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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가 늘어나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上) - 경제용어로 보는 오늘의 경제

747 공약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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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공약은 과연 불가능한 꿈이었을까. 우리나라는 1970~1980년까지만 해도 거뜬히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980~1990년에는 8.4%, 1990~1997년에도 7.0%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2000~2006년에는 4.6%로 고꾸라졌다. 기업들 이익은 늘어났지만 설비투자와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를 아직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경제대국 7위라는 이른바 747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에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 1,69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급감해 지난해에는 1만 7,074달러까지 줄어든 상태다. 세계 31위 수준이다.

경제성장률 역시 7% 목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6년 5.2%에서 2007년에는 5.1%로, 2008년에는 2.1%로, 지난해에는 0.2%까지 급전직하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는 7.6%까지 치솟았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성장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빨라 보이는 것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2%로 내걸었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747 공약은 과연 불가능한 꿈이었을까. 우리나라는 1970~1980년까지만 해도 거뜬히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980~1990년에는 8.4%, 1990~1997년에도 7.0%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2000~2006년에는 4.6%로 고꾸라졌다. 기업들 이익은 늘어났지만 설비투자와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를 아직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던 2008년에는 2.2%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0.2%로 바닥을 쳤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7.6%로 뛰었지만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기저효과 덕분이고 예년 수준을 회복한 정도다.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률이 꺾여 올해 전체로는 5.8% 수준이 될 거라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지만 이 역시도 과도한 기대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망하게 무너진 747의 꿈

무엇이 문제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해서일까. 아니면 거슬러올라가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임일까. 성장률의 한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지난 10년 성장률 평균을 보면 캐나다가 4.1%로 가장 높고 프랑스는 3.2%, 독일은 2.7%, 이탈리아 2.9%, 일본 3.4%, 영국 2.6%, 미국 3.2% 등으로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도는 나라는 중국이나 베트남,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밖에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의 속도도 둔화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10%를 웃돌다가 1990년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추락해 지난해에는 2% 수준까지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을 경우에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한계다.

애초에 경제성장률이란 경제지표를 다시 검토할 필요도 있다. 성장률이 올라가면 다들 잘살게 되는 것일까. GDP는 1년 동안 한 나라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가치를 모두 더한 값이다. 말 그대로 생산량을 집계하는 지표일 뿐 소득분배와 사회복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버스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타면 승객들의 평균 지능지수(IQ)가 올라가겠지만 그렇다고 승객들 머리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했던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GDP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어린이들의 건강을 잘 보살필 수 있다. GDP는 시의 아름다움을 가르치지 않지만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들에게 시를 잘 가르칠 수 있다. GDP는 정직과 용기나 지혜를 반영하지 않지만 물질적 욕구에서 자유로울수록 이런 덕성을 잘 기를 수 있다.”

GDP가 그나마 삶의 질을 반영하는 최선의 척도라는 이야기다. 맨큐는 그 근거로 미국과 방글라데시, 또는 독일과 나이지리아의 평균수명이나 문맹률 등을 비교한다. 그러나 맨큐는 교묘하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GDP가 높은 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오래 사는 건 맞지만 GDP가 높을수록 더 오래 사는 건 아니다. 문맹률 역시 마찬가지고 삶의 질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런 착각은 꽤나 일반화돼 있다.

GDP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재화나 용역의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다. 천연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성장의 부작용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GDP는 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가를 나타내는 수많은 척도 가운데 하나일 뿐 GDP의 증가가 곧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잘사는 나라의 GDP가 높다고 해서 GDP가 높은 나라가 곧 잘사는 나라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도 GDP 통계는 미국 국민들의 엄청난 부동산 관련 부채를 반영하지 못했다. 미국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성장률의 3분의 1 이상이 허상이고 거품이었다. 국민들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그러거나 말거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팔면 GDP가 늘어난다. 그건 우리나라의 지난 10년 부동산 열풍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린벨트를 허물어 아파트를 지으면 GDP가 늘어난다.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늘리는 것도 GDP에는 도움이 된다. 강력범죄가 늘어나서 교도소를 짓는 것도 GDP에 잡힌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자동차를 많이 파는 것보다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는 GDP에는 잡히지 않는다. 부실시공으로 백화점이 무너져도 여기에 건물을 다시 지으면 GDP가 늘어난다. 엄청난 규모로 군수물품을 사고파는 전쟁도 GDP를 늘린다.

GDP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가정주부의 가사와 육아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만약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시키면 GDP가 늘어난다. 같은 이유로 매매춘도 GDP를 늘린다.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 부문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나라인데 실제 의료의 질은 떨어진다. 의료산업이 발달하면서 GDP는 늘어나지만 정작 국민들 상당수는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목을 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 강바닥을 뒤집어엎으면 GDP가 늘어난다. 만약 그 돈으로 중고등학생들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한다거나 노인들 의료혜택을 확대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GDP에 큰 변화가 없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거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지만 오히려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4대강 사업은 GDP를 늘린다, 그러나

우리는 생산이 풍요를 담보하는 시대를 살아왔고 그렇게 가난을 벗어났고 어쩌면 아직도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GDP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빈부격차와 교육?보건 등의 복리 수준, 천연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 등의 가치와 비용을 충분히 반영한 대안지표들은 GDP와는 전혀 다른 결과와 전망을 내놓고 있다.

ISEW(지속가능한 경제복지지수)는 미국의 경우 이미 1976년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칠레 등도 GDP와 ISEW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특히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1980년대부터 꺾이기 시작했고 이탈리아는 격차는 있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GDP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GPI(진정한 진보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GPI도 1970년 중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비슷한 자료로 영국 신경제재단이 만든 국민행복지수라는 게 있는데 코스타리카가 76.1점으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도미니카공화국과 과테말라, 콜롬비아, 쿠바, 엘살바도르, 브라질,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우리나라는 GDP로는 15위지만 행복지수에서 44.5점으로 68위를 기록했다. GDP 1위인 미국은 물론이고 2위 일본과 3위 중국 등도 모두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GDP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른바 행복지수의 개발은 그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는데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경제규모보다 생활 여건을 더 잘 반영하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의 성공을 경제와 사회 전체의 성공으로 보는 건 GDP 맹신주의라고 지적한다. 사르코지와 스티글리츠가 만든 행복지수에는 기존의 GDP에 삶의 질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반영하는 여러 평가항목이 추가됐다. 휴가일수와 평균 기대수명, 가계소득과 구매력, 의료보험 서비스, 복지 시스템, 환경보호 수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아직 구체적인 산출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를 반영하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크게 뒤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GDP와 행복지수의 격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리처드 이스털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경제력의 강약을 떠나 모든 국가에서 소득 수준과 개인의 행복감 사이에 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일정시점을 지나면 행복감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소득 수준이 행복의 전제조건이지만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를 이스털린의 패러독스라고 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1년부터 1991년까지 20년 동안 국민소득이 83% 증가했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스털린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만 5천 달러에 이르면 행복지수가 더 올라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폴 새뮤얼슨 미국 MIT 교수는 “행복=소비?욕망”이라는 방정식을 내놓기도 했다. 욕망을 줄이면 소비를 늘리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GDP를 높이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소득이나 소비보다는 생산 부문에 비중을 두면서 통계적 착시현상에 휘둘리게 된다. 그러나 스티글리츠는 “경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점차 참된 삶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발전의 목표를 GDP가 아니라 삶의 질과 행복의 지속가능성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엉터리 경제지표와 허황된 성장신화에 매달려 중요한 가치들을 포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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