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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분양받을 때 생각해야 할 점

신도시라고 무조건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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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나오는 신도시가 모두 광교 신도시와 같이 유망한 것만은 아니다.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보면 신도시에서 분양을 받은 아파트가 생활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큰 짐으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얼마 전 친한 대학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기쁜 소식을 들었다. 송년회나 하자고 연락했던 것인데 뜻밖에 기분 좋은 뉴스를 알려 왔다. 광교 신도시에서 최근 청약을 받은 중형 아파트에 당첨이 됐다는 것이다. 이 단지는 최고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가 건립하는 데다 광교 신도시 안에서도 입지가 좋아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평소 자신은 복권이나 경품 추첨에 잘 뽑히지 않는다고 푸념하던 친구라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유망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 신기하기만 했고 내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 친구는 자신이 받은 아파트의 가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광교에서 알짜 단지를 분양받은 것은 그에게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5년간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나중에 그 아파트 값이 오르면 ‘대박’을 낼 수도 있는 조건이다.



 

양도세 감면으로 ‘대박’을 본 대표적인 단지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남의 ‘타워팰리스’다. 삼성물산이 외환 위기 직후 분양한 이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미분양 상태로 있었다. 당시 자금 여력이 있는 재력가와 일부 삼성 직원들이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타워팰리스는 몇 년이 지난 뒤 엄청나게 가격이 뛰었고 운이 ‘억세게’ 좋았던 이들은 시세 차익이 컸지만 한 푼의 양도세를 내지 않고 집을 팔 수 있었다.

대학 동기가 구입한 광교 신도시 중형 아파트가 이런 ‘대박’을 터뜨리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이런 식의 이득을 볼 것은 틀림없다. 송년회에 나가서 이런 기분 좋은 배경을 설명하고 밥을 얻어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른 듯하다.

하지만 수도권에 나오는 신도시가 모두 광교 신도시와 같이 유망한 것만은 아니다.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보면 신도시에서 분양을 받은 아파트가 생활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큰 짐으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만약 경기가 좋지 않아 집값이 하락하거나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말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미분양 아파트가 넘쳤을 때 한 독자가 신문사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해결 방법을 알려 달라는 내용으로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 사연은 이랬다.

그 여성 독자는 수도권 한 신도시에서 아파트 한 채를 남편 몰래 분양받았다. 이 과정에서 2억 원을 대출 받았는데 시아버지 명의로 한 것이 잘못이었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중도금을 낼 돈은 없어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이실직고’했다. 남편은 이 ‘고백’에 노발대발했고 당장 해약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분양한 건설사에 가서 위약금을 포기하고 분양 계약을 해제(해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이를 거절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계약을 해제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시기라면 대기 청약자가 있으니까 얼씨구나 하고 해 주겠지만 당시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이 독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혼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하소연했다. 그렇지만 분양받은 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다. 외국으로 이사를 간다거나 하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명기돼 있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의 처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단 하나 해결 방법은 엄청나게 싼 가격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손해 보고 분양권을 넘기는 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날리면서 분양권을 파는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이런 비관적인 사례를 드는 이유는 현재 분양하고 있는 2기 신도시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서울 도심과 가까운 신도시에서만 청약하는 것이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30㎞ 안에 있는 신도시는 경기가 나빠도 폭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파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2기 신도시로는 광교와 별내, 그리고 앞으로 나올 신도시 중 가장 유망한 위례 신도시 정도다. 나머지는 서울과 너무 거리가 멀어 위험성이 있다. 분양을 받을 때 더욱 철저하게 계산해서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분양하고 있거나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신도시의 특성을 좀 더 살펴보자.

2기 신도시의 선두 주자인 판교 신도시는 이미 입주가 끝난 데다 도로와 같은 기반 시설이 완공됐기 때문에 조성을 앞두고 있는 다른 2기 신도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바로 옆에 있는 분당 신도시와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 시세에 편입돼 있다고 봐야 한다.

판교 외에 다른 신도시의 가치는 우선 서울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울과 떨어져 있다는 말은 물리적은 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거리가 멀더라도 도로와 철도 등 광역 교통망이 잘 돼 있어 1시간 안에 서울로 접근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곳과 완전히 다른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곳이 위례 신도시다. 위례 신도시는 정부가 강남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땅 가치 자체로도 모든 신도시에서 가장 높다. 일단 분양을 받을 수만 있다면 판교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 풀어 조성되는 용지가 많아 상당수가 보금자리주택으로 편입된다는 것이 흠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로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공급되고 의무 거주기간과 전매제한 등 규제가 많다. 또 보금자리주택으로 전환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 물량이 줄어 경쟁률이 높아진다. 청약저축 가입기간이나 청약 가점이 높지 않으면 당첨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위례 신도시 다음으로는 신도시 급은 아니지만 서울 접근성으로 보면 남양주 별내 지구가 괜찮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상에 위치하고 인근에 서울과 경기도로 연결되는 도로가 많은 데다 지하철도 연장될 예정이어서 입지가 매우 좋은 편이다. 단점은 임대 물량이 많고 여전히 강남 거주자들이 보기에는 외진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20㎞ 안에 있는 위례와 별내 지구를 제외하고 2기 신도시로 조성되는 곳 중에 물리적인 거리로만 보면 광교와 김포, 검단, 양주 등 모두 서울 도심에서 20~30㎞ 안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거리에는 좀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판교, 분당과 가까운 광교가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경부와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 비해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 서울 강북 지역으로 출퇴근하기에는 부담되는 거리지만 도로 여건이 좋아 강남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려해 볼 만하다. 광역 교통망이 완성되면 실제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분당이나 판교에서 서울 강남으로 직장을 다니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또 경기도가 심혈을 기울여 ‘명품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도시 내부는 분당이나 판교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윌례나 별내, 광교 모두 분양 가격이 싸지 않다. 서울에 있는 일부 아파트보다 비싼 값을 내고 분양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나중에 기반 시설이 완공되면 3개 신도시는 집값이 오를 수 있으니 청약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반면 김포, 검단, 파주, 양주 신도시 등 서울에서 거리가 먼 곳들은 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청라, 영종 지구 역시 개발 청사진은 그럴듯하지만 분양 물량이 많고 불확실성이 커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 한다. 굳이 이런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구하려고 한다면 분양 가격이 충분히 싸고 개발 계획의 진행 속도가 빠른 곳을 선별해서 청약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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