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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나들이

노예 상인은 꼬꼬의 허리에 두른 천을 살짝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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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상인은 미친 듯이 낄낄 웃었다.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꼬꼬가 남자애라는 걸.

흉터가 있는 노예와 꼬꼬는
시내 갈 때 걸어가면 안 된다.
걸어가지 않는 게 좋아, 아빠가 말한다.
기진맥진해 보이면
제값을 받을 수 없어.
잠시 뒤 마차를 준비시켰다.

노예들은 마부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
꼬꼬는 블라우스를 입고 아랫도리에 천을 둘렀다.
그렇게 입으니 꼭 계집아이 같다.
흉터가 있는 노예와 꼬꼬는
밧줄로 서로 묶여 있었다.
그래서 도망칠 수 없다.

마부가 마차의 문을 열어 주었다.
먼저 아빠가 마차에 올랐다.
다음에 내가 탔다.
마차가 출발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얼른 닫아야 했다.
붉은 먼지가 마차 안에 흩날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차는 작은 방 같았다.
아늑했다!
여자 요리사는 바구니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줬다.
바구니에는 샌드위치와 작은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아몬드가 든 봉지도 한 개 있고,
초콜릿도 한 상자 있었다.
아빠는 정말 자상하셨다.
먹을 때마다 아빠는 내게 먼저 맛있는 걸 골라 주었다.
그러고는 맛있냐고 꼭 내게 물었다.
마차는 몇 시간 동안 달린 것 같다.
우리는 시장에 너무 일찍 왔다.
시장은 한산했다.
아빠는 곧바로 노예 상인에게 갔다.
아빠는 우선 흉터가 있는 노예를 놓고 흥정했다.
상인은 그 여자 노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힐끔힐끔 살폈다.
그리고 노예 주위를 세 번씩 돌았다.
상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노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동력도 안 좋고
얼굴도 못생겼다고 했다.

이번엔 꼬꼬 차례였다.
남자애요, 여자애요?
노예 상인은 꼬꼬의 허리에 두른 천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빠와 상인은 미친 듯이 낄낄 웃었다.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꼬꼬가 남자애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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