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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가 너무 좋아서 이혼했다고?

거절 - 아내에게 ‘No’라고 말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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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A씨라는 가수가 있다. 한때 인기 가수로 활동했다. 가수들이 대체로 순수하고 착한 편이지만, A씨는 정말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연이 임박한 순간에도 팬들이 다가오면 인사라도 받아주고 나서야 자리를 옮긴다. 너무 겸손해서 ‘한때 최고 자리에 섰던 가수가 맞긴 한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거절 - 아내에게 ‘No’라고 말할 줄 아니?

친하게 지내는 A씨라는 가수가 있다. 한때 인기 가수로 활동했다. 가수들이 대체로 순수하고 착한 편이지만, A씨는 정말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연이 임박한 순간에도 팬들이 다가오면 인사라도 받아주고 나서야 자리를 옮긴다. 너무 겸손해서 ‘한때 최고 자리에 섰던 가수가 맞긴 한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A씨와는 한때 자주 만나기도 하고 친하게 지냈다. 그러다 서로 일이 바빠져서 연락을 못하고 지냈는데, 미디어를 통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물었더니,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그리고 그날 밤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어쩌다 이혼까지 하게 됐어요?”

“특별히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야. 내가 결혼한 후 아내 요구를 너무 잘 들어주었는데, 이유라면 그게 이유였던 것 같아.”

“잘해준 게 헤어진 이유라고요?”

“그래. 가끔 거절도 하고 화도 내고 해야 하는데, 내가 나 힘든 건 생각하지 않고 다 들어주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고.”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너무 잘해줘서 헤어졌다는 게. 헌데 결혼생활이 5년 정도 넘어가고 나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싸움이 없는 부부관계는 참 이상적인 것 같지만, 적어도 어느 한쪽은 가슴이 새까맣게 타고 있다는 소리와 다름없다는 것을.

그 A씨 부부는 정말로 싸움이란 게 없었다고 한다. 갈등이 없었던 게 아니라, 무조건 A씨가 참았던 것이고 아내의 요구를 다 수용한 것이었다. “그건 도저히 못하겠어.” 하고 거절했으면, 아내는 ‘이거는 안 되는 구나.’ 깨닫고 다음에는 요구 수위를 낮춰갈 텐데 A씨는 그걸 못했다. 거절의 과정들이 있었다면 이혼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다 참다 못 참을 지경이 되니까 형이 먼저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이혼하자.”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이다. A씨처럼 참을성 많은 사람이 이혼을 이야기하면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관계가 좋아 보여서 많이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안으로는 문제가 계속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레스 클리닉. 요즘에는 스트레스만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병원까지 생겼다. 이 세상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이런 것까지 생겼을까? 사회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가족 사이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굉장히 복잡하고 치료 방법도 어렵다. 겉으로는 잘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부부생활 50년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터져서 사망까지 이른 어느 할머니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바로 옆에 전문 상담의를 두지 않을 거라면, 부부관계는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표출하는 게 좋다. 물론 A씨처럼 천성이 여려서 그걸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실 부부싸움은 꼭 두 사람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 등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만한 상대를 찾아 화풀이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부부싸움도 심해지면 상대를 헐뜯는 단계까지 이르러 심지어 이혼 이야기까지 오가기도 한다. 특히 육아 스트레스가 심한 아내들은 남편만 보면 뭐든 트집을 잡는다. 이럴 때는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당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싸워봐야 결국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자들에게 더욱 미안해질 따름이다.

부부싸움이 되는 경우는 한쪽 요구를 다른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생기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갈등을 피하려고 상대의 요구를 다 받아주는 건 가장 안 좋은 선택이다. 상대의 요구는 반쯤, 적어도 4분의 1 정도 받아주는 게 현명한 사람쳀다. 그래야 상대의 요구가 합리적으로 변해갈 수 있고, 상대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돼 서로 조심하게 된다. 수십 년 동안 동등한 위치로 살아가면서 싸움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건 어떤 관계라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현명하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싸우는 게 남편들이 할 일이다. 알잖아?

보석 - 집안에서 웃니?

아무리 웃음이 많았던 사람도 사회생활을 오래 하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 갈수록 많아지는데, 수입은 늘지 않고 써야 할 곳은 많아진다. 사는 게 갈수록 퍽퍽해지는데 웃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시트콤 한 토막만 봐도 죽도록 웃었던 총각 시절이 더 이해되지 않는다.

헌데 웃음이 사라지는 건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오일장이 서는 시골 장터에 한번 가보라. 얼굴에 주름이 진하게 페인 할머니들이 하루 종일 팔아야 만 원도 안 될 산나물들을 앞에 펼쳐놓고 맨땅에 앉아 있으면서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연신 하하하 껄껄껄 웃어댄다. 뭐가 그렇게 웃기나 싶어 가까이 가보면, 별 이야기도 아니다. 하루 전날 저수지 둑에서 냉이를 캐다가 옆으로 자빠졌다는 이야기, 사골을 끓이는데 너무 졸아서 맹물을 보태 상에 올렸다는 이야기, 된장이 떨어져서 고추장으로 국을 끓였다는 이야기까지 죄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실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배꼽을 잡고 있는 것이다. 아니, 웃을 일이 그렇게 없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참으로 오랫동안 웃지 않고 살아온 우리들이나 하는 이야기고, 그 할머니들은 웃을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돈이 없어도 서운하지 않고, 농사가 잘 안돼도 세상을 탓하지 않으며, 깊은 병에 들어도 그러려니 하면서 살다보니 깜박 잊고 사골을 시커멓게 태워도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세상에 웃을 일이 한두 개일까? 또, 이 세상에 싸울 일이 몇 가지나 될까?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좌절을 겪고 있을 무렵,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민주당 국회의원이 한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IMF를 일선에서 극복해낸 경제 전문가답게 현실의 경제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바람에 그를 비판하려던 패널들까지 그의 이야기에 심취하고 말았다. 헌데 달변으로 일관하던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강봉균 전 장관과 김대중 정부가 시의 적절한 정책을 폈는데, 왜 일반 서민들은 계속 살기 힘든 거냐?”라고 물어온 한 시민의 전화 한 통이었다. 강봉균 의원은 그 질문에 말을 더듬으며 “그건 한 나라의 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어려움이라기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에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때문이고, 서민들까지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하는 체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질문의 본질에 가닿는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우리가 미국식의 성장 위주 경제체제에 너무 빨리 흡수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어야 솔직한 대답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 신자유주의 때문에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섰으며, 다방과 커피숍 자리는 외국계 커피브랜드들이 차지했다. 거래가 간편해지고, 맛도 세련되어진 것 같기는 하다. 헌데, 쓸데없는 것까지 사들이는 버릇이 생겼으며, 100원의 에누리도 받지 못해 사람들이 야박해졌다. 상인과 주고받는 대화가 사라졌고, 외상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일장 할머니들처럼 누구와 인연을 만들고 누구와 웃음을 나눌 수 있겠는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시대에 살다보니, 거래를 중시하고 인간관계를 상실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우울증이 있는 아내가 할 말이 있다며 말을 걸어온다. 남편은 “나 내일 회의 준비 때문에 일찍 나가봐야 하거든.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죄다 학원에 있고, 아내는 베란다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다가 밖으로 떨어진다.

남편 얼굴만 보면 “돈 좀 많이 벌어오라.” 타박하는 아내가 있다. 남편은 “한 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한다. 아내가 “죽을 용기가 있으면 돈이나 더 벌어와.” 한마디 더 건네자, 남편은 그길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모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시간이 나면 오일장이 서는 시골 장터에 가보자. 웃음이 보석이다. 시덥잖은 말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리는 시골 장터 할머니들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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