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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을 위로하던 관음송과 소나무 숲 - 영월 청령포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淸冷浦는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의 유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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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상류에서 흘러내린 평창강이 땅의 삼면을 휘돌아 흐르고 육지와 이어진 남쪽은 험준한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영월 청령포 |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 67-1 | 산책 시간 1시간

청령포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이곳은 앞으로 강물이 휘돌아 나가고 뒤쪽은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감옥이나 다름없다. 단종의 슬픈 이야기가 깃든 청령포로 건너가기 전에 선착장에서 오른쪽 언덕에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 보자. 숲 속에는 30여 그루의 노송과 500여 년 전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드리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을 읊은 시조를 새긴 비석이 있다. 이곳에서 강 너머로 보이는 청령포 솔숲의 경치는 가히 절경이다. 그런 다음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 보자. 영월 최대의 관광지로 변한 청령포 숲에는 천연기념물 제349호 관음송이 있다. 30m로 높게 자란 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이 소나무는 나이가 무려 600살이 넘는다. 숲에는 백성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한다는 금표비가 있어 이곳에 유배당했던 단종의 외로움을 짐작게 한다. 노산대에 오르면 서강과 층암절벽이 그려내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크고 작은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살고 있는 청령포 소나무 숲. ⓒ 유정열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淸冷浦는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의 유배지다. 남한강 상류에서 흘러내린 평창강이 땅의 삼면을 휘돌아 흐르고 육지와 이어진 남쪽은 험준한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강 이편에서 헤엄쳐 건널 수 있을 만큼 강폭이 좁지만 물살이 빨라 오직 배를 이용해야만 강을 건널 수 있다. 자연 감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곳을 유배지로 찾았는지 수양대군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청령포를 애달피 바라보고 선 언덕에서

선착장에 닿기 전 건너편에서 소나무 숲을 조망할 겸 청령포를 마주 보는 언덕으로 오른다.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예사롭지 않다. 30여 그루의 노송이 한가로이 서 있는 듯해도, 건너편을 바라볼 때마다 속이 타기 때문인지 몸통이 구불구불하다. 작은 숲 안에는 수십 마리의 나비가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 리본인 듯 날아다닌다. 이곳에는 왕방연王邦衍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1457년 금부도사 왕방연은 단종에게 사약을 드리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 없어 청령포가 보이는 이곳에서 시조를 읊었다고 한다. 이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데, 왕방연의 마음을 강물에 담아 표현한 감정이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千里遠遠道 / 고운 님 여의옵고 美人離別秋
내 마음 둘 데 없어 此心無所着 / 냇가에 앉았으니 下馬臨川流
저 물도 내안 같아야 川流亦如我 / 울어 밤길 예놋다. 鳴咽去不休

언덕에서 바라보는 청령포 경치는 가히 절경이며 그 경관의 주인공은 단연 소나무 숲이다. 청령포는 폭이 50미터쯤 되며 가운데가 약간 볼록한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큰 산이 든든하게 숲 뒤를 지키고, 앞에는 초록빛을 띤 강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청령포는 유배지라기보다는 소나무에 둘러싸인 안온한 휴식처 같은 느낌을 준다. 한창 가물 때면 물이 줄어 강폭이 30미터에 불과한데, 과거에는 양쪽에 줄을 매어 놓고 배를 탄 후 줄을 끌어당겨 건넜다고 한다. 지금은 모터를 단 배가 다니고 있다.

마당으로 뻗어 자란 소나무

강을 건너 청령포에 배가 닿는다. 땡볕 아래 200미터의 자갈길이 드러나 있다. 단종 유배 시 그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다고 한다. 그 길을 조금 걸어가면 곧 영월 최대의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는 소나무 숲에 이른다.

청령포 소나무 숲에 가려면 배를 타고 강을 건나야 한다

강바람이 불어와 등을 시원하게 하지만 마음은 숙연한 채로 과거 단종이 머물렀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가御家는 과거의 초가를 개조한 기와집인데 사각형의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입구에는 하인들이 살았던 집이 있다. 담 밖에서 시작해 수평으로 15미터쯤 앞마당에 길게 누운 소나무 한 그루가 특별히 눈에 띈다. 낮게 앉아 있는 가지의 솔잎을 자세히 보니 겨우 3센티미터로 정상 잎의 절반도 안 되어 안쓰럽다.

단종어가 마당 한가운데에는, 영조가 1763년 원주감영에 어명을 내려 세운 비신이 있다. 화강암 기단 위에 오석으로 만들어 세웠는데 높이가 112센티미터다. 이 비는 어가가 소실된 후 그 위치를 보전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면에는 단종이 있던 곳이라는 뜻의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라는 글자가 음각 되어 있다.

들어왔던 문을 나서며 보니 수평으로 앞마당에 뻗은 소나무 뿌리 위로 담에 구멍이 뚫려 있다.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 작은 감동이 인다.

단종의 혼이 서린 관음송

주변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을 둘러보니 키가 20미터에 이르고 흉고직경은 80센티미터인 것도 꽤 많다. 이렇듯 굵은 소나무들은 비교적 곧게 자랐으나 가는 나무들은 비틀림이 심하다. 나무 사이로 거대한 관음송이 보인다. 소나무들을 지나 관음송으로 간다.

왕방연 시비
왕방연은 조선시대 문신 겸 시인으로, 세조 때 금부도사(의금부에 속하여 임금의 특명에 따라 중한 죄인을 신문하는 일을 맡아보던 종5품 벼슬)로 있었다. 1457년, 왕명에 따라 상왕 단종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격하되어 영월로 귀양 갈 때 호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청령포를 마주 보는 언덕에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드리고 돌아가는 길에 읊은 시를 새긴 시비가 있다.
단종 복위 운동 문종이 일찍 세상을 뜨자 12살의 어린 단종이 왕위를 잇게 된다.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은 단종을 밀어내고 왕좌를 차지한다. 이에 단종을 따르던 옛 신하를 중심으로 단종 복위 운동이 시작되나 실패하고 만다. 위협을 느낀 세조는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키고 청령포에 유배시킨다. 수개월 후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이 다시 단종 복위를 시도하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단종은 사약을 받고 생을 마친다. 사람들은 후한이 두려워 단종 시신을 거두기 꺼려했으나, 당시 영월 호장이던 엄흥도가 시신을 수습하여 영월 지산에 매장했다고 한다. 관음송 앞의 안내판 근처에 마련된 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관음송’이라는 이름은 단종의 애달픈 생활을 지켜보아서 ‘관觀’이고 그의 오열을 들었으니 ‘음音’이라 해서 붙었다고 한다. 이름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주변의 나무를 보고 새와 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단종의 슬픔이 전해져 오는 듯, 마음이 쓸쓸하다.

관음송은 높이 30미터, 줄기 둘레는 5미터나 된다. 줄기 아fot부분 수피의 비늘은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중간에 톡 튀어나온 가지가 유난히 비틀려 있어 괴이해 보이기도 한다. 그 윗부분은 붉은색 수피를 입고 있으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하게 퍼진 수관은 잔가지가 많고 잎이 짧은 형상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순박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지상 1.2미터 높이에서 굵은 몸통의 줄기가 둘로 갈라져 있는데, 한쪽은 둘레가 3.3미터, 다른 쪽은 3미터다. 갈라진 두 줄기 사이에 단종이 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관음송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나라에 큰 변이 있을 때 나무껍질이 검은색으로 변해 변고를 알려 주었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매우 신성시했다는 이야기다.

강건한 소나무로 잘 자라기를

어가에서 서쪽으로 80미터쯤 오르면 망향탑이다. 망향탑으로 오르는 길은 짧지만 경사가 심하여 떡갈나무나 굴참나무의 뿌리가 노출되어 있다. 흙보다 돌이 많은 길이 나타나고 그곳을 조금 더 오르면 시야가 훤히 트인다. 1미터 높이의 망향탑은 단종이 왕비 송씨를 생각하며 그때마다 돌을 주워 탑을 쌓고 안녕을 빌던 곳이다. 주황색 나리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단종의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관음송. 높이 30m, 줄기 둘레는 5m나 되는 거목이다

급한 절벽에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만든 울타리를 따라 단종이 앉아 있었다던 노산대로 간다. 노산대에서 바라보는 서강과 층암절벽의 정취는 매우 빼어나다. 그러나 서울을 그리워하며 시름에 잠겼을 단종에게는 적막강산의 외로운 유배지를 실감 나게 했을 뿐일 것이다.

청령포 금표비
금표비에는 동서 300척, 남북 490척 내에는 백성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노산군으로 강봉당한 단종의 유배지에 일반 백성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해지며 영조2년(1726년)에 영월 부사 윤양래가 세웠다.
금표로 가는 비탈길 주변에는 굴참나무 군락이 왕성하고 단풍나무, 벚나무도 제법 굵다. 평지에 있는 소나무를 야금야금 잠식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소나무 숲 사이에서 강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비석은 청령포 금표비*다. 석회암으로 만든 비신은 오랜 세월동안 풍화되면서 표면에 물결무늬가 잔뜩 새겨졌다. 그러나 무늬에 가리지 않고 청령포 금표禁標라는 큰 글씨는 잘 보인다. 비석 지붕은 화강암으로 만들었지만 한쪽이 떨어져 나갔고 이끼가 끼었다가 죽어서인지 검은 색을 띄고 있다.

노산대와 금표비까지 모두 둘러보고 선착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울창한 소나무는 다른 방향에서 보아도 여전히 멋스럽다. 청령포 솔숲은 역사성이 뚜렷하고 풍광이 뛰어나 잘 보전해야 할 숲이다. 어미나무가 쇠퇴한 뒤를 대비하여 최근에 어린 소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보인다. 큰 나무가 지녔던 슬픔을 극복하고 강건한 소나무로 자랐으면 좋겠다.

여행정보
● 청령포 솔숲을 산책하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 건너편 왕방연 시조비도 둘러보고, 숲에 한참 머물다 오는 것도 좋다.
●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요청하면 자세한 역사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장릉(단종의 묘)이 인근에 있으니 함께 찾아보자. 근처에 주차장이나 식당은 완비되어 있으나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 청령포 관광안내소 033-374-1317

찾아가는 길
버스: 영월읍에서 청령포 입구까지 시내버스로 약 10분 걸린다. 청령포 입구에서는 수시로 운항하는 도선을 타고 건너가면 된다.
자가용: 1.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 38번 국도 제천나들목 → 서영월나들목 → 59번 국도 → 청령포 2. 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 88번 국도 신림나들목 → 주천?영월 방향 → 북쌍삼거리 좌회전 → 영월삼거리 → 장릉삼거리 우회전 → 청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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