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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 따스하게 맞이하고 뜨겁게 떠나게 하는 곳

탄자니아 잔지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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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잔지바르에서의 시작과 끝이다. 그 사이에 놓인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온몸으로 뛰어 놀거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잔지바르’.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수도 달에살람에서 70km 떨어진 섬이다. 이 섬의 또 다른 이름은 ‘향신료 섬’. 일찍이 아랍과 페르시아만 사이를 잇는 교역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였고, 저 멀리 인도와 아시아에까지 상아와 향신료를 거래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무렵 이슬람 문화도 함께 유입되어 오늘날까지도 잔지바르 군도의 건축물과 생활 면면이 이슬람 문화에 기초하게 된다.

잔지바르의 볼거리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스톤 타운, 해변, 식민지 유적, 축제. 잔지바르를 안내하게 될 이 글에서, 허락된 지면 안에 도저히 다 쓸어 담을 수 없는 그곳의 네 가지 매력을 어설프게 더듬기보다, 나는 그곳에 도착한 첫날과 그곳을 떠나오던 마지막 날을 선보이기로 한다. 밤마다 황홀한 감동 때문에 쉽사리 잠들 수 없었던, 잔지바르 여행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뭉클한 만남, 숨바꼭질

“잔지바르 군도의 심장이 잔지바르라면, 스톤 타운은 그 영혼이다.” - 론니플래닛


잔지바르에서의 첫날, 스톤 타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멈췄다. 좁은 골목길이 미로와 같이 얽혀 있었다. 그 골목을 따라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빼곡히 열 지어 섰다. 아랍과 인도 양식이 혼합된 육중한 목재 대문들이 유혹적으로 열려 있었고, 거기서 아이들이 뛰어나와 골목 끝으로 달음박질쳤다. 고개를 들면, 세월에 바라고 단단해진 나무 테라스에서 검은색 히잡을 쓴 여인들이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색색의 빨래를 널고 있었다.

서둘러 가방을 게스트하우스에 내려놓고 아들 중빈에게 축구공을 내주었다. 축구공이 땅에서 몇 번 튕겨져 오르자, 놀이를 감지하는 특수 더듬이를 가진 아이들이 골목 여기저기에서 몰려들었다. 개중 큰 아이가 멀리까지 뻥 공을 찼고, 아이들이 그 공을 향해 내빼는 것을 봄과 동시에 나도 카메라 가방을 들고 반대편으로 내뺐다. 그러자, 골목 구석구석마다에서 달큰한 삶의 풍경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모든 게 작고 좁았다. 그리하여 긴밀했다. 모든 게 오래되고 손때 묻었다. 그리하여 시간을 정지시켰다. 현재 이곳에 사는 사람과 과거 이곳에 살았던 사람의 흔적을 차별 없이 전달해주었다. 발길 닿는 대로, 웃음소리가 들리는 대로, 몇 번 골목을 접어들었더니 벌써 길을 잃었다. 하지만 관계없었다. 한 구비가 다음 구비로 발길을 이끌었고, 나는 사방으로 뚫린 골목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눈을 내리깐 아름다운 여인이 새빨간 히잡 속에 내재한 열정을 은근한 향기로 전하며 곁을 스쳐갔다. 그러면 마치 미로 찾기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향기가 그 골목에 숨겨진 결정적인 단서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가 튀어나온 골목으로 선회했다. 거기에는 또 다른 그녀가 있고 거기에는 또 다른 향기가 있었다. 그렇게 온갖 다양한 향기와, 그녀들의 얼굴과, 그 자식들의 얼굴과, 그 남편들의 얼굴과, 그들의 속삭임 같은 수다와, 코란을 읽는 음률과, 이미 수만 번 디뎌 닳아빠진 나무 계단의 삐걱임과, 마침내 학교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어귀에서 밀려오는 수십 명의 응원과 박수갈채 소리로, 나의 가슴은 곧 터질 듯 꽉 차오른다. 내가 이 순간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동네아이들이 조금만 더 중빈과 함께 축구를 즐겨주기를, 그래서 이대로 조금만 더 길을 잃을 수 있기를.


묻고 묻고 또 물어 간신히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여전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행여 아이 눈에 띌 새라 골목 어귀에서 다시 돌아섰다. 새로운 골목은 매혹적이었고 이미 지나친 골목은 정겨웠다. 나 같은 골목 욕심쟁이에게 스톤 타운은 완벽했다. 빵 장수가 수레에 하나 가득 빵 냄새와 종소리를 싣고 지나갔다.

한참 또 시간을 잃고 길을 잃다가 아이 생각에 돌아와 보면, 변함없이 축구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면 서둘러 돌아섰다. 아이가 목이 말라질 때까지, 내가 배가 고파질 때까지, 잔지바르의 스톤 타운에 도착한 첫날 그렇게 내내 숨바꼭질을 했다.

뭉클한 이별, 축제는 사랑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부리나케 저녁을 먹고 ‘잔지바르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올드 포트로 갔다. 맨 앞 포토라인에 쳐진 울타리에 키 작은 아이를 앉혔다. 나는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뒤에서 한 팔로 아이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다른 한 팔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는 쉽게 그 분위기에 동화하지 못했다. 그저 예술의 전당에라도 온 양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무대를 관람했다. 발산보다는 억제를 미덕으로 삼는 동방예의지국의 아이에게 축제는 낯선 경험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평소에 익히 보아 그다지 새롭지 않은 ‘엄마의 광란’과 생전 처음 보는 ‘어른들의 단체 광란’ 사이에서, 자신이 지난 일곱 해 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이성과 품위를 어느 시점에 내려놓아야 할지 갈등하는 듯했다. 툭하면 이성을 져버리는 엄마의 가이드라인을 무턱대고 따랐다가는 망신을 당할 것 같았고, 일면식도 없는 어른들을 따라 하자니 불안한 것 같았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아프리칸 음악이 아이의 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이에겐 그저 ‘시작 버튼’을 눌러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엄마 말고 믿을 만한 누군가가.


기니아 출신의 밴드 응활리쿠야테가 연주를 마쳤을 때 아이가 잠깐 놀다 오겠다며 울타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 펨바에서 사귄 ‘어른 친구’ 노버트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다음 밴드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키가 큰 노버트는 키 작은 중빈을 답싹 들어올려 목마를 태웠다. 그리고 중빈의 양 다리를 잡은 채 춤을 추었다.

“엄마, 나 좀 봐!!! 거인이 된 것 같아!!!”

아이는 내게 돌아와서도 자꾸만 노버트 쪽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마다 내게 속삭였다.

“노버트도 막 춤을 춰.”

드디어 ‘시작 버튼’이 눌러졌다. 아이가 울타리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노버트에게 가더니 곧장 손을 끌고 왔다.

“엄마도 노버트 손을 잡아!”

자연스레 삼인 원무를 추게 되었다. “One, Two, Three!”를 외치면서 ‘Three’에 셋 중 하나를 들어올려 주고, 올려진 사람을 남은 두 사람이 차례로 당겨 안으며 “Hello!” 하고 놓아주는 원무. 들어올려질 때 히호! 외쳤고 당겨 안을 때 깔깔거렸다. 무대 위에 누가 올라 왔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음악이 우리의 춤을 계속 돌아가게 했으니, 그냥 음악이 있으면 되었다. 월드 뮤직을 침 튀기며 찬양하던 노버트도, 나도, 어느덧 모두 중빈이가 되어 있었으므로, 그들이 「산토끼」를 연주했대도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대도, 그 순간 우리는 흡족했으리라. 세 명의 크고 작은 여덟 살 어린이들은 무대 맨 앞에서 단순한 원무를 계속했다. 세 어린이는 이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놓고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막춤의 마지막은 언제나 인류공통의 한 동작으로 마무리된다. 제자리에서 있는 힘껏 점프하기. 점프하고 또 점프하기!


막간의 쉬는 시간. 땀이 멈추지 않았고 웃음도 그치질 않았다. 우리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판매부스로 가 주스를 주문했다. 중빈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난 노버트가 너무 고마워. 그러니까 엄마가 돈을 내줘.”

노버트가 정색을 했다.

“JB, 절대 안 돼. 내가 낼 거야.”
“엄마가 사야 돼요.”
“절대, 절대, 안 된다니까. 입 좀 닥쳐 줄래?”

우리는 까르륵 웃었다. 수박 주스를 마시며 아이가 말했다.

“첨부터 춤을 안 춘 거 후회해. 우리 오늘 밤새도록 추자! 추고 추고 또 추자!”

아이는 노버트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오늘 아저씨를 만나서 난 너무나 행복해.”

노버트가 허리를 굽혀 아이와 얼굴을 가까이 했다.

“넌 참 멋진 아이란다. 나도 널 만나 행복해.”
“아저씬 더 멋진 걸요!”
“아니야, 네가 더 멋져.”
“아니에요. 아저씨가 더 멋져.”
“참, 네가 더 멋지다니까. 입 좀 닥쳐 줄래?”

모두 또 까르르 웃었다. 중빈은 너무나 커다란 행복감에 가슴이 벅차올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노버트와 내 손을 잡더니 함께 당겨 세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닿게 했다. 그리고 꼬옥 끌어안았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여행을 하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을 텐데요?”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태도예요. 자신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버리는 것, 그래 보는 것, 그럼으로써 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요. 오늘 머문 이곳의 지명과 이곳에 있던 아름다운 성곽 따위는 잊어도 좋아요. 그러나 오늘 열려본 경험은 ‘태도’가 되어 퇴적층처럼 정직하게 쌓일 겁니다. 그 태도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금 이것이 삶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질질 끌지 않고, 미뤄두지 않고, 자신을 통째로 던져 ‘확 살아버릴’ 줄 알게 하겠죠. 그러한 경험 없이 성인이 되면, 반쯤 죽은 듯 살게 됩니다. 일상의 노예가 되지요. 저는 생명으로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순간과 순간의 연결로 던져진다. 반드시 저축하듯 살 필요는 없다. 순간은 돈처럼 보존되고 모아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금 한 순간을 희생해서 다음 한 순간을 얻을 뿐이다. 언제나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을 자신을 위해 쓸 것인지 선택할 수는 있다. 젊음을 저축하여 노년을 예약할 수도 있으며, 자유를 담보로 하여 아파트 한 채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에 얻는 순간이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크리란 사회적 약속은 잘못된 계산이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이 먼저 오고 어떤 것이 나중에 오느냐의 차이일 뿐, 모든 순간은 동등하다.

주스를 마시고 무대 앞으로 돌아가는 길은 엄청난 인파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신이 난 중빈은 두더쥐처럼 잘도 파고들었다. 금세 무대 앞까지 이르러, 어느새 우리 자리를 차지한 아가씨 무리를 솜씨 좋게 밀어내고 노버트와 나를 불렀다. 아직 음악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중빈은 혼자 춤추기 시작했다.

“아, 나는 축제가 좋아. 아, 나는 춤추는 게 좋아. 아, 노버트는 멋진 친구야. 아,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재잘재잘 조잘조잘 끝도 없이 떠들어대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잡더니만……, 정작 다음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중빈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했다. 아이는 급격하게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안 되겠다, 중빈. 돌아가야겠어.”

조금 다급하게, 그러나 뜨겁게 중빈과 노버트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이었으므로, 노버트와 나는 서로의 남은 일정을 축원했다. 힘이 빠진 작은 손을 잡고 인파를 헤쳐 나오는데,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내게 말한다.

“난…… 아무래도 노버트를 사랑하는 것 같아…….”

오, 이런. 그날 사랑에 빠진 사람과 그날 이별을 하다니. 나는 어쩌면 아이의 가슴 통증이 막춤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럼 가서 그렇게 말해주지 그러니?”

중빈이 다시 사람의 숲을 헤치고 들어갔다. 노버트가 춤을 멈추고 허리를 굽히는 게 보였다. 막 멋진 음악이 시작된 참이었기에, 나는 그가 꼬맹이의 사랑 고백을 듣고 안아준 뒤 그냥 돌려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뒤, 그가 아이의 손을 잡고 숲 밖으로 나왔다. 그는 올드 포트의 한 구석, 한적한 풀밭에 아이를 세우고 눈을 맞추기 위해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비록 상대가 어리고 약하며 보잘것없다 해도, 상대방을 위해 하던 일을 멈추고 한 걸음 옆으로 빠져 나와 응시해야 하는 순간을 분명히 아는 사람.

노버트는 자신의 목에서 목걸이를 풀어 중빈의 목에 걸어주었다. 나무를 깎아 염료를 입힌 마사이 부족의 목걸이였다. 노버트와 중빈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그들만의 사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몇 발짝 물러선 내게는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진지하고 애틋한 그들의 눈빛으로부터 어떤 사랑의 말이 오갔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노버트와 아이가 내게로 왔다. 노버트의 눈이 빨갰다. 우리는 한 번 더 이별의 포옹을 했다.

스톤 타운의 골목을 걸으며 중빈이 말했다.

“노버트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한국에 가도 난 이 목걸일 항상 하고 다닐 거야. 목욕할 때만 빼놓고. 이 목걸이가 젖는 건 싫어.”

아이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달리 깊은 우수에 잠겨 있었다.

“엄마, 내가 말라리아로 죽거든 노버트에게 알리지 마. 아저씨가 너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유언과 흡사해서 쿡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웃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래, 알았어.” 하고 애써 참았다. 아이는 더 생각해 보더니 말을 바꿨다.

“아냐. 그냥 죽었다는 걸 알려 주고 오게 해 줘. 내가 죽었을 때 노버트가 곁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나는 이번에도 “그래, 알았어.”라고만 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문틈으로 내다보니 아이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목걸이가 날 지켜줄 거래.”

혼잣말처럼, 아이는 그 말을 세 번 반복했다. 이제 아이에게 ‘축제’는 ‘사랑’과 동의어였다. 몹시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도, 쉬 갈무리되지 않는 사랑의 여진 때문에 아이는 그 밤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 여행하는 내내 한번도 목걸이를 몸에서 떼지 않았다.


이것이 잔지바르에서의 시작과 끝이다. 그 사이에 놓인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온몸으로 뛰어 놀거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들의 ‘놀이 요청’을 다 소화하지 못해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할 지경이었고, 떠난다고 했을 때 그들은 밤늦도록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열거하며 우리를 설득했다. 잔지바르는 그런 곳이다. 따스하게 맞이하고 뜨겁게 떠나게 하는 곳. 일상의 무게가 힘겨울 때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하쿠나마타타!(괜찮아!)” 그리고 나면 또 한번 거뜬해진다.


오소희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등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의 기록,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단 두 권의 책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 여행 작가. 명문대와 광고회사를 두루 거쳤으나, 한 번도 삶에 안착하지 못하다 20대 후반, 계룡산 자락에 3년간 정주하며 자연을 알게 되고 아이를 낳아 유년을 두 번 살면서 비로소 삶에 닻을 내렸다. 그녀의 육아 방식은 ‘ ?로 할 수 없다면 함께 즐겨라.’이다.

지금은 ‘사람’ 여행을 하고 있다. 세 돌 된 JB와 단둘이 터키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라오스, 시리아, 탄자니아 등 우리와 다른 속도로 사는 이들 사이를 아이와 함께 느릿느릿 거닐고 있다. 현지인이 바가지를 씌우면 기꺼이 속아주기도 하고, 초대를 해주면 천연덕스럽게 한 밥상에 앉기도 한다. 그들이 펼쳐 보이는 애잔한 사연들을 낮은 자세로 공유하고 섬세하게 기록한다.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사랑하며 그 순간 마음으로 배운 것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른 나이듦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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