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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기 좋은 방

<방>으로 들어간다. 8월 교토의 뜨거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방>은 뜨거움과 적당한 조용함으로 나를 맞이한다. <방> 안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왠지 어색하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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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 교토에서 뜨거운 낯선 방에 혼자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이 <방>의 주인이 나와 같은 시기에 한국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던 나의 열망이 반영된 완벽하고도 절묘한 타이밍인 것이다. 그의 <방>에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방>으로 들어간다.

8월 교토의 뜨거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방>은 뜨거움과 적당한 조용함으로 나를 맞이한다. <방> 안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왠지 어색하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다.

내가 이곳 교토에서 뜨거운 낯선 방에 혼자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이 <방>의 주인이 나와 같은 시기에 한국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던 나의 열망이 반영된 완벽하고도 절묘한 타이밍인 것이다. 그의 <방>에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있어야 할 것들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자리를 지키는 것들을 신뢰한다.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침대, 선풍기, 책상, 거울….


나에게 침대는 섬이다. 인생이 지칠 때 어딘가 쉴만한 곳으로 상상하는 한적하고 따뜻한 섬처럼 침대는 하룻밤ㅡ적어도 그곳을 빠져나오기 전까지ㅡ포근하고 쉴만한 섬이 되어준다. 때로는 둘만의 밀월을 즐길 수 있는 야자나무 무성한 어딘가 남쪽 끝 섬이 되기도 한다. 이왕이면 나는 남쪽 끝 섬을 택하고 싶다. 선풍기는 2단으로 돌고 있다. 1단은 밋밋하고 3단은 거슬리고 자연풍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선택은 자연스럽게 2단이었다. 책상은 벽을 마주한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던지는 질문에 벽은 늘 묵묵부답이다. ‘벽창호 같은 사람’에게 반응을 얻어 내는 일은 책상에 앉아 해야 할 일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대답 없음에 답답해지면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은 비교적 수다스러웠다. 거울 안에 투영되는 나는 발가벗겨져 있다.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에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큼 정직한 건 없다.


이곳 일본에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혹시나 나는 괜한 욕심으로 군더더기 짐을 늘려가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도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의 방에는 소통할 수 있는 ‘창’과 조금 사치를 부려 푹신한 초록색 ‘의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으로 들어간다.

내 안에는 수많은 방들이 있다. 여러 개의 방 중에서 너의 이름이 쓰여 진 방문을 열어본다. 방 안의 공기는 건조하다. 곳곳에 너의 냄새가 배여 있다. 이 냄새만큼은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방 안에는 넓은 창이 있다. 별을 보기에 좋은 창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좋아하는 별, 그중에 하나가 ‘나’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것을 그<방>에서 기억해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네가 나가버린 방에서는 더 이상 별은 빛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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