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예스 책꽂이 >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그 사실을 제일 먼저 알게 된 사람은 여자 요리사였다.
요리사는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뛰어왔다.
마님, 마님,
울라가 애를 낳았어요!
엄마는 당황했다.
나도 놀랐는데, 내가 더 심하게 놀란 것 같았다.
배도 부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마님, 정원에서 낳았어요.
보리수 밑에서요.
요리사는 밖을 가리킨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창가로 갔다.
잠시 뒤 엄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통이 넓은 원피스를 입은 거구나, 엄마가 말했다.
난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우리 모두는 밖으로 나갔다.
울라가 보리수 밑에 서 있었다.
그것을 안고 있었다.
울라는 우리한테 다가왔다.
전 아무 문제없어요.
평상시처럼 일할 수 있어요, 마님.
엄마가 물었다.
그럼 새끼는 어떡할 건데? 어떻게 할까?
울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엄마의 화를 돋구었다.
엄마는 힘껏 울라의 따귀를 몇 대 갈겼다.
울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집안에 들어갔다.
바라보고 있던 노예들은 하던 일로 돌아갔다.
엄마는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안락의자에 털썩 앉았다.
요리사가 엄마에게 약을 가져왔다.
냄새를 맡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약이다.
요리사는 마데이라산 포도주도 한 잔 가져왔다.
곧 괜찮아지실 거예요, 마님.
세상에, 세상에
어쩜 이런 일이!
잠시 뒤, 난 내 방으로 갔다.
갓 태어난 그것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난 종을 울렸다. 울라보고 오라는 뜻이다.
울라가 왔다.
울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여느 때처럼.
방 정리 해, 내가 말했다.
방안은 특별히 정리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울라는 이렇게 말했다.
네, 아씨.
울라를 때릴까, 하다가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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