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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시간을 미루면 미룰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지금,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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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6월 인도는 최고 기온 섭씨 50℃를 기록했다. 엄청난 더위에 1,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2년 뒤인 2005년 7월 26일, 인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 뭄바이에 전대미문의 폭우가 내려 24시간 만에 도시 전체가 939.79mm의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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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땅을 판다

하얀 눈밭 위에 새하얗고 보송보송한 털을 뽐내며
어슬렁거리던 북극곰들이 땅을 파고 있다.

미국 지질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빙하가 아닌 육지에 터를 잡는 어미 북극곰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단다.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62%의 어미곰이 빙산에 살았는데
10년이 지난 2004년에는 그 비율이 37%까지 감소.

그 이유는?
바로 0.6 의 차이.


인도, 50℃와 939.79mm

지난 2003년 6월 인도는 최고 기온 섭씨 50℃를 기록했다. 엄청난 더위에 1,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2년 뒤인 2005년 7월 26일, 인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 뭄바이에 전대미문의 폭우가 내려 24시간 만에 도시 전체가 939.79mm의 물에 잠긴다.

문명의 첨단기술도, 도시의 재해대책도 자연의 변덕 앞에선 속수무책.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0.6의 차이.


섬이 줄어들고 있다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태평양의 섬들, 언제부턴가 이 섬들이 줄어들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물이 찰 때는 커다란 파도가 마을을 덮치고, 물이 빠질 때는 마을의 흙을 잔뜩 쓸고 간다. 섬의 곳곳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섬의 개수도 하나 둘씩 줄어들 것이다.

1981년에 제가 기상청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대개 2월에만 그런 현상을 볼 수 있었지요.
지금은 거의 반년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_마크 라이너스,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6)


그 이유는?
바로 0.6의 차이.


0.6

2005년 세계 음반시장에서 한국 음반의 점유율을 %로 표시한 수치.
고기 1근을 kg 단위로 환산한 수치.
우리 몸의 피부 중 가장 얇은 눈가의 피부 두께를 mm로 표시한 수치.
펭귄이 똥을 눌 때 항문의 최대 기압 추정치를 atm으로 계산한 수치.

그리고,
지난 100여 년간 상승한 지구의 연평균 온도.

0.6℃ 상승에 따라 스위스 산지의 빙하는 1/3 감소.
북반구의 극지방은 1960년대 이후 눈 두께가 10% 감소.
평균 해수면 10~20cm 상승.
2004년 폭우가 빈발한 방글라데시 전 국토의 60% 침수.

피해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이나 개발도상국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1995년 한 해에만 19개의 폭풍이 발생,
이는 예년의 2배 수준. 11개가 허리케인이었고, 이중 5개는 ‘초강력급’.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허리케인의 연속 공격.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5년.
1,500명의 사망자와 800억 달러의 피해를 낳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우리가 살아온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묵묵히 지켜만 보던 자연이 반격을 시작했다.


인간 | 人間 | human being

폐로 호흡하는 포유류의 일종.

먼 옛날 마찰력을 이용하여 스스로 불을 일으켰고, 근대에 와서는 석탄과 석유 등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창출, 다른 동물과 달리 문자와 도구를 사용하며 ‘문명사회’를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문명활동이 지구의 온도를 점차 높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구 | 地球 | earth

약 50억 년 전에 형성 시작된 것으로 추정. 물질 분포가 균일한 구에서 점차 진화, 내부 압력의 복잡한 분포와 규산염 물질의 분포로 맨틀 상부가 부분적으로 융해되기까지 1억 년이 소요.

현재 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지각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15억 년 뒤인 것으로 추정. 그 뒤로 35억 년이 지나서야 원시인간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

인간과는 상관없이 존재해온 행성.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가 물에 잠기고 급변하는 기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거대한 돌풍이 불어와도 지구에게는 아무런 고통이 아니다. 인간의 문제일 뿐.

이산화탄소 | 二酸化炭素 | carbon dioxide

생물이 호흡하거나 발효될 때, 탄소나 그 화합물이 완전연소할 때 발생하는 기체.
지구를 감싼 대기의 약 0.03% 차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을 묶어두어 생물체가 살기 좋은 기온을 유지해주는 지구의 이불.

적정한 두께를 넘어선 이불은 몸을 짓누른다. 이산화탄소가 적정량을 초과하면 지구는 태양의 열을 지나치게 보유하게 된다.

빙하 속에 얼어 있는 공깃방울로 지난 1,000년 동안의 연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몇 차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그 정도는 현재의 1/3 수준이며 1~5년 이내에 다시 정상치로 돌아가 원래의 주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지난 1,000년간 본 적 없는, 지속적이고 가속적인 온도 상승은 정상 주기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구가 데워지는 것은 ‘덥다’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높아진 온도에 빙하가 녹아 생태계가 파괴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더운 공기는 가볍고 불안정하며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지구 곳곳에 예측할 수 없는 폭우와 강풍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토양의 수분이 과다 증발되어 가뭄이 생긴다.


지구온난화, 반드시 지금 움직여야 한다!

경제, 군사, 외교, 인권…… 갖가지 문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현실.

미래 세대는 분명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세상에서 더 발전된 기술을 갖고 살 텐데, 고작 100년 사이에 0.6℃ 상승한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현재의 시간과 자원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인류가 지금의 생활방식을 고수한다면 지난 100여 년간의 온도 상승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다. 1987년 전 세계 기후학자들이 만든 미래기후 예측에 따르면, 다음 한 세기 동안 지구 연평균 기온은 최소 0.6℃에서 최고 8℃까지 추가 상승.

그리고 이미 지난 한 세기 동안 상승한 0.6℃의 대가. 각종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 전염병 매개체의 서식영역 확대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만년빙’이라고 불리던 빙하들이 속속 녹거나 무너지는 상황에서 언제 침수될지 모르는 도시들.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시간을 미루면 미룰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지금,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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