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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잔혹사 - 화려한 모피 뒤에 숨은 동물 잔혹사

흰 모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청부사살한 토끼, 여우, 밍크, 새끼 하프물범을 보면 ‘귀여워’를 연발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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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Fur !


벌건 대낮에 대로변에서
벌거벗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은 듯한 너의 표정에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봄, 그곳으로의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었어.
가도 가도 계속해서 새하얗게 펼쳐지는 눈밭,
그 아름다움에 눈과 마음을 모두 빼앗겼지.

얼마나 그렇게 걸었을까?
‘천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이구나’ 하고
감탄사를 외치던 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되었어.





새하얀 눈밭의 붉은 피

이 세상에 소중하고 귀엽지 않은 어린 생명이 어디 있겠냐마는, 새하얀 눈천지 위에서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이 녀석의 모습에는 누구라도 미소짓고 반할 수밖에 없을 거야. 하얀 베개를 닮은 귀여운 녀석.

하프실Harp Seal이라고 불리는 북극 물개의 한 종인 ‘하프물범’. 캐나다 뉴펀들랜드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가장 많이 사냥되는 해양동물 가운데 하나지. 생후 3주에서 4개월 사이가 하얀 털이 가장 보드라운 시기야. 그리고 이때, 그들은 바로 그 예쁘고 보드라운 하얀 털 때문에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지.


팔다리가 땅에도 제대로 닿지 못한 채 눈만 말똥거리고 있는 아기 하프실이 보이는 순간, 사냥꾼들은 칼이 달려 있는 몽둥이를 들고 다가가 머리를 힘껏 내리쳐. 새끼를 지키려고 저항하는 어미도 같이 죽이지. 총으로 쏘면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죽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모피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껍질을 벗겨내지. 그렇게 매년 60여만 마리의 아기 물범들이 눈밭 위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더군. 가죽이 벗겨진 피투성이 몸뚱이는 상품성이 없어 그대로 두고 떠나버리는 거야.

사실 물개의 포획은 캐나다에서 불법이야. 그러나 하프실을 물고기로 구분해놓은 어이없는 현지법 때문에 하프실 포획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내 옷 뺏어가지 마요! 화려한 모피 뒤에 숨은 동물 잔혹사

International Pelt Auction의 1988년 자료에 따르면,
매년 8,000만~1억 마리의 동물이 모피를 위해 죽임을 당해.
4,000만 마리의 밍크가 사육되고,
1,000만 마리의 여우가 사육되거나 덫에 잡히고,
400만 마리의 캥거루가 잡히고,
30만 마리의 미국 너구리와 15만 마리의 검은담비가 덫에 걸리는 거야.


올가미와 덫에 걸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도 문제지만, 사육되는 동물들이라고 해서 사정은 별반 나을 게 없어.

여우가 모피를 위해 도살될 때까지는 평균 7년이 소요되지. 그 시간 동안 여우는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갇혀 평생을 지내게 되는 거야.


모피의 대표적인 동물, 밍크. 많은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야 하지만, 모피 농장에서 그런 환경을 바랄 순 없지.

오히려 억지로 호르몬을 주입받고, 죽은 동족이 갈려 들어간 사료를 먹고, 생식기 감전, 가스 독살, 목 부러뜨리기 등의 온갖 잔인한 방법들로 희생되는 거야. 살아 있는 동물들은 이 광경을 그대로 지켜보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친구는 물론 심지어 자기 새끼까지 잡아먹거나 자해를 한다더군.

모피는 패션사업의 가장 비싼 소재 중의 하나야. 과시하려는 욕심과 부러워하는 시선의 접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잔혹한 패션의 향연이 펼쳐지는 거지.

(명품 브랜드의 하나인 펜디Fendi는 모피산업으로 유명해진 브랜드이다. 예전에는 중년 부인들의 장롱 속에나 들어 있을 법한 모피를 젊은 층에게도 매혹적인 유행 소품, 잇 아이템It-item으로 부상시킨 공로(죄질)가 크다.)

모피코트 한 벌을 위해서는
50마리의 친칠라(털실쥐),
20마리의 여우,
70마리의 밍크가 필요하지.


너는 살아 있는 너구리의 가죽을 잔인하게 벗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니? 그처럼 ‘일반적인’ 방법으로 매년 수천만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어.

Fur Free

모피산업에 반대하며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벗겠다”는 플래카드를 들거나 “No Fur”를 몸에 쓴 채 누드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본 적 있니?

모피를 자신의 디자인 컬렉션에 쓰지 않겠다는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알고 있니? 스텔라 매카트니, 존 갈리아노, 애실리, 구찌 등이 동참하고 있지. 실제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for Animals)와 같은 동물 권익 보호단체의 수십 년간의 활동과 홍보 등으로 모피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자,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는 진짜 모피를 인조모피로 속여 파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어.

하지만, 값싼 인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러시아의 모피산업 진출로 인해 근래에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 우리나라의 모피 수입은 90년대 중반부터 급증하여 연간 수입액은 수천억 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모피 제조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홍보가 한국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듯해.


언젠간 세상을 바꿀 거야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어. 원래 인간은 동물의 가죽과 털을 입고 살지 않았어?
털을 벗기려면 어차피 죽여야 하는 거 아냐?

정말…… 그럴까……? 매년 수천만 마리의 희생. 잔인한 방식의 사육과 살육. 다른 입을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아니야. 흰 모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청부사살한 토끼, 여우, 밍크, 새끼 하프물범을 보면 ‘귀여워’를 연발할 테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 쳐다볼 만도 하겠다 싶지만 생각보다 오래, 쳐다봐. 내가 아주 특이한 일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그런데, 생각해봐. 지금 세상에 널려 있는 온갖 문제들 속에 모피 산업에 대한 목소리는 ‘아예 없다’고 할 정도야.

나의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참혹하게 길러지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에는 쉬는 시간이 없고, 멋을 내기 위해 값비싸고 잔혹한 살생을 청부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멈출 줄 모르지.

오늘도 나의 1인 시위는 계속될 거야.
그리고 이 작은 관심이 언젠가 세상을 바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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