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어치 - 소중한 건 모두 공짜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한 것들은 공짜이거나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공기, 물, 부모로부터 받는 몸, 사랑, 이 모든 걸 돈 한 푼 내지 않고 무단 취득했다.
“우리 딸은 누구 닮은 것 같아?”
“엄마.”
“다른 사람들은 다 아빠 닮았다고 하던데?”
“나는 엄마 닮았다고!”
누가 봐도 아빠를 빼다 박은 딸아이가 아빠 닮았다는 소리가 싫은지 자꾸 엄마 닮았다고 한다. 본인도 아빠를 닮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듣는 사람 마음이 별로다.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녀석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술 담배로 거칠어진 피부에 머리숱도 적고, 하도 웃어서 자글자글한 내 얼굴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게 본인에게는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겠는가. 억지로라도 아빠보다는 나아 보이는 엄마와 닮았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런 대답이다.
딸과 함께 거울을 보며 이빨을 닦다보면 솔직히 미안하다. 이목구비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닮았는데, 한 사람은 너무 젊고 한 사람은 너무 늙었다. 내가 녀석의 미래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돼서도 안 되지만, 왠지 아빠로서 주어야 할 것은 주지 않고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물론 내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이 이야기는 아내가 꼭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네 아빠가 너 키우느라 젊었을 때 머리숱 몇 개는 더 빠졌단다.”라고.
밖에서는 돈 돈 돈 하면서 살지만, 사실 아이들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보석 같은 아이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머리숱이 다 빠져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만 든다. 그 행복을 어떻게 돈으로 따질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한 것들은 공짜이거나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공기, 물, 부모로부터 받는 몸, 사랑, 이 모든 걸 돈 한 푼 내지 않고 무단 취득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며,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잘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바쁘게 살다보니 이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이참에 한꺼번에 만회해 볼란다. 고맙습니다 공기님. 정말 멋있어요 물님. 사랑합니다 덕수궁 돌담길님. 정말 눈부셨어요 남산 벚꽃님. 송구스럽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아참, 제사가 얼마 안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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