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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고민?
잇걸에게 물어보면 고민 끝!
스타일이란 것은 이상하게도 정답이 없으면서도 있다. 멋지면서도 자기만의 것이어야 한다. 또 정석대로만 가서도 안 되지만, 결과물이 이상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스타일에 목숨을 걸었던가. 12cm짜리 킬 힐(kill hill)을 신고 만리장성에 올랐고 살인적 추위의 <반지의 제왕> 촬영지에서도 털모자 한 번 안 쓰고 맨 머리로 견뎠다. 한 대학 동창은 “너 학력고사(난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다.) 시험장에서 매니큐어 바르고 있더라?”라며 혀를 찼다. 오랫동안, 나에게 스타일이란 도전하고 격파해야 할 대상이자, 찾아 가두어야 할 파랑새였다.
난 스타일리시한 것을 0.1초 내에 알아보는 예민한 시각의 소유자였지만 늘 자신은 스타일리시하지 않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주위에 참 쉽고 세련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집 여배우의 화려한 향수 냄새와 고운 손톱에 놀라고, 버버리 코트와 머플러만으로 파리장 분위기가 넘쳐나는 아저씨에게 감동했다. 고모의 전공 책에서 발견한 트위기(60년대 톱 모델)의 색감이나 흰머리에 진주 브로치를 한 할머니의 우아함에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부모님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스탠다드’였다.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하시던 옷은 이튼 스쿨 교복을 연상시키는 남색 블레이저와 체크무늬 치마였다.
머리는 앞머리도 없이 하나로 올려 묶고 리본을 단다. 엄마 말씀대로만 컸으면 세련되고 우아한 숙녀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방향으로 반항심이 폭발한 난 그때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비슷한 친구와 돌아다니며 스스로 옷을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흰 바지에 꽃무늬 탱크 톱 같은 리조트 룩부터 실크 느낌 드레스까지 막무가내로 입었다. 중학교 때는 일명 ‘승마바지’라 불리는 허벅지에 바람이 한참 들어간 바지부터 분홍색 코듀로이(일명 골덴) 수트까지, 지적하기에도 너무 촌스러운 차림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헤비메탈 스타일과 히피 룩에 심취했다. 대학 입학식 사진을 보면 속칭 ‘말 부츠(니 하이 부츠)’에 검은 가죽 장갑, 노란 원피스로 마치 텍사스 쇼걸 같은 차림이다. 패션 뷰티 에디터가 된 다음엔 내 ‘이상한 차림’이 구설수의 대상인 것을 알고 좌절하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 난 『잇 스타일』과 『잇 걸』이란 패션 관련 서적으로 감히 ‘작가’란 타이틀을 달게 됐고 여기저기에 패션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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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란 것은 이상하게도 정답이 없으면서도 있다. 멋지면서도 자기만의 것이어야 한다. 또 정석대로만 가서도 안 되지만, 결과물이 이상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스타일을 경험한, 하지만 ‘조직의 룰’도 처절하게 습득한 사람.
이 코너는 ‘잇 스타일’을 찾고 싶어서, ‘잇 걸’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을 위한 온라인 토크쇼가 될 것이다. 스타일로 하루하루가 우울한 사람이라면 거리낌 없이 이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패션,뷰티,매너,……, 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2주일에 한 번씩 시원하게 해결해 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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