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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첫인상

오사카의 첫인상처럼 지적이고 낭만적인 여행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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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여행이든 겪어봐야 알겠지만 첫인상은 오래가는 법이다.

오사카, 8월의 볕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누군가가 적당량의 빛을 재어서 덜어놓은 것 같았고 어떠한 감정을 이입하여 바라본다 해도 그 이상의 것이 번져오지 않는 볕이었다. 덕분에 여행지에 도착한 나는 심하게 울렁거리지도 심하게 건조하지도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흥분으로 살짝 올라간 입 꼬리를 가진 여행객은 나뿐이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시선이지만 간간히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의 일상으로 흡수되는 나의 여행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시선일까. 나의 시선처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심정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낯섦이 주는 긴장을 동시에 겪을 수 있는 여행은 별 다섯 개짜리 영화를 동시상영으로 보는 것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사카 시내에 도착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내들이었다. 특별히 검은 양복을 시크하게 입고 몸을 따라 흐르는 양복의 선이 예술로 승화될법한 몸매를 지닌 사내들이 시야에 들어오면 내 눈동자의 진행방향은 바뀌어 검은 양복의 사내를 쫓고 있었다. 일반적인 성적 취향을 지니고 있는, 게다가 적당히 나이도 먹은 언니의 시선으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반사작용이었다. 유난히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자주 목격되었는데 검은 양복은 왠지 지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들은 아니어서 살짝 실망하기도 하였다. 평소에도 블랙 수트와 화이트 셔츠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기에 타이트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내 시선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나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오사카의 첫인상은 지적이기까지 했다. “타이트한 블랙 수트가 지적인 것과는 아무 상관없잖아요.”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여인은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팔 전체를 감싸는 팔 토시를 하고, 짙은 색 썬그라스를 끼고 있다. 거기에 보태어 그녀의 자전거에는 검정색 우산이 세워져 있다. 그녀는 철저하게 태양을 피하고 싶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자전거 한 대가 또 지나갔다. 그 자전거에도 마찬가지로 우산이 씌워져 있다. 일반적인 자전거가 주는 인상은 수목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것이라면 우산을 쓴 자전거는 씨네큐브에서 오후 1시에 상영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산을 쓰고 있는 자전거 덕분에 오사카의 첫인상은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8월의 오사카는 맑음이다. 너무도 맑음이다.


오사카의 첫인상처럼 지적이고 낭만적인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이든 여행이든 겪어봐야 알겠지만 첫인상은 오래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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