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일을 재빨리 끝낸 뒤 집으로 들어가는 편이었어요. 등단 후 인터뷰나 약속들이 늘어나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노력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다면?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을』(자음과모음, 2010)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떻게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신기하면서도, 이 소설의 존재 자체가 참 감사하게 다가왔어요. 『을』과 같은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단편소설 중에서는 ‘중앙신인문학상’을 타신 김지숙 소설가의 「스미스」를 재밌게 읽었어요. 『제리』가 제도권 밖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라면, 「스미스」는 제도권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20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방황의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담하고도 적확하게 그려낸 소설 같아요.

그런데 소설을 쓰실 때, 플롯이나 스토리 구성을 모두 마치고 시작하시나요?

스토리는 정해놓지만 플롯은 정해놓지 않아요. 스토리를 정해서 소설을 써내려가고 나중에 퇴고를 하면서 플롯을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근심 어린 얼굴로) 요새 입시가 코앞이다 보니, 진학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구요. 사실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있어요. 또 대학도 글을 쓰기 좋은 환경인 곳으로 가고 싶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어국문과와 문예창작과 중 어떤 곳에 진학해야 되는지 고민이 됩니다. 김혜나 작가님은 어느 곳이 더 좋다고 생각하세요?

나도 특별히 어느 곳에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남들처럼 명문대를 나오지 않았고, 여러분처럼 예고를 다니지도 않았죠. 청주대 국어국문과도 거의 20대 중반이 다 되어서야 진학했으니까요. 그러던 중 한 달에 두 번씩 윤후명 소설가의 문학교실을 다니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차근차근 글을 배우기 시작했죠. 사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두 곳 다 적합하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문예창작과는 하나의 창작물을 짧은 시간 내에 완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트레이닝 된다는 느낌이 강하죠.^^ 그렇다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또 국어국문학과는 학자나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동아리도 몇 개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글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진 못하죠. 어느 곳을 진학하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또 탄탄한 습작과정만 거친다면 누구나 등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앞으로 작가님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일단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많이 돼요. 차기작 구상은 해놓았어요. 9~10월 안엔 장편 원고를 하나 더 쓰려고 해요. 특별한 행보라고 하기보단,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삶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영원히. 제 꿈이라면 꿈이기도 하죠.

처음 그녀의 책을 읽고 나선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에 조금 떨렸다. 피어싱을 이따만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말에 욕이라도 섞여나오는 것이 아닐까? 약간은 그런 걸걸한 언니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처음 마주친 그녀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소녀’ 같았다. 자신의 작품을 읽고 인터뷰를 하러 온 학생들에게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었을 뿐 아니라 진심을 담은 솔직한 인터뷰를 해주셨다. 우리가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질문이 무척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기색 없이 내내 웃으며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는 역시 오늘의 작가였다!

작가를 지망하는 우리들에게 작가라는 길은 멀고도 먼 길이 되겠지만, 김혜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 모두 두려움을 갖고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수학과는 다르다.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따로 유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느끼는 그 세상을 표현해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누가 쉽다고 하겠는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내 마음속을 글에 털어내는 것 중에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요가는 글과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안 써지다가도 그 안 써지는 걸 매일매일 쓰다보면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내가 털어놓을 수 있는 만큼, 내가 느끼는 걸 표현해낼 수 있는 만큼만 쓰다가 나중에는 글 속에 자신의 세상을 유연하게 구축해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우리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나’에 귀 기울여보자. 나무자세로 눈을 감고 있어도 좋고, 자기 전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꽂고 있어도 괜찮다. 자기 자신에만 집중해보라.

자,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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