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탄, 무한통신 시대에 등장한 탐욕의 대명사핸드폰의 전해콘덴서에 들어가는 탄탈룸을 만드는 원료를 ‘콜탄’이라고 부른다. 콜탄은 가공을 거쳐 핸드폰, 제트엔진, 광섬유 등에 필요한 탄탈룸이 되며, 이는 컴퓨터나 게임기의 칩을 만드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무한통신 시대. 핸드폰과 게임기의 수요가 늘면서 콜탄의 수요도 급증, 한때는 물량 부족 사태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콜탄 값이 급등하면서 주산지인 콩고에서는 이 자원을 두고 정부와 반군 사이의 분쟁이 시작됐다.
콩고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반군 ‘콩고 민주회의RCD’는 콜탄으로 한 달에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4만여 명의 병력을 유지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콩고의 카빌라 정부는 이웃나라에 각종 이권을 넘겨주면서까지 용병을 끌어들여 대립하고 있다.(앙골라에는 연해유전을, 짐바브웨에는 다이아몬드와 코발트 채굴권을, 나미비아에는 다이아몬드 광산 지분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분쟁의 핵심에 있는 콜탄을 채굴하는 이들은 15세 미만의 아이들.
아이들은 지반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면서 하루 종일 굴속에서 콜탄을 채굴한다. 채굴 현장은 군인들이 감시하고 있어 쉴 수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하루 종일 어둡고 탁한 공간에서 쉬지 않고 일하지만 그 대가로 받는 푼돈으로는 밥도 약도 충분히 살 수 없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기 부지기수. 그리고 이렇게 채굴된 콜탄은 마피아 시장으로 들어가 값이 정해진 뒤, 다시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로 모여 유럽으로 옮겨지면 런던에서 구매자들이 값을 정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영원한 아름다움, 다이아몬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연인들이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다이아몬드.
그러나 그 영원함만큼이나 비현실적이고 모순된
다이아몬드의 태생적 비극.
다이아몬드에 귀를 갖다 대보라.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
총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누군가 시름시름 앓는 소리,
…
들리지 않는가, 이 아픈 소리들이?
다이아몬드는 원죄를 안고 태어난다.
15세기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도착했을 때,
해안 산지에서 울리는 천둥소리가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 같다고 해서
‘사자산’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땅,
시에라리온.
그 땅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석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해 더욱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에서 다이아몬드는 죽음의 보석으로 그려진다. 평범한 사람들을 죽음과 광기로 내모는 분쟁의 원인, 다이아몬드.
1930년 영국의 지질학자? 의해 가장 가치가 높은 다이아몬드 광산의 위치가 알려진다. 그 뒤로 광산의 이권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서방의 침탈, 정부와 반군 간의 내전, 반군과 반군끼리의 분쟁 등 갖가지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산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370만 명이 죽고 600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반군들은 손목 절단이라는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의 혁명연합전선RUF은 다이아몬드를 무기와 맞바꿔 무장을 강화하고 밀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세력을 확장했다. 노동자들이 휴일도 없이 하루 2컵의 쌀과 50센트의 돈을 받으며 캐낸 다이아몬드는 런던을 거쳐 인도의 세공장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뒤 1캐럿(0.2g)에 수천, 수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반군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시에라리온 국경 너머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를 선망하는 동안,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1인당 GDP 800달러, 기대수명 40여 세의 참혹한 삶.
MADE IN ‘갈등과 분쟁이 없는 지역’각종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1990년에서 2005년까지 23개국이 분쟁을 일으켰고, 건물 및 사회 인프라 파괴, 인명 사상, 무기 암거래 등으로 3,000억 달러가 소모되었다. 이 정도 비용이면 아프리카에 예방 접종과 청결한 물 공급이 가능했을 텐데, 계속되는 갈등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히려 희생당했다. 자원을 둘러싼 탐욕의 전쟁이 없었다면 아프리카는 죽음의 땅에서 성장의 땅으로 일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자원을 둘러싼 무한한 탐욕, 부패한 정권과 외부 세력 간의 정치 다툼, 그칠 줄 모르는 아프리카의 자원 분쟁은 말 그대로 ‘가진 것이 많아 슬픈’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전담할 국제적인 기구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강제력이 약한 국제기구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해결책, 착하게 까다로운 소비. 캐나다의 광산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 제품은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과 구별되도록 북극곰이나 단풍잎 모양을 새긴다. ‘갈등과 분쟁이 없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었다는 표시.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자원에도 점차 적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운동과 국제기구의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소소한 행동들은 티 안 나는 거북이걸음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의 원두가 아동 노동으로 생산된다는 것이 알려진 뒤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일정 비율을 공정무역 커피로 할당하고 생산지의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며 이를 홍보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모피 생산과정의 잔인함을 비난하는 운동이 일자, 한때 진짜 모피를 인조모피로 속여 팔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가장 더디지만 가장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방법,
Made in ‘갈등과 분쟁이 없는 지역’ 상품을 구매하는 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과 목소리와 행동이 모이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검은 대륙에서 슬픔이 걷히는 변화의 힘이.